북중러 접경지역 평화기행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대한민국 독립군 대장이다
나는 개인이 아니라 대한의용군사령관의 자격으로 적군의 우두머리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한 것이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전쟁포로로 취급해 달라
22년 12월, 뮤지컬 <영웅>이 영화로 개봉했다.
이른 저녁을 냉큼 먹고 온 가족이 뮤지컬 영화 <영웅>을 보러 갔다.
몇 년 전에 둘째가 학교에서 안중근 의사에 대해 배우면서 [누가 죄인인가] 뮤지컬 영상을 봤다며 집에 와서 검색해 보여주었다. 자작나무숲에서 단지동맹으로 결의를 다지는 장면부터 관동법원 일본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후 일본의 죄를 낱낱이 고하는 장면은 너무나 강렬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OVOQOCA74k&t=245s
이 영화는 꼭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지고 개봉하게 된 영화라 했다. 몇 년 전 짧은 뮤지컬 영상에서 느꼈던 감동을 스토리로 느끼고 싶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FIrDf3b7XU&t=57s
대한의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대한의 황제를 폭력으로 폐위시킨 죄
을사늑약과 정미늑약을 강제로 체결케 한 죄
무고한 대한의 사람들을 대량 학살한 죄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
모두들 똑똑히 보시오!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를 살해한 미우라는 무죄.
이토를 쏴 죽인 나는 사형.
대체 일본법은 왜 이리 엉망이란 말입니까!
한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나 조국을 위해 죽는 것
이것이 참된 영광이니 나 기꺼이 받아들이나
여기 계신 모든 분들, 저들의 거짓과 야욕에 속지 마시고
그들의 위선과 우리의 진실을 세계에 알려주시오!
...
<누가 죄인인가 중 일부 발췌>
역시 영화에서도 재판정에서 안중근이 마지막 변론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나는 안중근 의사가 서 있었던 재판정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다른 시간이지만 같은 공간에 서 있던 나의 모습을 오버랩하면서.
'수많은 애국지사가 사형집행 판결을 받은 관동 법원, 난 저곳에 직접 가봤는데... 저 뒤에 직접 앉아 안중근 의사 영상을 보고 묵념을 했었는데. 그때의 참담한 마음이 떠올랐다.
때는 2018년 8월, 아들과 5박 6일 북중러 접경지역 평화기행을 떠났다. 아이들이 YMCA 아기스포츠단에 들어가면서 여러 클럽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때 인연으로 YMCA 실무 선생님들, 몇 곳의 단체, 초등 5학년 이상 어린이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로 구성된 평화기행을 가게 되었다. 아들과 처음으로 둘이서 떠난 역사여행이었다.
중국 대련에 도착해 처음 목적지가 여순감옥인데 안타깝게도 그날은 문을 닫는 공휴일이었다. 이곳에서 안중근 의사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역사적인 장소 코 앞까지 왔는데 들어갈 수가 없다니, 가로막은 게이트 너머 흰색의 큰 건물이 위용 있게 서 있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모두들 뾰족한 창살에 매달려 사진을 찍어댔다.
#여순감옥 #뤼순감옥 #여순일아감옥 2018. 8.27-9.1
여순감옥은 대련 시 여순구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가 먼저 이곳에 세웠지만 러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이 여순을 차지해 1907년부터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여순감옥과 형태나 특징이 유사한 곳이 우리나라 서울 서대문에 있는 서대문형무소라고 한다. 유관순 열사가 투옥되었다 숨진 서대문 형무소에 갔을 때 건물에 짙게 깔린 슬픈 기운이 새삼 떠올랐다. 여순감옥은 항일독립운동가들이 상당수 수감되었고 안중근, 신채호, 이회영 선생 같은 굵직한 획을 그은 독립운동가들이 생을 마감한 곳이다.
여순 감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일본관동법원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의 패망 이후 정부 사무실로 사용되다 여순시립병원이 들어서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문화재 보호시설로 지정되어 역사와 교육의 장소로 개방되었다. 다행히 관동법원에는 들어갈 수 있었다.
안중근 의사가 그의 동지 조도순, 우독순, 유동하와 일본 재판관에 의해 재판을 받은 곳이다.
"여러분 매일 버스 타는 거 힘드시죠?"
"네에!"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잡혀서 이곳 여순 감옥까지 이동했던 거리가 여러분을 태운 고속버스가 5박 6일 동안 달리는 길보다 멀 겁니다."
중국 땅덩이는 정말 넓었다. 중국에 와서 접경지역만 가는데도 하루에 고속버스를 6시간씩 타고 이동했다. 매일 그렇게 이동하니 피로감이 쌓였다.
안중근 의사는 10월 26일 거사 후 러시아 헌병에게 체포되었으나 일본의 신병인도 요구로 하얼빈에서 대련 여순 감옥으로 강제후송되었다.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죽음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는 먼 길은 혹독한 추위의 고된 여정이었을 거라고 여행에 동행한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대동법원 전시관에서 걸려있던 사진이다. 일본 법원이 이미 정해진 각본대로 안중근에게 사형을 판결하는 그날의 어수선함이 담겨있다.
안중근 의사는 투옥되어 있는 동안 감옥에 있는 일본인 누구에게나 예로서 대하고 존대를 했다고 한다. 독방에 앉아 동양평화론을 집필하고 틈틈이 글씨를 써서 주변인들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그의 품격 있는 글씨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에 간수, 헌병들은 안중근 의사를 존경하고 예우했다고 한다.
아래의 사진에 마차는 죄수마차라고 한다.
일본에서 특별 제작한 후송도구라고 한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여순감옥에서 관동법원으로 압송하는 도구로 쓰였다.
옳은 일을 하고 받는 처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재판장, 전시관, 고문실 등을 둘러보다 조마리아 여사가 눈물로 지은 수의를 입고 사형 집행 전 찍은 마지막 사진을 직접 보았을 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대의를 위해 사랑하는 가족과 부모를 떠나는 그의 마음이 어땠을까 가늠하기 힘들지만 사진 속 모습은 처연해 보였다. 영화 <영웅>을 보고 내가 전시관에서 찍었던 사진을 다시 보니 더 슬프다.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떠나갈 시간이 왔구나
두려운 마음 달랠 길 없지만
큰 용기 내다오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널 보낼 시간이 왔구나
멈추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큰 뜻을 이루렴
십자가 지고 홀로 가는 길
함께 할 수 없어도
너를 위해 기도하리니 힘을 내다오
천국에 네가 나를 앞서 가거든
못난 이 어미를 기다려 주렴
모자의 인연 짧고 가혹했으나
너는 영원한 내 아들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너를 안아봤으면
너를 지금 이 두 팔로 안고 싶구나
영웅 영화에서 조마리아 여사(나문희분)가 아들에게 눈물로 수의를 지으며 불렀던 노래
내게 안중근 의사는 책장 속 인물 전집 시리즈 중에 있는 책 속 인물이었다. 동네에 있는 작은 안중근 기념 공원은 평소에 무심히 지나쳐 다녔다. 책에서 볼 때는 그저 하나의 기록이었는데 역사의 현장에 오니 기록이 생명력을 가져 크나큰 존재로 다가온다. 또한 히토히로부미 저격과 사형선고 집행이 일어난 지 100년밖에 안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독립이 되고 후손들이 힘 모아 자주적인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해방 후 대한민국은 갈가리 찢기는 혼돈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진 이들이 나라의 미래를 알았다면 하늘을 보며 통탄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아파도 역사는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한다. 내가 밟고 서 있는 이 땅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되새겨야 한다. 기억을, 과거를 되새겨야 미래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올바르게 쓰질 않을까. 영화 영웅을 통해 기억 저편에 있었던 결연한 마음을 떠올린다. 역사를 잊지 않도록 뮤지컬로, 영화로 책으로 재해석해서 내놓는 문화 창작인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던진 선조들께 감사와 애도의 묵념으로 오늘 글을 마친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안중근의사 #영웅 #영화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