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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e Lee Apr 01. 2022

10분이면 미니멀리즘이 된다고요?

고집 버리기

아침 10분이면 미니멀리즘이 된다

 

 알고리즘의 친절한 안내로 보게 된 미니멀리스트의 썸네일에 콧웃음을 쳤다. 뭐? 10분이면 된다고? 설거지가 어떻게 10분에 끝나?! 이렇게 결론을 내기까지 내 머리 속에서 1초도 안 걸렸다. 그러다 문득, 쌓여있는 아침 설거지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됐다. 타이머를 10분에 맞춰놓고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시작된 아침 설거지는 7분에서 멈춰졌다. 이럴수가.




 나는 스스로 다른 사람의 말을 비교적 잘 수용한다고 생각해 왔다. 나와 생각이 달라도 일리있는 의견이라면 언제라도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과신했다. 아침 설거지로 나 자신에 대한 신념이 와장창 깨졌다. 왜 아침설거지 10분이면 미니멀리즘을 실천할 수 있다는 말을 무시했을까 되돌아봤다. 일단 설거지는 시작하면 기본 30분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고, 솔직히 끼니 때마다 매번 정리하는 일이 귀찮았다. 그리고 저녁에 잔뜩 쌓아올린 설거지통을 보며 뭔가 대단한 거라도 한 것마냥 뿌듯함을 느꼈다. 남편에게 나 이만큼 열심히 했노라 나의 노고를 알아달라는 항변도 들어 있었다.


 남편이 종종 요리금손이 되겠다며  번씩 요리를  때마다 중간 중간에 설거지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설거지 거리가 쌓여있는  좋아하지 다는  알았기에 되도록 남편의 귀가 전에는 치워놓으려고 했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하다보면 주방일은  뒷전이 되고 널부러진 모습을 자주 들키고 만다.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고수하되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진 않는다는 원칙까지 깨고 있었다는  결혼한  8년만에 알아버렸다.


  왜 설거지를 그 때 그 때 하라고 얘기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각자의 스타일이니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괜히 말해서 기분 나쁠 수도 있고. 앞의 말은 납득이 됐으나 뒤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 물론 내가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내가 고쳐서 더 좋아진다면 말을 해야한다고 반박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가만히 있던 남편에게 왠 덤터기?!


 아침 설거지와 점심 설거지를 바로 바로 하면서 저녁 설거지가 한결 수월해졌다. 시간이 줄어든 건 물론이고, 아슬아슬하게 산처럼 쌓여있다가 한번씩 와르르 무너졌던 씻은 그릇들도 절반으로 줄었다. 남편도 내심 좋아하는 눈치다. 가지런히 정리된 건조대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고집이었구나. 쓸데없이 고집을 부렸어.’




 흔히들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라고 한다. 그만큼 사람을 바꾸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리라.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아성찰을 통해 개선점을 찾아가는 건 더 나은 나를 만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에게 요구되는 건 내가 옳다는 자만을 버리고 옆에 있는 사람의 말을 더 경청할 것과 그것을 귀담아 들을 줄 아는 열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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