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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e Lee Mar 15. 2022

살을 빼기로 했다

다이어트. 살 버리기

나이의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뀌는 격동의 시기에

내 이름 앞으로 온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일본에서는 대부분 남편의 이름으로 등록해 놨기에

의아해하면서 열었던 봉투 안에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권'이 들어있었다.


하아....나...진짜...사십이구나...ㅠㅠ


예기치 않게 나이를 확인 사살 받은 후,

약속한 날짜인 토요일 아침,

그 날 따라 식사를... 그것도 밥으로 든든히 먹고,

온 가족이 검진센타로 향했다.


피를 뽑기 전에 물으신다.

혹시 아침을 드시고 오셨냐고...

아차 싶었다.

심히 당황한 얼굴로 남편을 쳐다봤다.

네. 밥으로...

건강검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신다.


검진 결과가 한 달 후 쯤 통보되었다.

그 여느 때처럼 우편물로.

여기는 일본이니까.





2020년 2월 코로나 시작의 난리통에 한국을 다녀오며 시작된 나의 마흔은

코로나로 인한 걱정의 무게인지, 없던 생리전증후군이 생긴 탓인지

알 수 없는 미열이 시작되었고

아침에 일어나 37도로 시작해 오후 5시쯤 37.8도를 찍고

잠 잘 때가 되어서야 37도가 되는

매일이 건강 걱정이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봉투를 차근히 열어보았다.

건강검진 결과는 대체로 양호하나,

고지혈증.

나쁜 콜레스테롤 (LDL) 수치가 넘쳐났다.


평소 패스트푸드도 거의 안 먹고,

고기도 안 좋아하고,

대학교 때 튀김먹고 뒤룩뒤룩 살 찐 적이 있어

덴뿌라가 일품인 일본에서 튀김 종류도 모른척 외면하고 살았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니.... 충격.


아침을 먹고 가서 그럴거야ㅡ

결과를 애써 부정해보지만

원인 모를 미열에 지저분한 혈관까지.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여왔다.


삶에 변화가 필요했다.

몸무게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일단 밀가루를 줄이기로 했다.

귀찮음을 핑계로 아침에 주로 먹던 식빵을

주2회로 줄이고, '낫또와 밥'을 추가했다.


밥공기를 바꿔서 탄수화물 양을 줄였다.

어른 밥공기(대)에서

아침 저녁에는 어린이 밥공기(소)로

점심에는 어린이 밥공기() 사용했다.



3주 정도 후부터 몸의 변화를 느꼈다.

꽉 끼던 바지가 여유롭게 들어갔다.





드디어

일본에서의 두 번째 건강검진표가 날아왔다.

배둘레를 재는데 나보고 숨을 후~ 뱉으란다.

지난 번보다 수치가 낮으니까

내가 숨을 참은 줄 안 모양이다.


후~~~ 소리와 함께

환한 웃음으로

줄었네요. 잘됐네요. 하신다.


몸무게 1.8키로 감량.

배둘레 1.7cm 감소.

LDL 수치 119까지 정상인데 117.


밥은 커녕 물 한모금 안 마시고 갔는데

이번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걸 보니

지난번에 비단 밥을 먹고 검진해서가 아니라

원래 높은가보다. 허헛.



지난 10월 건강검진 후로도

계속 바꾼 식습관을 유지해오다가

겨울로 들어서면서 나도 겨울잠에 들어갔다.

밥공기 그릇도 예전으로

몸무게도 예전으로

안 끼던 바지는 다시 꽉 끼던 바지로

아마 콜레스트롤도 제자리로...?





내일이면 어느덧 3월.

3월에는 내 생일이 있다.

또 한 살을 먹겠지.

그리고 새로운 건강검진표도 날아오겠지.


오늘부터 나의 다이어트 시작.

밥공기부터 바꿔야겠다.

빨간색 적신호는 이제 그만.

다시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세 번째 초록색의 건강한 성적표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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