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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e Lee Mar 09. 2022

피아노 치는 엄마

전자키보드 추천


 취미부자에게 올해 목표가 생겼다. 안 그래도 잔기술이 많은 나에게 코로나는 참 많은 취미를 하게 하고, 또 많은 돈을 쓰게 만든다. 작년에는 일본으로 올 생각에 남편 이발 비용을 아끼고자 급하게 문화센터에서 3개월 동안 기초 헤어컷을 배웠고, 올해는 재봉으로 시작해서 잠깐 그림과 글쓰기로 갔다가 재봉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우연히 정말 오랜만에 악보의 콩나물들을 보게 되었는데, '아, 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 시작이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니 일단 장비부터 들여야 한다.



처음에는 욕심이 없었다. 분명 시작은 '그냥 집에서 뚱땅거릴 수 있는 작은 전자 키보드 하나 있으면 좋겠다'였다. 그런데 누가 모닝 사러 갔다가 벤츠 산다고 했나. 키 수도 76개 정도면 괜찮다고 했다가 기왕 살 거면 88개, 저가형으로 사자 했다가 야마하, 로랜드, 카와이, 코르그 등 진지하게 브랜드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일단 모든 검색은 맘카페부터 한다. 모든 게시글을 서너 번씩 정독하고 korg b2와 yamaha p45라는 마지노선을 찾았지만, 뭔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에 포털사이트에서 다시 추천을 검색했다. 급기야 디지털 피아노를 사모하는 모임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뒤지고, 너투브의 수많은 비교 영상들을 보면서 전자 키보드의 세계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피아노, 그 배움의 시작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가야겠다. 부푼 마음을 안고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필수과목 중에 기악 실습이 있었다. 기악 실습? 이건 뭐지 하며 첫 수업을 갔는데, 순서가 되면 1명씩 피아노가 있는 작은 공간에 들어가 교수와 1:1로 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피아노라고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연주하는 것만 봤는데 나보고 치라니. 실습방 밖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피아노를 전공하려다가 온 친구들의 현란한 연주를 듣고 심장이 쿵쾅거렸던 기억이 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는 대학입시 때도 안 했던 개인 과외를 하고, 엄마가 급하게 구하신 중고 피아노로 맹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라 3개월 동안 바이엘 상에서 시작해서 체르니 30으로 마쳤고, 피아노 진도 대로 성적을 준다던 교수님도 그 열심이 가상했는지 이례적으로 B 학점을 주셨다. 비록 좋은 학점이 아니었지만 얼마나 피나게 열심히 했는지 평균 점수를 깎아먹는 그 과목은 절대 드롭시킬 수 없었고 지금도 성적 증명서에 그대로 남아 있다.



기악 실습수업이 끝난 후에는 복음성가를 치고 싶다는 마음에 악보와 코드를 붙들고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영상으로 쉽게 가르쳐주는 게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독학을 했다. 일일이 키를 하나씩 눌러가며 왜 7이 붙는지 왜 m이라고 써놓았는지 알아가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나 그 피아노는 제가 졸업을 하고 외국 생활이 시작되면서 점차 한 쪽 구석으로 몰렸고 먼지만 쌓여가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결혼을 하면 꼭 다시 데리고 오겠다고 끝까지 못 버리게 했는데 작년에 일본으로 오면서 단돈 5만 원에 업자들에게 실려 새 주인을 찾아 어디론가 떠났다.







다시 시작해 보리라ㅡ



 요즘은 참 뭐든 배우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물론 이상하고 잘못된 정보도 많지만 인터넷과 핸드폰 또는 pc, 태블릿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검색할 수 있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알기 쉽게 제작한 영상이나 글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자피아노에 무지한 나 또한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고 백만 원까지 높였던 눈을 끌어다가 현실과 가성비에 맞춰 드디어 제품을 선택하고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 수개월을 고민만 하다가 이제는 그냥 아무거나 사고 싶다는 말이 너무 이해가 되는 3주의 끝을 보내고 지금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 있다.



일단 코드부터 다시 배우려고 한다. 감으로 익혔던 코드의 이론을 익히고, 다시 자연스럽게 반주하는 실력으로 키우고 싶다. 며칠 전 남편이 첫째 딸의 마지막 밥숟가락을 먹이며 이유식을 떠먹였던 딸이 이렇게 컸구나 싶어 뭉클했다고 하길래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 노래를 들려줬다. 아빠가 딸에게, 아빠가 아들에게 여러 가지 버전을 함께 보고 들으며 우리 부부는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후에 딸들이 시집가는 날, 도저히 눈물이 나서 직접 불러줄 수 없으니 엄마는 피아노를 치고, 아빠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찍어 영상으로 축하할 계획을 세우며 함께 기뻐했다.



또한 내년에 7살이 되는 첫째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싶다. 자식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지 안다. 어디까지나 목표일뿐, 두 어번하고 온라인 가상 선생님을 모실 거라 조심스레 예상되지만 딸과 함께 치는 피아노! 너무 낭만적이고 아름다울 거라는 기대가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엄마가 치는 피아노 선율에 맞춰 마음 따뜻해지는 노래를 매일 불러주고 싶다. 비록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하고 돈을 많이 벌어 멋진 장난감을 척척 사주는 엄마는 아니지만, 아이가 성장을 하고 어른이 되어 하루가 힘겨운 날이 왔을 때, 자신이 제일 좋아하던 노래를 피아노 치며 불러주던 엄마를 기억해 준다면 지금의 이 모든 시간이 의미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전자 키보드 추천


50만원 이하: korg b2, yamaha p45


70만원 이하: roland fp10 , yamaha p125, kawai ES110, korg D1(스피커 없음)


100만원 이하: roland fp30


100만원 이상: 몰라요ㅋㅋㅋ



전자 피아노 추천


야마하ydp164, 가와이kdp110, 코르그lp380



예산, 크기, 터치감, 소리, 디자인, 중고시세, 가성비, 사용빈도 등 자신이 중점을 두는 부분을 고려해서 구입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회사마다 특징이 있고 개인적인 취향과 선택이 다르기에 직접 쳐보는 것을 권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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