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링크드인으로 이상한 메시지가 왔다. AI 트레이너라는 재택부업을 해보라는 외국회사의 메시지였다. 기존에도 무슨 프로젝트를 해보라는 스팸 같은 외국회사들의 메시지가 있던 터라 이번에도 무시하려고 했는데, AI 모델 트레이닝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요즘 영어가 좀 되는 젊은 직장인, 대학생들이 비대면 부업으로 종종 한다고 한다. 마치 배달알바를 뛰듯이, 시간 날 때 머리를 좀만 쓰면 되는 부업이라고 한다.
호기심 많은 나는, AI시대에 새롭게 창출된 잡을 체험 해보고 싶었다. 온라인 교육을 받고 퀴즈에 통과하면 일감을 주는데 (주로 AI모델의 답을 평가하고 수정하고 피드백 주는 일), 테스크를 하는데 초집중해서 빨리 해야 하고 (타이머가 나와서 작업시간을 잼. 시간이 늘어지면 pay rate가 1/3로 줄어듬), 테스크가 엄청 다양해서 하나 익숙해져도 새 테스크를 주기 때문에 또 공부해서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처음엔 두뇌게임 레벨업 하듯이 조금 재미있었다가, 몇 시간 하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리고, 내가 미국 AI업체의 하청노동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자괴감에, AI 트레이너 부업 체험은 이틀 만에 그만두기로 했다. ㅎㅎㅎ
지난 주말에 개인투자자가 업인 지인과 이 재미난 알바 경험을 나누었다. 그 친구는 투자가 업이기 때문에 거시 경제, 산업트렌드를 항상 공부하는데, AI로 인한 미래 변화에 대해 그간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와의 대화에서 느낀 점이 많아, 대화의 요약을 링크드인에 남겨보기로 했다.
- AI 모델 트레이닝 잡이 AI산업의 엔트리잡 같은데, 결국 AI모델끼리 서로 트레이닝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고, 사람이 하는 트레이닝해 주는 역할은 초기단계에서나 가능할 듯. 1-2년 안에 사람의 AI트레이닝 잡은 사라질 것. 이미 트레이닝 테스크보다 훨씬 더 고도화된 수준의 답변을 AI모델을 내놓고 있음.
- 사람이 수번의 검색과 정보 수집, 정리, 요약을 거쳐 내놓을 추론과 분석을 AI모델은 수초도 안 걸려서 하고 있음. 이제 지식을 이용하는 모든 직업은 AI로 대체될 것임.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잡은 모두 영향을 받을 것임.
- 휴머노이드 AI 로봇의 발달도 가속화되므로 5년 안에 인간의 소근육 움직임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이 상용화된다면, 육체적 움직임이 필요한 잡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임
- AI가 극도로 고도화되면 결국 AI가 자아를 갖게 되고, 유저의 프롬프트가 아닌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게 되는 리스크가 있다고 함 (이 부분은 나도 좀 doubtful 한데, 만약 진짜라면 너무 무서운 일)
- AI가 모든 지식노동자/신체노동자/예술적인 직접을 결국은 상당량 잠식하게 될 것임. AI에게 그나마 덜 잠식되는 부분은 결국 신학, 철학, 인문학, 예술 분야임. (엔비디아의 젠슨황 CEO가 AI시대에 Computer Science를 전공하지 말고 인문학을 전공하라 말했던 것 기억하는가? AI 시대에는 문사철 전공자가 각광받을 것인가?)
- 향후 10~20년에 AI가 거의 모든 인간의 직업을 잠식한다면, 인간은 생산자의 역할을 할 수 없고, 소비자의 역할만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생산을 못하는데 어떤 자본으로 소비자를 할 수 있는가?
- 인간은 사업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그 자본으로 AI노동자를 써서 사업소득을 다시 창출한다. 혹은 그 기업에 투자를 한 자본 이익으로 살게 된다. 그러나 사업가도 자본가도 아닌 일반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정부가 일반인간에게 최소한의 소비를 위한 기본급여를 제공할 것이다. 그 세원은 기업가와 자본가에게 차출될 것이다. 결국 AI는 부의 양극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사업/자본소득을 가진 계급, AI 관련된 아주 소수의 직업계급, 대다수의 일반인 계급 (이들은 AI 랑 임금 수준이 거의 같을 것이라 매우 소득 수준이 낮을 것이므로, 정부로부터의 기본지원이 필요함)으로 나뉠 것이다.
재미난 AI 알바체험 경험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대화를 이어가면서, 약간 무서워졌다. 1시간의 대화였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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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의 업이 10~20년 이내에 AI에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사람이 있는가? 어느 정도 대체된다면 나는 어떤 부분에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그 부분은 결국 인문학인가? 미세한 소근육의 움직임이 필요한 부분인가?
우리의 자녀들이 10~20년 이후, AI가 잠식한 직업시장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야? AI에 관련된 아주 소수의 직업 계급에 들어가던가, 사업가나 자본가가 되어야 하는가? 하지만 젊은 세대가 무슨 자본이 있단 말인가. 혹은 정부의 수당을 받으며 편안하게 소확행 하며 살아도 된다. 생산이 아닌 소비만 하는 주체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AI붐이 여기저기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기존 포털의 검색이 아니라 챗GPT에게 답을 구하는 게 보편화되는 것을 보면서 혼자 생각을 해봤다.
링크드인에 가끔 생각을 정리해서 올리곤 하는데, 이번만큼 내용에 대해해 자신도 확신도 없는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더 성큼 와있는 미래에 대해 불편한 화두를 올려보고 싶었다.
10년 이후, AI가 얼마나 우리의 직업을 잠식할 것인지, 인간은 어떤 것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우리나라의 엄청난 인구감소 리스크를 AI가 헷지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것 하나는 다행이다. AI노동력을 잘 쓰면 인구감소로 동력이 떨어진 우리 경제에 상쇄효과가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