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처럼 톡 쏘는 리더들의 날것의 감정과 생각을 오늘도 접했습니다.
나는 꽤 오래 현업에서 HR담당자로 일했는데
가장 보람을 느끼고 즐겁고 행복했을 때는, 조직 내 다양한 구성원들과 교감을 했을 때다.
그중 가장 즐거운 경험의 순서를 꼽으라면 역시 교육이다. 나는 조직개발팀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교육을 참 많이 했는데, 교육의 대부분은 즐겁고 신나고 희망차다.
그중에서도 신입사원 교육이 1등으로 신나고 재미있다. 다음은 인턴사원 교육이고, 세 번째는 신임팀장 교육이다. 그다음은 선발된 핵심인재 위주의 교육이다. 신임임원 교육은 주로 리전이나 본사에서 진행했는데, 뭐 이 분들과 함께 하는 교육은 그다지 재미는 없다. 언제나 진지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런 오프라인 교육이 비용대비 효과가 없다고 많이 줄었고 비대면으로도 바뀌고 있지만, 내가 꼰대라 그런 건가 '정말로 정교하게 잘 디자인된 오프라인 교육"은 구성원의 소속감을 높이고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효과가 좋다. 그만큼 투자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단, 조건이 있다. 첫째 조직 내부의 니즈를 완벽히 반영한 아주 정교하게 잘 디자인된 교육이어야 하며 (업체에서 시판되는 프로그램을 HR노력 없이 그냥 사들여오면 십중팔구 돈낭비가 된다), 둘째, CEO 등 경영진의 완벽한 서포트가 있어야 한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물론 조직구성원들과의 교감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즐거운 경험이 20%라면 나머지 80%는 구성원들의 불만, 원성, 짜증을 바로 겪어내야 하기도 한다.
너무나 중요하지만 정말 인기 없는 인사제도 설명회, 경영진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데 참여를 정말 이끌어내기 어려운 경영진 팀빌딩 워크숍, 본인의 결과를 부정하거나 이유를 설명하시는 리더십 진단 결과 1:1 브리핑, 저성과자 면담 혹은 저성과자가 고민인 리더와의 면담, 비전 선포식, 경영진과의 대화, 법정필수교육 등등
현업 HR을 팀원으로서 팀장으로서 20여 년을 하고 이제 부장, 이사를 달면 팀리더가 되면서 약간 뒤로 물러나 고위급(?) 리더만 상대하게 된다. 풋풋한 신입사원 인턴사원을 만나고 싶지만, 나는 그냥 클로징이나 오프닝만 해주면 된다고 한다.
그러다 임원이라도 달게 되면 그런 신나는 경험들은 실무자들이 하면 되고, 나는 현업에서 살짝 밀려나게 된다. 실무진과 함께 인사제도를 만들고, 이것을 조직 내 변화관리할 계획을 짜고, 나는 경영진을 설득한다. 제도가 시행되면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듣는다. 바로 듣지를 못하고 실무진들을 통해 듣는다. 고운 말도 있고 쓴 말도 있다. 사실 후자가 더 많다. 여하튼 직접 들어보려 하지만, 나에게 제대로 이야기해 줄 사원급 과장급은 없다. 결국 동료 임원에게 가서 피드백을 듣는다. 그들의 피드백도 사실 날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날것의 표정을 볼 수 있는 현역코치로의 삶이 좋다.
내 질문에 고민하고, 무언가를 깨닫고, 신나서 이야기하는 고객리더의 모습.
뭔가 의구심이 있고 궁금함이 끓어올라 질문하는 고객리더의 모습.
나의 질문에, 말 한마디에 '아 맞아요 코치님 말씀을 들으니, 이런 생각이 떠올라요.'라고 기쁘게 말해주는 그분들.
얼마나 이 표정들을 내가 좋아했고 그리워했는지.
리더들을 바로 만나 그들의 날것의 생각과 감정을 들을 수 있고
그들이 변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이제 그들의 표정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내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나는 현업으로 뛰는 코치라 너무나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