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다면 피드백이 아니다?
이글에서의 피드백은 인정, 칭찬과 같은 강화피드백 (상대의 행동을 더 촉진시키는) 이 아니라 행동변화를 요청하는 교정피드백을 의미합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것은 고쳐야해'라고 교정피드백을 준다면 대부분 그 목적은 두가지 중 하나입니다.
(1) 내가 정말 걱정되어 발전되기를 바랄때 (2) 나를 비난하고자 할때
잘 다듬어지지 않은 피드백은 (1)인지 (2)인지 알수가 없어, 대부분 (2)로 받아들여지면서 피드백의 수용성이 떨어집니다. 속칭 마상도 입고 상대를 아예 거부하거나 두려워하게 되죠. (1)로 인식되는 피드백도 일단 귀에 쓰고 받아들이기 어렵고 마상도 입습니다만, 상처에 딱지가 올라 앉듯이 더 단단해 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1)의 의도로 피드백을 주었지만, (2)로 느껴질수도 있었던 리스크도 있었던, 하지만 잘 마무리된 제 경험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저의 발전을 위해서나, 제가 코칭하는 리더들을 이해하는데도 이런 성찰이 도움이 될 것 같아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얼마전 아끼는 후배와 통화를 했습니다. 통화전 톡으로 무언가를 장시간 논의하고 있었는데 커뮤니케이션이 꼬이자 후배가 먼저 전화를 한건데요. 통화에서, 이 후배가 지시적, 설명적인 태도로 저에게 설명을 길게 하면서 본인이 알아서 하고 있으니 선배는 굳이 신경쓸 필요없다고 말했습니다. 선배는 신경쓰지 말라며 배려하는 내용이었지만, 듣는 저는 기분이 몹시 상했습니다.
내용보다도, 그 말을 하는 후배의 분위기는 '자 내가 이렇게까지 알아서 하고 있는데 도데체 왜 자꾸 물어보는거야? 내가 지금 얼마나 바쁜데, 이렇게까지 설명을 해줘야 하나? 이젠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되고 선배는 질문하지 말아줘'라고 느껴졌어요.
마치 회사에서 보스가 할일을 알려주는데 못알아들어서 직원이 자꾸 바보같은 질문을 할때, 열받은 보스가 조곤조곤 설명해주지만 '너는 이런것도 못알아듣니?'라고 혼내는 느낌의 말투였어요. 정말 수년만에 부하직원 입장이 되어서 혼나니(?) 너무 억울했습니다. 제가 자꾸 질문한 이유는 후배가 알려준 사전 정보와 후배의 의사결정 방향이 다르니 확인을 해보고 싶어서 물었던 거였어요. (나중에 물어보니 그 정보를 내게 준 사실도 후배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TT)
코칭을 하는 입장에서 조직리더를 하는 후배가 회사에서도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겠구나 생각하니 뭐랄까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뛰며, 코치로서, 선배로서 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피드백을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친구가 조직에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기에 좀 힘들고 어색하지만 피드백을 주고 싶다고 하고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달랐죠.
저는 코칭 전문가니까 능숙하게 피드백을 할거라는 생각과 달리 제 피드백은 버벅거렸고, 후배는 그 피드백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지만 받아들이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자기입장 설명에 많은 시간을 썼고, 저는 그런 후배의 이야기에 자기 말만 되풀이하는 조직리더들이 생각이 나서 내 입장을 재차 설명하는,,,, 평행선 같은 내용이 30분간 이어졌습니다.
결국 긴 통화와 톡 끝에 좋게 마무리되긴 했지만
저는 이 일을 업으로 하는지라, 30분의 통화녹음을 들으며 복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녹음본을 복기한 결과! 피드백을 주는 자와 받는 자 입장에서 무엇이 learning point 였을까요?
감정을 자제하는 시간을 갖자: 감정적으로 혼란한 상태에서, 내가 피드백을 잘 줄 수 있다고 자만했어요. 좀더 시간을 가진 뒤 정제할걸... 싶었습니다.
I-message의 정교화: '지금 너의 말하는 방식이 공격적이다'라고 말했는데 you-message로 느껴졌을것 같아요. 팩트위주로 말하라고 코칭하는 제가 이렇게 가치판단적인 용어를 쓰면 되나요? 말하고 바로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이후 바로 i-message로 교정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좀 놀라고 당황하고, 이렇게까지 말할 일인가? 싶어졌다' 라고 나의 감정 표현에 힘썼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 상대방이 반박하고 자기 입장을 설명할 때, 적극적으로 듣고 공감해야 하는데 '아 또 후배가 자기 입장만 말하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해버렸죠. 온전한 공감적 경청이 어려웠어요. 내 안에 감정이 드글드글 했나봅니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사과: 후배는 자신의 말투가 그리 느껴진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안함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래. 그렇게 내말투로 그렇게 느낀건... 내가 미안해. 미안한데,..."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선배가 기분나쁘니까 일단 미안해 라고 말하고 넘어가는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업무상 실수는 절대 인정 못함: 제가 후배의 정보전달에 문제가 있었음을 언급하자 '자신의 정보 전달건'을 확인하는 듯한 정적이 있었어요. 팩트확인 후에 '아 내가 이 내용을 전달한 것을 깜박했다. 이것 때문에 선배가 자꾸 그런질문을 했구나. 이해되네'라고만 해줘도 좋았을겁니다.
후배는 그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냥 덮어두고 그래도 본인이" 다시 업데이트된 정보를 줬잖아. 그걸로 갈음했어야지, 선배가 잘못 가정한거야. 하지만 그래,,, 선배가 내 말투로 기분나빴으니 미안해. 고칠게" 말하더라구요. 뭔가 당신의 기분은 상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나의 업무상 실수는 인정할수 없어라고 하는 리더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했습니다.
너무 제 입장에서 글을 쓴 것 같기도 하네요.
제가 이 글을 쓴 것은 아끼는 후배에게 피드백을 전달하면서, 그로부터 제가 코칭했고 만나뵈었던 많은 리더들의 모습이 오버랩이 되었기 때문이죠. 그러한 리더들로부터 힘들어하는 구성원의 입장에 빙의를 했던 경험이었구요 ^^
후배와의 피드백 타임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진정 그가 어떻게 스스로 변화할수 있을지는 미지수에요. 사실 제 피드백이 진심으로 수용되었을지도 알수가 없죠.
코칭을 하다보면 수용하는 리더는 엄청난 자기반성과 반추력을 가진 분이세요. 저도 이 경험을 통해 저의 피드백스킬과 상대방을 수용하는 스킬이 아주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또한 현업리더들이 겪는 생생한 pain point를 직접 경험한 셈이라, 복기하는 글을 써서 저의 발전에 도움을 스스로 주고 싶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도 자기 반성을 해봅니다.
몇가지 중요 포인트를 정리해보겠습니다.
- 피드백은 정교하게 최대한 i-message 로 주어야한다. 나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자.
- 상대방이 피드백에 대해 자기 입장을 설명하면 일단 나를 버리고 들어주자. (너무 힘들지만) 끝까지 다 듣고 내 입장을 다시 i-message로 말하자.
- 미안하다고 말할때. 그것으로 끝내자. 감정이 진짜 미안할때 미안해라고 말하자. 미안하지 않은 미안해라는 말은 다 티가 난다. 최악은 '미안해. 미안한데~'이다. 미안하면 그걸로 끝이지 토는 달지말자.
- 자기의 실수를 발견하면 빨리 인정하자. 어차피 상대는 다 알고 있는데, 하늘을 손으로 가릴수 있나. 그냥 쿨하게 아 그건 내가 실수했네요. 그것 때문에 혼란스러웠겠군요. 앞으로 조심할게요 (미안하다는 말을 정 하기 싫으면 이렇게라도 하자). 상대는 이미 나의 실수를 알고 있다. 나의 태도를 보고 있을것이다.
코칭현장에서 피드백을 많이 드리지만, 일단 코칭이라는 특수상황이고 코치는 피드백을 많이 드리는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감정과 사안이 첨예한 상황에서 피드백을 주고받을 일이 없다. 그래서 이번의 경험이 더욱 소중하다. 보다 현업의 질퍽한 피드백을 체험했다고 해야할까?
앞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줄때 받을때, 그리고 리더를 코칭할때 발전할수 있는 포인트가 되어줄 거라 생각하고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