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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코치 Mar 06. 2024

5년 뒤, 10년 뒤 우리 일터의 모습은?

미국과 일본의 모습을 보고 예측해 볼까요.

우리나라의 workforce의 역동성이나 일의 방식이 미국이나 일본의 그것을 10년, 20년의 간격으로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비즈니스 상황이나 사람들의 성향은 미국의 방식을,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인력의 변화는 일본의 방식과 유사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를 예상할 때 미국과 일본의 트렌드를 살펴보는 편이다. 이는 경험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20대 후반에 DuPont에서 HRD 커리어를 시작할 때, 당시 North Asia region에서 함께 팀원으로 일을 했던 두 명의 일본 동료가 기억이 난다. 한분은 50대 중후반은 되어 보이는 시니어 여성 리더였고, 다른 한 분은 나와 비슷한 연배의 20대 주니어 여성 분이었다. (두 분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너무 죄송하다 TT)  


보통 50대 중후반의 나이에는 임원이나 대표가 되거나 은퇴하는 것이 수순인데, 어떻게 그런 많은 나이에도 시니어 팀원급으로 실무업무를 하고 계실까? 게다가 그분은 여성분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 50대 여성분이 그 연배에 실무선에서 활동하는 것은 참으로 생경하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시니어 여성 리더는 너무 열정적이고 신나게 실무 현업을 하고 계셨고, 그런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은 APAC team에서 나 혼자인 듯했다.  



근 20년이 지나 2019년에 eBay HR Global Org. & Talent Development Team workshop을 참석하러 산호세 본사에 출장을 갔을 때 일이다. 글로벌로 2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팀 규모였던 우리 팀은 무려 3일에 걸친 팀워크샵을 준비했는데. 준비한 멤버는 아무래도 본사에 베이스 하던 동료들이고, 아시아와 유럽의 동료들은 열심히 참가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준비팀에는 본사 동료들 외에 낯선 얼굴이 두 분 보였다. 그들은 이 워크숍 때문에 고용된 '알바생' 들이었는데, 한 분은 반백발의 젊은 할머니 같은 분이고 다른 한분도 넉넉한 중년의 언니(?)로 보였다. 두 분은 워크숍 때문에 외부 벤더에서  일종의 진행보조(?) 역할이었다.  


보통 한국에서는 그런 인력은 팀 막내를 쓰던가, 혹은 진짜 초짜 알바생을 진행요원으로 쓰기도 하는데, 그 두 분은 사뭇 느낌이 달랐다.  그 두 분은 매우 능수능란했다. 특히 반백발의 할머니는 여유로운 자세로 워크숍 진행을 도왔는데 필요시 그룹 토의를 정리하거나 퍼실리테이션을 하거나 발표를 도와주는 등의 일종의 디렉팅 역할까지 하셔서 단순한 행사보조 역할이 아님이 느껴졌다.  



아이가 둘인가 셋인가 있다는 또 다른 알바생(?) 언니는 3일간의 진 빠지는 워크숍을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각종 케이터링과 준비물들을 세팅해 주셨다. 그리고 집에서 손수 만들어온 레모네이드를 아침마다 가져와 힘들 때마다 마시라고 따라주며 넉넉한 미소도 지어주었다. 뭔가 이벤트 플래너의 고수의 느낌이 있었다. 


3일간의 워크숍을 마치고 모두 작별하는 자리에도 이 두 명의 전문 인력은 끝까지 행사호스트의 일원으로서 유럽으로 아시아로 돌아가는 동료들을 배웅하고 허그해 주며, 본사팀을 도와 행사를 잘 마무리해 주었다. 


그 두 분은 모두 업무 경력을 오랫동안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반백발의 단발머리를 하셨던 분은 현업에서 HR전문가로서 오래 일하시다가 은퇴한 후에, 프리랜서로 기업의 워크숍을 도우며 퍼실리테이션도 함께 해주시고 계셨다. 


그래서 그런가 워크숍에서 핏대 세우며 토론하는 우리들을 마치 후배 보듯이 '기특하네~~'라는 표정을 짓고 계셨던 것 같다. 다른 레모네이드 언니도 젊었을 때 일을 했지만 육아에 집중하면서 지금은 플랙서블 하게 일한다고 했다.  


참, 미국이란 나라는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구나. 인력시작이 참으로 유연하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국과 일본의 workforce의 특징을 따라가는 양상을 가진 우리나라를 생각해 봤을 때, 우리도 10~20년 이내에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일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라고 당시 생각했었다. 





그 후에, 코로나 3년, 그리고 인구 감소, 업무 방식의 변화 등은 이런 변화를 가속화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낮은 우리나라의 인구감소율은 앞으로 젊은 노동인력을 충분히 구할 수가 없으므로, 대체 인력으로 중장년의 가용률이 올라가게 할 것이다. 더욱더 많은 중장년은 경제적 여력이 높으므로 플렉시블 한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중장년은 계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기회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물론 마켓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과 경험이 있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AI가 업무에 통합되면 될수록, entry레벨의 업무를 니즈가 줄어드므로, 기존의 3명의 주니어가 할 수 있는 일을 AI를 잘 다루는 1명의 주니어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구 감소의 시대에 이는 다행스러운 것일까.

 

또한, 불확실성의 시대이므로 정규인력은 최소화하고 가급적 외부 벤더와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 반백발 알바생 할머니도 벤더를 통해 공급받은 전문 인력이었다!!! 결국 우리 사업에 필요한 가치를 제공해 주는 훌륭한 벤더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중요 역량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도래하고, 인구변화가 일어나고, 일하는 방식이 변화한다. 어쨌든 이러한 변화를 미리 겪은 나라의 workforce형태를 참고하여 미래 우리나라 일터의 모습을 그려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정말로 20년 전 내가 경험했던 일본의 50대 시니어 팀원의 모습을 요즘 우리나라 일터에서 흔히 보고 있다. 그리고 불과 5년 전 미국 본사에서 만났던 반백발의 전문알바생의 모습도 이제 머지않아 몇 년 내에 우리 일터에서 흔히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우리의 일하는 모습은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이며, 우리의 아래 세대는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이들 나라의 케이스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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