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표준과학 연구원 필기시험 점수와 결과가 나왔다. 예상했듯이, 나는 탈락이었다.
하지만 독서에 심취하여 필기시험공부 안 한 지가 1년이 되어서 찍은 것치고는 점수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서 만족한다. 독서를 하는 열정만큼 NCS를 공부했으면 필기시험에 합격은 쉽게 했을 텐데... 신랑은 내 점수를 보더니 ‘커트라인이 생각보다 낮았네. 좀만 공부하면 통과하겠는데? 힘들겠지만 틈틈이 계속해봐’였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라 그런지 수리능력이나 자원관리능력 문제만 나오면 어려운 건 다 찍고 공부도 포기했다. 물론 다른 파트의 문제들도 어렵지만 그나마 책을 많이 읽어서 언어능력 이런 건 곧잘 풀겠는데 다른 능력은 아예 자신이 없으니 풀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취업 준비생들처럼 과외를 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기엔 돈도 아깝고 그만큼 절실하지는 않다. 작년에는 카이스트 교직원 무기계약직 필기 합격까지 하고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던 나인데..
2021년에는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전광역시 교육공무원 시험을 봤었다. 내가 응시했던 분야는 ‘특수교육 실무원’이었고 학력, 학벌, 스펙을 보지 않고 누구나 응시할 수 있었다.
특수교육이라 조금 힘든 아이들을 관리해야 해서 힘들겠지만 방학 중에는 근무를 하지 않는 좋은 직종인 것 같아서 도전해 보고 싶었다. 시험문제는 NCS보다 어렵진 않아서 ‘공부 조금만 하면 통과하겠는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친 시험은 시험이 어떤 식으로 나오는 건지 파악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응시했었는데 지금은 관심조차 없다. 시험 치고 나오면서 만난 아주머니랑 같이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수다를 떨었는데, 유치원 선생님 출신 경단녀라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전담사’를 응시했다고 하며 서로의 합격을 기원하며 헤어졌다. 아마 그 아주머니는 지금 계속 도전 중이시겠지?
나는 공기업, 연구원에 도전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맞벌이를 하고 싶어서이다. 내가 공부했던 것들을 썩히기엔 너무 아깝고 집에서 주부로만 있자니 집안일이 더 힘들고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주부로 집에만 있으니 우울하고, 나 자신이 한심스러울 때가 많다. 물론 주부를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주부 체질이 아니라는 이야기) 살림 빼고는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으면서 정작 살림엔 너무 관심이 없다. 어질러있어도 치울 의지도 없고 방치하는 게으름쟁이이다. 책 읽고 글 쓰는 열정을 집안일에 쏟아부었으면 집이 깨끗해질 텐데...
두 번째는 신랑의 지인 아내들은 대부분 공기업 직원, 교사, 공무원이 많기 때문이다.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백수인 나는 기가 죽고 당당하지 못하다. 신랑 지인분들의 반응도 신경이 쓰이고.. 물론 내가 그 사람들이랑 사는 게 아니고 남편이랑 살 거라서 남편이 신경 안 쓰면 상관없지만 내가 당당하지가 못하니 밖에서 직업을 물어보면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주부예요’라고 말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 남동생은 2017년인가 2018년에 SK하이닉스에 취업을 해서 잘 다니고 있다. 아빠도 대기업, 남동생도 대기업인데 장녀인 나는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으니 부모님께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지 않은 것 같아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많다. 물론 부모님은 아무런 신경도 안 쓰신다고 해도 결혼 전에 ‘우리 딸은 아직 백수예요, 그냥 작은 회사에 다녀요’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물론 직업, 직장에 상관없이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만 남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들 앞에서 떳떳하려면...
신랑이 격려해 주고 지지해 주는 만큼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