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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문미영 Oct 04. 2023

무시하는 사람은 언젠가 벌 받는다

11층에 살던 친구


예전 친정집은 포항에서 교육열이 높다는 ‘지곡동’이었다.

나는 4층, 친구는 11층에 살았다.

신기하게도 11층에 살던 친구네는 남동생이 한 명 있는데 그 남동생도 내 동생이랑 같은 반이었다.

하지만 내 친구는 나보다는 공부를 조금 더 잘했다.

물론 친구 엄마가 공부를 더 악착같이 시키셨다.

친구네 남매가 점심시간만 되면 엄마가 학교까지 태우러 와서 집에서 점심을 먹이고 공부를 시키고 다시 학교로 데려다주는 루틴을 반복했다.

나는 같은 동네에 살아서 등하교를 같이 했다.

어느 날, 내가 친구랑 놀고 싶어서 친구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안녕, 나랑 놀자.”

“나 공부해야 해서 엄마가 놀지 말래”라며 나를 바로 내쳤다.

나는 서운하기도 하고 기분 상해서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

엄마도 딸에게 매정하게 한 아줌마가 싫으셨는지 아직도 가끔 그 집 이야기를 한다.

결국에 내 친구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포항제철고등학교’에 들어갔다.

내 동생도 내 친구 동생도 포항제철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내가 공부를 잘 못해서 동생도 공부를 못하는 줄 알고 약간 무시했었다고 한다.

“미영이 누나가 공부를 못해서 못하는 줄 알았는데 너는 그래도 좀 잘하나 보네.”라고.

내 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권 대학에 들어갔고, 친구 동생은 삼수를 해서 경북대학교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 잘 살고 있냐고?

내 친구는 부산 동아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해서 간호사를 하고 있고, 동생 친구는 졸업하고 취업을 못해서 지금 방황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도도하게 굴고 무시하던 아줌마의 자녀들이 잘 안 되고, 오히려 나랑 동생이 잘 되니 엄마는 은근히 통쾌하다고 하셨다.

그 아줌마는 동네 주민들에게도 도도하고 인사를 잘 안 하실 정도로 이미지가 별로 안 좋은 분이셨는데 결국엔 벌을 받는가 보다. 친구 아줌마를 보니 ‘사람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른다. 본인보다 못하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얕잡아 보는 행동은 언젠가 탈이 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부를 잘한다고 잘 사는 것도 아니고, 사람 인생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으니 겸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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