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친정에서 부모님, 동생과 술을 마셨다.
남편은 원래 소주 2~3병이 주량인데 그날따라 동생이랑 이야기하면서 마시느라 술을 좀 많이 마신 것 같다. 담배도 피울 겸 산책 삼아 밖에 나가자고 했다.
나는 나가기 귀찮았지만 낯선 동네라 혼자 나가는 것은 싫어해서 같이 나가주었다.
물론 나도 사케를 조금 마신 터라 약간 취기는 있었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우리 집 앞에는 돌로 된 다리가 있고 그 옆으로 물이 있다.
그래서 낮에는 조경이 이쁘고 밤에도 맨 정신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건널 수 있는 정도의 다리이다. 하지만 남편은 술을 많이 마셔서 자기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눈은 풀리고 혀가 꼬인 상태였다. 술을 자제를 못하니 항상 나는 불만이 많다.
이날도 어김없이 남편이 또 비틀대며 제대로 못 걷기에 나는 뒤에 따라가면서 ‘저러다가 넘어지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혼자 앞장서서 돌로 된 다리를 건너가더니 갑자기 중심을 잃었다.
중심을 잃으면서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고 말았다.
‘첨벙’
‘윽’
남편이 놀란 표정으로 넘어지더니 금방 일어난다.
이미 물에 빠져서 옷은 다 젖고 머리까지 축축하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남편 앞에서 배꼽 잡고 웃는다.
그러고 난 뒤 정신을 차리고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라고 물어본다.
남편은 다행히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
머리를 안 다쳐서 다행이다.
얕은 물이라 다행이고,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라 지나가는 주민이 거의 없어서 다행이었다.
엉덩이로 떨어져서 그런지 엉덩이가 좀 아프다고 한다.
바지에 묻은 물을 좀 짜내고 위에 입었던 조끼는 벗어서 나에게 건네준다.
안 그래도 밤에는 쌀쌀하고 추운데 물에 빠져서 그런지 술이 깬다고 한다.
“어유, 술이 확 깨네.”
젖은 상태로 집에 들어간다.
엄마가 놀란 표정으로 쳐다본다.
“뭘 했길래 물에 젖어서 왔어?”
“요 앞에 돌다리 있잖아? 거기에 빠졌어.”
엄마도 이 상황이 웃기는지 깔깔대며 웃는다.
장모님 앞에서 민망하고 부끄러웠는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가끔 술 마시고 허당끼를 보여준 적이 많아서 술 마시고 취한 모습을 보면 웃길 때가 많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신발이 햇볕에 말려져 있었다.
새벽에 출근하는 아빠가 “정서방 신발이 왜 이렇게 젖었어? 빨아서 말려줘.”라고 해서 세탁기로 운동화를 빨아서 말려두셨다고 한다.
친정에 올 때마다 술에 취해서 웃긴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니 엄마 아빠에게 민망하기도 하고 그래도 사위라고 좋게 봐주시려 하시는 모습에 감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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