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개들과의 살 떨리는 만남

길 개들의 천국 터키 길 한복판에서

by BAEK Miyoung









출처: 인스타툰 개큰개파이 시즌2, 10화 (2020년 11월 3일 업로드)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 때는 새벽 6시의 이른 시간이었다. 숙소가 있는 공항 근처 Gokturk지역으로 가 허겁지겁 끼니로 배를 채운 운 후, 긴장이 풀린 채 숙소에서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이미 한 낮을 지나 오후 시간에 접어들고 있었다.

개와 데리고 나선 길거리는 이른 새벽 정신없이 본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낯선 길, 언어, 사람, 바람마저 낯선 이곳에서- 주변 풍경 무엇과도 어우러지지 않는 우리 가족이 사람들이 시선을 받으며 서 있었다. 조심스레 눈으로 주변을 훑으며 천천히 산책을 했다. 도시는 나름 세련됐지만 길들이 매우 좁고 공원 같은 한적한 공터가 없어 산책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반대 방향에 누워있던 길 개들과 딱 마주쳤다. 그중 한 마리가 우리를 향해 으르렁대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터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길 개. 한참이 지나고서 안 사실이지만, 해당 도시 바로 옆에 야트막한 산이 있어 길 개들과 더불어 산 개도 많은 지역이라고 한다. 그 탓인지 길 개들의 숫자가 유달리 많은 동네였다. 그리고 그 개들을 자극하는 낯선 냄새의 우리가,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한 마리가 짓기 시작하자 사방 여러 저기 흩어져 있던 개들이 우리 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개들의 덩치는 우리 개에 비할 바가 아니게 크다. 목줄도, 그들을 통제할 사람도 주변에 없다. 등골이 서늘하고 머리끝이 쭈뼛 선다는 말을 그때 실감했다. 개를 보면 얼어붙는다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런 거겠구나, 사람이 겁이 나면 억 소리도 나오지 않는구나 싶었다. 마치 먹이 사냥을 위해 한쪽으로 먹이를 몰듯, 개들은 우리를 에워쌌다. 나와 남편은 그 자리 그대로 얼어붙어 점점 좁혀오는 개들의 포위망 속에 고립되어 갔다.

다행히, 때마침 나타난 주민들이 개를 쫓아내 준 덕분에 상황은 종료됐다. 개들은 살벌한 외관과는 반대로 약간의 위협만으로도 금세 겁을 먹고 도망가는 쫄보들이었다. 도망가는 개들의 귀에는 작은 표식이 있다. 정부에 의해 관리되는 길 개의 표식이었다. 듣기로는 이런 길 개들은 사람을 무서워하도록 교육받는다고 들었던 것 같다. 살벌했던 상황이 별 탈 없이 일단락되어 한시름 놓긴 했지만, 그 후 몇 차례 길 개들이 무섭게 짖어대며 쫓아오고 통에 산책 나가는 일이 곤욕이었다. 쫓아오는 길 개들을 향해 나름의 위협을 가해봤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위협은 1도 통하지 않았다. 동네 주민들이 우리 뒤를 쫓는 개들을 쫓아내고, 다시 개들이 따라붙는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됐다. 며칠이 지난 후, 우리에게서 낯선 냄새가 어느 정도 잦아든 모양인지, 길 개들은 더 이상 우리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오지 않았다.


터키 길 개는 사람들의 포용 속에 도시 어딜 가든 잡초처럼 강한 생존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 물림 사고로 인한 원성이 많아져, 사회적으로 길 개들을 향한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고 한다. 앞으로 그들의 운명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터키에 오자마자 길 개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강렬한 길 개들과 첫 대면식을 마쳤다. 앞으로 내 개와 이 개들에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여러 생각이 오가게 된 건, 이로부터 꽤나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다.

터키의 길 개. 이곳은 대학 캠퍼스 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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