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10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스무 살부터 마흔 살까지

by BAEK Miyoung

얼마 전부터 소소하게 즐기고 있는 네이버 서비스가 있다. 네이버 지도로 들어가 거리뷰를 클릭하면 도로를 따라 거리 곳곳을 구경할 수 있다.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서서 양 사방을 훑어보는 느낌이 드니 신기할 따름이다. 거리뷰는 거리의 최신 풍경뿐 아니라 같은 장소의 옛 풍경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나는 내가 살았던, 혹은 익숙하게 지내왔던 동네의 옛 모습(옛 모습이래 봤자 2010년 풍경이 가장 오래된 자료다.) 요리조리 훑어보길 즐겨한다. 눈에 익은 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정신은 2010년 어디쯤으로 돌아가 있다. 그곳에는 아직 어딘지 촌스러운 간판과 영세한 가게들, 익숙한 프랜차이즈들의 옛 간판들을 공간을 메우고 있다. '스마트폰'이 온 세상을 지배하기 전이라 행인들의 눈은 핸드폰이 아닌 눈앞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15년 전, 어쩌면 그보다 먼 과거의 공간과도 같은 그곳을 향해 나는 곧장 빨려 들어간다. 어느덧 그때의 냄새와 기억, 그리고 20대 중반 내가 느끼고 아꼈던 여러 감각들이 깊은 바다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찬 공기방울처럼 피부 위로 떠오른다. 그러다 내가 마주하는 건 단지 평평한 모니터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 현실로 돌아오는 경험을 참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게 꽤나 중독적이라 틈만 나면 이따금씩 네이버 거리뷰를 찾아보게 된다. 내게 익숙했던 거리가, 나의 한 부분이었던 시간이 어느새 '옛' 것이 되어 저 먼 기억 뒤편에만 남아있는 사실이 슬퍼서일까. 아니면 어느새 나이를 먹은 스스로를 한번 더 실감하기 위함일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올해 마흔이 되었다. 생일 전이니 만 39살이라 우기고 싶지만 내 생일은 이른 편이라 만 나이도 어차피 금방 맞이해야 한다. 그러니 지금 그냥 마흔이라 퉁쳐도 된다. 누군가 30대까지를 인생의 여름이라 말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내 인생은 이제 가을의 문턱에 다다랐다 말할 수도 있을까.

스무 살부터 마흔 살까지, 나는 20년간 10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이 문장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나는 꽤나 성실한 창작자였다.

오래 지속할 만큼 이 일을 충분히 좋아하기도 했다.

10편 모두 같은 마음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며칠 만에 만든 작품도, 지나친 욕심으로 몇 년을 붙들고 만든 작품도 있다.

오랜 기간 한 가지 일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건 여러모로 운이 좋았던 덕이다.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한국 작가들 중에서도 작품 편수가 꽤나 많은 축에 속한다.

추측건대, 이 일에 오랫동안 몸담은 작가가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단편 애니메이션을 발판으로 더 넓은 장르로 나아간 작가들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즉, 나는 한 자리에 쭉 머물러왔다.

그 선택에 옳고 그름은 없겠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머무는 쪽'을 선택함으로써 내가 만든 작은 세계 안에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굉장히 '개인적인' 작가가 되었다.

내가 건너온 시간은 같은 기간 한정,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변해왔다. 앞으로의 시간은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11번째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을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여러 고민이 많다.


흐릿한 회색의 10대 시절을 건너 '나'라는 자아가 또렷해진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에 할애했다. 덕분에 내가 만들었던 작업들로 나의 궤적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내 청년기를 10개의 키워드로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번쯤 내가 만든 작업들과 그를 만들면서 보고 느끼고 배웠던 생각들을 쏟아내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특히 10번째 작품을 마무리했던 작년에는 그 바람이 커져서 임신한 배를 이고 지고 여기저기 글을 쓰러 다녔다. 오래 앉아있을 수 없어 몇 개월간 겨우 전체 작품의 절반 정도만 간신히 갈무리했다. 그렇게 쓴 글을 정리하여 몇몇 출판사 문을 두드려보기도 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거절 의사를 친절하게 전달해 준 한 출판사로부터는 '읽는 이를 너무 의식하지 않고 쓴 글'이라는 평을 들었다. 맞는 말이라 대꾸할 말이 전혀 없을 지경이었다. 글을 쓸 때조차 나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작가'였나 보다.

잠시 글쓰기를 멈추고 쓴 글들을 톺아보고 정리했다. 10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배웠던 점들, 아쉬웠던 선택들, 작품의 이미지와 이야기, 여러 결과들에 대해서 이미지와 영상을 한데 어울려 쓰기에는 면면의 책보다는 웹이 훨씬 적합한 플랫폼이 될 것 같았다. 언제 글이 다 정리될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차근차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의 서두를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