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너의 탄생은 음악과 함께

꿀꿀한 심리는 덤으로-

by BAEK Miyoung

2009년-2010년 넘어갈 즈음


유학 중 가장 고비를 맞는다는 유학 2년차.

한국에 대한 갈망이 갈수록 짙어지는 농익은 향수와 더불어 프랑스에서 만든 첫 애니메이션 <고래>를 매듭짓고 일종의 산후우울증(?) 같은 심리적 침체기까지 맞아 심신이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다.


고래포스터_02_copy.jpg 2009년작_고래

그 당시 <고래>는 처음 만든 작품임에도 프랑스 내에서 꽤나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수상도 했고 여기 저기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해줬던 선물 같은 애니메이션. 하지만 그 후로는 다음 작업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파도처럼 몰려와 쉽사리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발이 땅에 붙어 내딛기 힘든 느낌이랄까. 그렇게 필름 작업도, 학교 생활도 어느 한 곳에 진득이 마음 붙이지 못한 채 이도 저도 아닌 나날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깊은 밤.


이런 나날들이 이어지다 보면 으레 스스로를 책망하는 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그 밤도 내 기분을 닮은 음악들을 들으며 못나고 약한 나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음악- 피아니스트 김광민씨의 <지구에서 온 편지>. 뭔가 쨍-하게 마음을 휘감고 들어온 그 음악은 깔끔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드는 연주곡이었다. 내 우울한 심리에 끼얹어진 아름다운 선율은 곧 애니메이션 <바람>의 기본 이미지와 이야기를 만드는 모티브가 됐다.


음악을 들으며 처음 떠올렸던 기본 소스는 이랬다-.

파란 나비와 물, 뒤엉킨 나무와 유리병. 연필의 검은색.


그리고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 .


2~3분의 짧은 뮤직비디오처럼 만들려던 것이 오늘에 이르러 8분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몸집이 커졌다.


그 당시에는 마음만 먹으면 뚝딱하고 금방 만들 수 있으리라 자신했건만, 이로부터 4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필름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던 걸 보면 나도 참 생각이 없었구나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QDBclQqEXFU

<바람>의 티져영상
포스터'.jpg <바람>의 공식 포스터



이제 이 이야기를 담아볼까 한다.

별 얘기가 없을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지만 또 차근차근 떠올리다 보면 이래 저래 풀어놓을 이야기가 많을지도 모르겠다.



*김광민-지구에서 온 편지

https://www.youtube.com/watch?v=iUbDwAg59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