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첫걸음

마음 가는 대로 그려보기.

by BAEK Miyoung

이야기의 골조는 이렇다.


여기,

우연한 사고로 물 속에서 태어나게 된 나비가 한 마리 있다.

나비는 본능적으로 꽃을 쫓는 열망에 빠진다. 그를 위해 물 밖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나비는 과연 어떤 끝을 맞이하게 될까.


이야기의 끝이 비극으로 끝날 수도, 혹은 희극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이 시기에는 '비극'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론을 단단히 못 박아두지는 않았다. 그림을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엮다 보면 굳이 억지로 결론을 만들어 놓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흐름이 풀릴때가 있다. 가끔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와 동화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결국 결론 부분이 으레 바뀌기 마련이다.


애니메이션의 제목은 <바람>.

'뭔가를 바라다'할 때의 바람, 혹은 '바람이 분다'의 바람도 된다.


이렇게 거창한 듯 타이틀을 지어놓고선, 웃기게도 '바람'이라는 이름보다 '나비 애니메이션'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계속 나비가 등장하기 때문이겠지만 가끔 내가 정한 타이틀을 스스로 너무 존중하지 않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sticker sticker

(나는 내가 만든 타이틀 따위는 안중에 없다!!)


각설하고, 이 작업을 위해 내디딘 첫 걸음은 우선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꺼내 그려보는 것이었다.


어두운 밤, 원체 어두운 집에 켜진 빛이라곤 딸랑 스탠드 조명 하나.

그 아래에 스케치북을 펴고 붓과 팔레트를 꺼내 들었다.


파란 물로 날개를 적신 나비와 나뭇가지가 담긴 유리병을 그렸다.

바람_copy.jpg <바람> 1호 이미지. 이때의 '바람'글씨체가 마음에 든다.

탄력을 받고 테스트 필름도 만들기로 한다.

나비의 여린 날갯짓이 영상에 가득 담겨지길 바라며 한 마리 한 마리 나비를 그렸다.

P1170470.JPG 파란 나비 무리. 이들이 모여 움직임이 될 것이다.



나비의 날갯짓과 동반되는 그림자의 움직임도 함께 보기 위해 아예 종이를 오려 나비 한 마리를 만들었다.

램프 조명 아래에서 날개의 움직임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그림자를 살피며 '나비 그림자'애니메이션도 함께 만들어 나갔다.

P1080465.JPG 종이로 나비를 하나 만들었다. 가위가 없어 칼로 오려낸 탓에 날개의 잘린 부분이 딱딱해보인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첫 번째 테스트 영상이 만들어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7JngYl8U140

바람 Test film01

브런치에 직접 영상을 올릴 때마다 사이트가 멈춰버린다.(브런치!!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죠?!!!)

결국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을 퍼왔다.(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