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잠시 멈춤.

두 번째 테스트 영상, 그리고 숨 고르기.

by BAEK Miyoung

첫 번째 테스트 영상을 계기로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오랜만에 내려받은 작업 feel이라 그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 테스트 영상을 필두로 곧바로 두 번째 테스트 영상을 만들었다.

나비의 알이 클로즈업된 씬.

나비가 꽃을 쫓는 본성을 이 조그마한 알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면-이라는 소망을 품고 작업에 임했다.

나비4.JPG 두번째 테스트 영상 중 한 컷.

역시나 질보다 양이 먼저인 내 작업은- 엄청난 양의 작화를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꽃이 알 안에서 팡팡 풍성하게 터지는 듯 피어나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의도한 바의 오십 프로도 채 표현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https://www.youtube.com/watch?v=knH4p_218kM

<바람>의 두번째 테스트 영상.

물론 이를 발판으로 후에, 아주 후----에 같은 구도로 비슷한 영상을 다시 연출하게 된다.


<바람>의 작업은 이 작업 이후로 잠시 숨 고르기 단계로 접어든다.

다시 꺼내 들게 된 건 2013년 봄과 여름 그 사이의 일이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어 그리 된 건 아니었다.


이 테스트 영상을 만든 시기가 프랑스 학교 2학년 학기의 처중반부쯤이었다. 그 쯤부터 새로운 분야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느라 아주 고된 나날이 시작됐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애니메이션의 기초를 익힌 후 프랑스로 유학을 왔기 때문에 비슷한 과정을 배우는 1학년은 말이 원활히 통하지 않아도 배우고 적응하는데 크게 힘들 것이 없었다. 하지만 2D와 3D를 나눠서 배울 수 있는 2학년이 된 후로, 나는 3D 수업을 듣기로 결정을 했고 생전 처음 마주하게 된 3D툴의 압박으로 인해 2학년 중반부를 넘길 때쯤 내 학교 생활은 거의 패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어로 배우기 녹록잖은 3D를 불어로 처음 접했다. 그 심정은 손잡이 없는 암벽을 등반하는 기분과 비슷할 것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실제로 두어 번 수업을 뛰쳐나간(정확히는 도망간)적도 있다.

피노키오3.JPG 나는야 한국인. 그래도 어떻게 영상을 만들긴 했다.

그렇게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학교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개인 작업은 옆으로 미뤄두게 된다.

학기 끝무렵, 어찌어찌 학년을 넘기기 위한 필수 과제를 학교 측에 넘길때 쯤 여름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학기가 끝나는 즉시 인턴쉽을 위해 아일랜드로 가게 됐다. 그곳에서 우연찮게 다른 작업(너무 소중했던, 당신)의 초안이 그려졌고 학교 3학년 학기를 시작할 즈음엔 그를 위한 작업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또 잠시 <바람> 작업은 미뤄지게 된다.

그리고 2-3년. <너무 소중했던, 당신>의 작업 하나로 내 삶의 일부분이 고스란히 쓰였다.

그저-

바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 됐다는 걸, 구구절절 쓰자니 이러했다는 얘기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그림이든 글이든 다른 어떤 프로젝트든, 시작하기는 쉬워도 그를 완벽하게 끝맺기란 쉽지 않다는 걸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바람>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 묵은 김치 같은 프로젝트를 다시금 꺼내 들게 된 것이 새삼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대부분 불쑥 머리에 솟아난 아이디어는 그저 아이디어인 채로 소멸되는 경우기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녀석이 완벽하게 땅에 묻히지 않고 빼꼼히 머리는 내놓고 있었던 모양이다. 몇 년 만에 묵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다시 시작해보자 마음먹게 되었다.



아래는 초반에 작업된 두개의 테스트 영상과, <바람>의 모티브가 된 김광민 씨의 '지구에서 온 편지' 음악을 함께 묶어본 영상이다. 이 훌륭한 음악에 내 영상이 그저 해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0Ks9NyJZ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