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을 쓰다.
가시는 님 편치 않게 그의 옷자락 끝을 부끄럽게 쥐듯, 한 해가 지나가는 그 시점엔 언제나 가느다랗고 초라한 몇 가닥의 미련이 손에 쥐어져 있다. 이제 제법 나이를 먹어 그런가. 이런 궁상도 꽤 익숙해졌다.
올해는 또 어찌 보냈기에 이리 가신 걸까.
가만...
신년에 새웠던 계획이 뭐였더라.
그중 제대로 한 게 하나쯤은 있나.
올해 책은 몇 권쯤 읽었더라.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봤던 건..
공연은? 전시는?
그림은?
365일이라는 낙낙한 시간이 무색하게 튀어나오는 숫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궁색하기 그지없다.
한해를 여물게 보내지 못했던 부끄러운 자취와 자책들이 여기저기서 비집고 나와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저 한없이 작아질 뿐.
그렇게 익숙한- 마치 작년, 재작년에도 봤지만 처음 본 듯 반갑게 이 진부한 연말을 맞이한다.
해봤자 소용없는 반성들과 함께.
당연하게 내년은 그렇게 보내지 않을 거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과 더불어.
안녕, 2015년.
안녕! 2016년.
부끄럽게도 그림을 시작하고 '내 그림'을 가장 적게 그렸던 한해였던 것 같다.
누군가를 탓하며 바깥으로 그 이유를 많이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되짚어보니 그건 나 자신을 다잡지 못한 부주의에서 비롯됐음을..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선이 그어지길, 그 선으로부터 그림이, 그 그림으로부터 영상이 더 풍성하게 자라고 열리는 한 해가 되길 바라고 또 기도하는-
어느 어느 년도의 그러저러한, 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