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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Oct 14. 2023

무채색 감정놀이

요즘들어 계획이 점점 어긋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삶이 산만한 결과이다. 생각이 정리가 잘 안된다. 그러니 삶이 정리가 안되고 있다. 아~ 어떤 조치가 시급하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할 일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게 중요한 듯 하다.


비우고, 버리고, 청소하고, 정리하고… 삶을 단순화하자. 그러려고 결심하고 또 결심했는데, 내 삶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왜 이럴까..


명상을하고 홀로 산책을 해봐도 해결이 되지 않을 때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혼자만 고민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사람들은 내가 참 용기있다고 한다. 뭐가 그리 용기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홀로 외국에 나가서 해낸 일들이 대단하고, 지금도 뭐든 마음을 먹으면 해내는 것들이 대단하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일까? 그런 사람인가보다…. 많은 이들이 그런 말을 해왔다. 나의 가족도 그러했고.. 그러니 어찌됐든 나는 용기있는 사람 축에는 속하나보다.


용기가 있어서 얻어낸 건 무엇일까? 색다른 경험, 시각. 견문.. 그런 것이 나의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긴하다.

물론 다양함을 경험하고 지식을 얻은 건 맞을 수 있겠다. 그러나 내가 이런 삶을 살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도 그들만의 다양성을 경험하며 살았을 것이다. 내 삶이 그렇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하다는 생각이다.


매일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온다. 오늘도 그러했다. 그건 이 세상이 감정의 에너지로 돌아가니 어쩔 수없이 찾아오는 알아차림의 순간인 것 같다. 나는 이 모든게 이젠 참 흥미롭기까지 하다. 나와 타인의 감정을 육체와 붙여서 느꼈을 때는 참 불편하고 어색하기 그지 없었는데, 감정을 지켜보기 시작하니 분리가 되기 시작하며 나는 더이상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댈 필요가 없어졌다. 감정은 이 세계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다. 그러나 그 감정을 조절하고 바꿀수만 있다면 내 삶은 더 풍요롭고 충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먼저 이 세상이 매 순간 감정덩어리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감정 에너지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 에너지가 세상의 희노애락을 조정하는 것이라는 걸..

그 다음은 그 감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절제하거나 증폭하는 것에 관한 것인데, 나는 좀 더 생각해본 결과 감정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수의 몇배, 몇십배, 몇백배로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감정을 알아차린 다는 건 그 감정을 어떤 형태로는 느끼는 걸 알아차린다는 말이다. 표현은 그 다음 단계인데, 인간의 언어로 그 모든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무리인 듯 하다.


아무튼 내가 지금 말하려는 건, 오늘도 나는 감정 덩어리 세상에 있었고, 그 세상에서 잘 살았던 하루였다는 이야기다. 여러 감정을 인정하고 그저 흘려보낼 수 있는 그런 시덥지 않은 싱거운 사람이 되는 게 내가 바라는 가장 마지막 단계의 재미였는데, 나는 그 마지막 단계를 내 것으로 받아드리기로 했다. 싱거운 나날들… 그 날들은 내가 지금 살아가려 한다. 희노애락의 통통 튀는 색깔을 벗어버리고 잔잔한 무채색의 싱거움을 견뎌내려한다. 과연 잘 될까? 무채색도 흥미진진 할 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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