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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Oct 15. 2023

엄마 생각

입술이 터져 버렸다. 아프지 않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조금이라도 기미가 보이면 약을 발라 미리 예방을 하거나 비타민을 먹어 최대한 더 덧나지 않게 막고 막는다. 입 안이 수시로 헐었던 과거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이다. 입술이 갈라지고 부풀어 오를때도 마찬가지였다. 입안이나 입 밖은 늘 민감한 부분이니까.


요즘들어 매일 쏟아지는 책을 보면 압도될 지경이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일까. 맞다. 딴 짓을 하다가 책 읽을 시간을 놓쳐버린다. 그리고는 어느덧 지쳐있는 내 정신과 육체를 달래는 순간이 다가온다. 그대로 누우면 나는 어느새 새벽 알람과 다시 만나고는 한다. 요즘 매일이 이런 식이니 반복적인 알람에도 시큰둥해서 일어나지지도 않는다. 삶의 동력을 잃은걸까. 두렵다. 이러면 안되는 일이다. 내 삶은 신나고, 잘 짜여져 있어, 매일이 후회 없어야한다. 집중하고 초집중해서 매일 눈에 띄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하는데 뭔가 잘못되었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책을 읽은 시간이 없다니 말도 안된다…


헛 발길질을 계속 하고 있는 기분이다. 1년 전 부터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이라 생각하고 계획이란 건 세웠었다. 계획은 또 엇나갔다. 또 실패한 것이다. 도대체 왜? 왜? 그러는 걸까? 유행 가사가 내 상황에 이렇게 맞아 떨어지다니, 웃프다.


어떤 영상에서 번아웃은 가짜라는 말을 했다. 그도그럴것이 번아웃도 사실은 실체가 없다. 그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번아웃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문제다.


글을 쓰는 일도 그렇다. 번아웃이와서 글 한자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거의 그럴지경인데, 그럴바에야 그냥 아무거나 쓰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니 읽는 분들은 한동안 제 글의 두서없슴과 철자의 반칙을 마주할 것인데… 그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뿐이다. 아마 더이상 내 글을 읽지 않으려해도 나로썬 할 말이 없다. 이렇게 두서 없이 주절대는 글을 누가 좋아할까? 나라도 읽지 않을 것 같다…


요점은, 나는 매일 무언가를 써야하고 어찌됐는 말이라도 되어야하니 두서가 없더라도 그저 쓰게된다… 이건 또 무슨 말인지 하하하.


방금 읽은 책에서 ‘집을 떠나기’에 관한 단락이 있었다. 한 두 줄 읽었는데,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이 되었다. 내가 처음 집을 떠날 때 그때가 생각나서이기도 할 것이다.


그날 엄마는 내 뒷모습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는 늘 나를 보고 있었다. 외출하고 돌아오시면 늘 내 이름을 불렀다. 내가 자주 집에 있어서 그랬을까. 엄마는 당신이 하는 외출해서 가져온 무언가를 나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어하기도 했다. 특히 내가 부탁한 물건이 있거나 부러 나를 위해 맛있는 간식을 사오거나 예쁜 옷이나 핀을 사오거나 했을때는 더더욱. 


엄마가 나를 업고 학교를 간 적도 있었다. 허약한 내가 겨울바람에 날아가기라도 할까 염려가 되었나보다. 코트에 모자에 목도리를 단단히 둘러주고 끈으로 이어진 털장갑까지 끼워주시고 몸이 완전히 가려지면 나를 업으셨다. 그런 엄마는 모자를 쓰지도 않았고 장갑을 끼지도 않았던 것 같다. 엄마가 어떤 코트를 입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엄마는 내가 참 애처로웠을까? 혼자 학교를 갈때면 늘 먼 발치까지 내 뒷모습을 보시곤 했다. 그 장면들이 이제야 보인다. 어제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 알았다. 엄마는 어느 시점까지 낮잠을 잔 적이 없다는 걸… 엄마는 늘 새벽에 일어났고 밤늦게 모두 이불을 깔고 잘시간에 함께 잤다. 그 사이에 잠을 청하거나 앉아서 쉬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매일 몇십년을 그렇게 강행군을 하고 살았는데, 나는 그걸 이제야 알았다.


내가 집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날, 엄마는 내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를 보고 있었는데, 늘 나를 보고 있었는데… 나는 엄마를 본 적이 없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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