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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Oct 16. 2023

스타벅스 동빙고점

스타벅스 동빙고점은 한 동안 나의 하루를 함께한 친구였다. 2020년 초 1월부터였나… 그랬다.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새벽부터 이 곳으로 출근했다. 7시에 문을 열었는데, 시간에 맞춰 가장 빨리 도착해도 나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한 두 사람은 꼭 있었다. 겨울이었으나 스타벅스로 가는 길은  매우 따듯했다. 쭉 뻗은 길에 헐거벗은 가로수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하늘로 향해 쭉쭉 뻗어있는 형상이 당시에는 나의 마음을 그대로 투사한 듯한 기분이었다. 메마른 나뭇가지 끝에 걸려있는 눈부신 태양은 언제나 따듯하고 온화하게 내 뺨을 어루만져 주었다. 우리는 피폐하고 너덜너덜해져도 살기위해 온정을 갈구하는 연약한 존재인가보다. 온전히 황금 빛을 비치던 그 태양의 온기를 받으며 나는 미군부대의 담벼락을 따라 걸어 이 곳 스타벅스 동빙고점에 도착했었다. 그런 시간이 나에게 있었다. 이태원에서 한강을 넘기 바로 전 두 갈래로 나눠지는 도로 가운데에 멋드러진 테라스를 품은 곳. 나는 이 곳에서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다짐을 하고, 나와의 대화를 했다. 


훈훈하고 상쾌하기도 했던 아침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점심시간이 지나면 여지없이 손님들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직원들, 지나가는 행인들, 건너편 공사장 인부들… 모두 점심 후 일터로 또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커피 한잔의 휴식을 위해 이 곳을 찾는다. 어떤 건물을 짓는지 모르겠지만 맞은편 공사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여름이면 초록이 풍성하게 자란 은행나무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생생한 색감을 뽐내던 2020년. 


오랜만에 왔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는 스타벅스 동빙고점이 있다. 변한 점이라면 1층 한 켠에 손님 테이블이 있었던 자리에 새로이 직원 공간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그동안 내가 몰랐던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곳 지점명을 검색하다 한 블로거의 글을 발견했다. 이 곳에서 남산타워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의아했다. 하루를 수없이 보냈던 곳인데 한 번도 남산 타워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찍은 사진을 보니 2층인 듯 했다. 매일 1층만 다녔다. 2층은 한 번 올라가보고 한 바퀴 휘 둘러보고 내려왔다. 나는 통창으로 되어있는 1층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나도 모르는 뷰가 있었다니. 블로거의 글이 계기가 되어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실제로 남산타워가 보였다. 지나가는 차들고 바로 옆 이제는 풀만 무성하게 자라는 미군부대부지도 더 잘 보인다. 오늘은 녹색조명이 켜져있다.  잠시 타워를 감상하고 1층으로 내려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1층에 내가 앉은 자리에서도 타워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건물사이이지만 매우 잘 보인다. 처음 보았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여러번 방문했어도 내가 시선을 두지 않은 곳이 있음을 또 한번 알게된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존재라는 걸. 그곳으로 시선을 두고 보았어도 못보는 것. 본다고 모든 걸 알아차릴 순 없다는 걸…


매일 새로움을 알아차리는 요즘이다. 알아차림은 배움이다. 매일이 배움의 연속이다. 오늘도 이미 여러번의 배움이 있었다. 우리 삶은 이렇게 스팩타클하고 흥미진진하다.


오늘 내가 이곳으로 온 것도 배움의 한 종류라본다. 월요일이라 남산도서관이 휴관하는 바람? 아니 덕분이다. 계획이 틀어져 402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을 바람을 타고 이 곳까지 온 것…


덕분에 오랜만에 추억이 살아난다. 한국으로 돌아와 주위에 있는 스타벅스를 검색했다. 가장 익숙하고 편한 곳이 되었나보다. 매일 군중 속에서 홀로 시간을 보냈던 그 시간들이 찬란하게 빛난다. 오랜만에 아이폰 속 옛날 사진을 보았다. 당시엔 참 멀것고 초췌하게 느껴졌던 내 모습이 오늘따라 반짝반짝 빛난다. 미래에 내가 오늘의 나를 바라볼때 그때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반짝반짝 찬란한 오늘의 내 소중한 모습을 잘 간직해야겠다. 스타벅스 동빙고점, 나의 역사를 알고 있는 소중한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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