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암동은 나의 한국 인카운터Encounter의 첫 번째 동네이자 두 번째 동네이다. 2008년 말. 캐나다를 떠나 프랑스에서 머물다 한국으로 최종적으로 발을 딛었을 때였다. 오랜 여행 끝에 돌아온 한국은 낯선 땅이 되어 있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서울은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나의 낯설음에는 이질감과 설레임 그리고 희망이 동등하게 또아리를 치고 있었다.
이런 복잡한 마음으로 지낼 곳을 알아보기 시작하며,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 사이트에 뜬 렌트 공고를 클릭했다. 후암동이었다. 구글맵으로 검색해보니 서울 중심 어딘가에 있는 곳이었다. 공고를 낸 외국인은 후암동 집과 근처 자연환경, 편의시설의 장점을 열정적으로 알려왔다.
남산이 근처이고, 교통이 편리하고, 대형마켓이 근처에 있으며, 문화시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 그에 의하면 후암동은 여전히 렌트비가 비싸지 않으면서 최고의 생활 환경을 지닌 곳이었다. 바로 집을 방문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약속한 날자는 다가오는데 왠지 마음에 끌리지 않았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렌트를 내 놓은 집의 사진이 없었던 것 같다. 결국 방문 철회 의사를 밝히고 나는 삼각지로 발길을 돌렸다. 나의 후암동 경험은 그렇게 끝이 나는 줄 알았다.
그 후 3년 뒤, 우연한 계기로 후암동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마침 이사를 해야했는데 친구가 사는 빌딩에 집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계기로 결국 후암동은 삼각지에 이어 나의 서울살이 두 번째 동네가 된 셈이다. 이사한 곳은 위에서 보면 D자 모양을 하고 있는 3층 또는 4층 빌라였다. 도로면에서 보면 3층이었고 반대쪽에서 보면 4층인 건물. 붉은 벽돌벽에 한 곳이 통유리로 뻥 뚫려 1층에 리셉션이 있었다. 1층부터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공간과 리셉션 공간 사이에는 천장부터 축구공만한 크기의 노란색 투명 조명볼이 지그재그로 멋스럽게 늘어져 있었다. 남산 아래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와 어우려져 온화하고 세련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이 곳은 모 호텔의 외국인 임직원들이 다수 거주하는 회사소유 건물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