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센터의 아나타 과정에서 이번에는 “욕“수련에 관한 수업이 있었다. 욕! 난 욕을 못한다. 어릴 때, 너무 화가나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친구 누구에게 욕을 했었다. ”야! 이~ 바 바보야!“
아~
욕을 하자마자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 인생 최고의 욕을 하고, 너무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얼굴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나는 친구의 기분을 살필 여력이 없었나보다.
그리고는 그때 알아차렸다.
내 욕은 욕이 아니라는 걸....
‘바보’라고 욕(?)을 하면서 어처구니없이 착해빠진 내 음성이 내 귓바퀴를 타고 귓속으로 울리는 것이다.
‘참내, 바보라니! 그것밖에 못하니?’
누군가 내 옆에서 나를 비꼬는 듯하기도 했다.
상기된 얼굴로 나는 얼른 그 자리를 피해 어디론가 달려가지 않았을까?
어릴적 유일하게 바보라고 욕을 했던 그 장면은 엿처럼 나의 뇌리에 쩍하고 붙어, 언제 어디서라도 소환이 가능했다. 그만큼 어처구니없는 장면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욕을 못하고 살았다. 욕을 하는 건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찰지게 욕하는 사람들을 보면 늘 외계인처럼 바라보곤 했다. 사실 외계인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엄마는 욕을 잘했다. 야! 이 간나야! 시팔놈! 시팔! 큰 목소리는 덤이었다. 엄마의 크고 찰진 욕은 어릴적 단골 메뉴였다. 엄마는 우리들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리듬에 맞춰 욕을 해댔다. 나는 중간에서 그렇게 수백번 욕을 듣고 익혔어도 한번도 그녀처럼 찰지게 욕을 해보지 못했다. 내 입에서는 도저히 욕이 탈출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반면 욕을 찰지게 들었던 언니는 참으로 욕을 잘하는 어른이 되었다. 함께 살았던 어린시절에는 언니도 욕을 하지 않았다. 분명히 그랬다. 그런 언니가 성인이 된 어느날부터인가 욕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나는 한동안 매우 혼란스러웠다. 욕이라곤 절대로 하지 않던 그녀가 욕을? 내가 알던 그녀는 어디로?
명상센터에서 욕을 해보라 했을 때, 나는 미안하지만 가장 먼저 엄마와 언니를 떠올렸다. 그들이야말로 욕을 찰지게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욕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는 푸는 느낌이었다. 얼굴이 빨개지고 혈압이 올라가는 것이 눈에 선히 보이기까지 하니까. 새빨게진 몸이 마구 쏟아지는 욕을 만나면 씩씩거리다 한참 뒤에는 평온의 상태에 이르러 오히려 백지처럼 하애지기도 했다. 스트레스가 풀린걸까.
나는 걱정이다. 평소에 내가 가진 관념을 깨는 작업 중 하나가 욕하기인데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