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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Nov 28. 2024

[100-25] 셀프 코칭 24. Older

엄마가 진심으로 미웠던 적이 있습니다. 어른인데 어린 나보다 더 어리다고 생각했었죠. 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잖아요. 애들이 부모 속 썩인다고요. 우리 집은 반대라 생각했습니다. 어른인 부모가 자식들 속을 썩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님은 허구한 날 싸웠습니다. 엄마와 아버지가 다정하게 서로를 보고 미소 짓는 모습을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두 분의 시선은 늘 다른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미워하며, 외면하며 살았던 사이 같았습니다.


자식들에게는 다행히 달랐습니다. 두 분 모두 농사일과 마을일에 바빴지만 어린 자식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때도 있었습니다. 엄마는 따듯한 음식을 아버지는 따듯한 집을 꾸려나갔지요. 그러고 보니 그런 가장 기본적인 걸 부모님이 해 주셨네요.


얼마 전 유튜브로 사샤 슬론(Sasha Sloan)의 ‘Older’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방청색이 감정에 젖어 가사를 따라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간 나의 부모님이 생각났죠, 가사의 한 구절이 다음과 같습니다:


<Older>, Sasha Sloan

I used to shut my door while my mother screamed in the kitchen

어릴 땐 엄마가 주방에서 소리칠 때문을 닫아버리곤 했어

I'd turn the music up, get high and try not to listen

음악을 크게 틀고, 취해서 듣지 않으려 했었어

To every little fight, 'cause neither one was right

사소한 다툼 하나하나까지도, 옳은 건 하나도 없었어


I swore I'd never be like them

난 절대 그들처럼 되지 않겠다고 맹세했어

But I was just a kid back then

그땐 어려서 그랬어

The older I get the more that I see

커가면서 더 많이 알게 되었지

My parents aren't heroes, they're just like me

우리 부모님은 히어로가 아니라 그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었을 뿐이라는 걸

And loving is hard, it don't always work

사랑은 어려운 거야, 항상 마음처럼 되지 않아

You just try your best not to get hurt

그저 상처받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할 뿐인 거지

I used to be mad but now I know

예전엔 화가 나곤 했는데 이제는 알아

Sometimes it's better to let someone go

때로는 그냥 놓아주는 게 났다는 걸

It just hadn't hit me yet

아직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만

The older I get

더 나이가 들면


I used to wonder why, why they could never be happy

나는 왜 항상 그들은 행복하지 않은지 궁금하곤 했어

I used to close my eyes and pray for a whole 'nother family

눈을 감고 완전히 새로운 가족을 원하기도 했어

Where everything was fine, one that felt like mine

모든 게 괜찮고, 내 것일 것만 같은 가족 말이야


(후렴구)

I swore I'd never be like them

난 절대 그들처럼 되지 않겠다고 맹세했어

But I was just a kid back then

그땐 어려서 그랬어

The older I get the more that I see

커가면서 더 많이 알게 되었지

My parents aren't heroes, they're just like me

우리 부모님은 히어로가 아니라 그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었을 뿐이라는 걸

.

.

.

가사를 들으며 사샤 슬론의 부모님이 어쩌면 나의 부모와 이렇게 닮았을까 했습니다. 우리 엄마를 너무도 잘 아는 사람인가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엄마는 아침에 때 되면 소리를 질렀습니다. ‘일어나라!, 씻어라!, 아침 먹게 이부자리를 정리해라, 방청소를 해라 등등’. 학교에 늦어 서두르면 괜히 또 구시렁댑니다. 

“저, 저, 그러게 빨리 일어났어야지! 밥 조금이라도 먹고 가!”

엄마의 목소리는 왜 그렇게 큰지요. 양손으로 귀를 막고 안 들리는 척합니다. 커서 절대로 엄마처럼 되지 않겠다고 맹세합니다.


동네에 부모님 친구 부부가 자주 우리 집에 들릅니다. 곱고 멋진 부부의 모습이 늘 화목해 보입니다. 딸이 없다며 예쁜 아이 우리 집에 가자며 늘 그럽니다. 나는 부모님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속으로는 나도 그러고 싶습니다. 화목하고 여유 있는 새로운 가족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부모님은 고개를 숙여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그 알 수 없는 표정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나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남편에게 소리 지르는 나를 발견합니다. 어디선가 본 모습이라 흠칫 놀랍니다. 거울이 보니 엄마가 보입니다. 엄마를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묘하게 떡 하고 엄마가 있습니다. 엄마를 원망했던 마음을 바라봅니다. 별말씀이 없었던 아버지도 생각합니다. 얼마 후 내가 부모님의 나이가 되었을 때 알았습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어린아이 었다는 것을요. 히어로가 아니었다는 것을요. 


<‘Older’, Sasha Sloan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c1wp5EEoX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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