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흘러 K에게 익숙해질 때쯤 깨달았다. 그전까지의 직장은 연습용이었다는 걸. 이제야 제대로 된 사회를 맞닥뜨린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새삼스레 그전에 같이 일했던 매니저들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내가 얼마나 순진하고 어리석었던지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이왕 발들인 이상 한번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보고 싶었다.
이를 악물고 출근했고, 그렇게 마의 6개월을 넘겼다. 혼자만의 쾌재를 부르고 있던 그때 K가 이직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날아갈 듯 기뻤지만 이젠 그녀의 일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다.
이것저것 인수인계를 받으며 시간은 흘렀고, 드디어 그녀가 떠났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참 신기했다. 사람하나가 미치는 영향이 이리도 크다니.
그러나 기쁨도 잠시 또 다른 먹구름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건 바로 회사에서 우리 팀의 입지였다. 회계부서가 받는 취급이 어디나 그렇다고는 하지만 존재 감 없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매일매일 차이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많은 업무를 잘 소화한 달에도 우리가 느끼는 회사의 인정은 미미했고, 이 팀에 계속 있다가는 이렇게 아무 영향력 없는 사람으로 평생 살 것만 같았다. 현실과 꿈의 괴리를 절실히 느끼며 회사를 다녔고, 부수입을 벌만한 것으로 할 게 없을지 찾아다녔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부수입으로 버는 돈도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는 미미했다. 이렇게 타협하며 다들 살아가는 건지, 그럼 꿈과 희망은 대체 왜 필요한 건지, 복잡한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