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내가 가진 능력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연구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부터 잘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엮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처음엔 유튜브에 좋아하는 노래를 녹음한 것을 올리거나 글과 음악, 사진 등을 이용해 내 감정 일기를 올렸다. 많은 걸 바란 건 아니었지만 기대에 현저히 못 미치는 조회수와 구독자 수에 좌절했고, 이내 얼마 안 가서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메이크업을 좋아해서 겟레디윗미 같은 영상을 올려볼까도 고민해 봤지만, 아직 얼굴을 공개적인 곳에 올리는 것에는 부담감이 있었다. 뭐든 해봐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뒷감당이 어려운 일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찾다 보니 브런치를 발견했다. 글솜씨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글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나쁘지 않은 취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방향은 오리무중이다. 여전히 헷갈리고 갈피를 못 잡겠다. 어쩌면 인간은 조금씩 포기하면서 성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릴 땐 꿈도 많고 욕심도 많았지만, 그 모든 것을 도전해 보고 좌절해 보고 나서야 깨달은 것은 내가 그다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열심히 특별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잘하려고 애써도 이 세상엔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나보다 더 독특한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다는 걸 알게 됐다.
좌절감이 심할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다. 그렇게 너무 열심히 살 필요도, 미래를 위해 현재의 나를 희생시킬 필요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흘러가는 게 인생일 터.
비록 해결된 것은 없고, 아직도 허덕이고 있지만, 이전처럼 괴롭지는 않다. 평범한 삶에 익숙해지고 그 안에서 나만의 재미를 찾는 것이 꽤 즐겁다. 남들의 시선과 기준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를 찾아가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미영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