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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피아노를 배우다.

by 글짓는 미영씨

당신은 나이도 다 찬 양반이 왜 애들이나 배울 피아노를 배우냐고 물을 것이다.


이유는 그냥 재밌어 보여서.


어릴 적 엄마가 배우라 해서 몇 년 배웠던 기억이 있지만, 거의 다 까먹은 채 기억나는 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언제나 몇 번이라도’라는 노래이다.


그마저도 왼손 반주는 잘 기억나지 않아 일주일은 지나서야 가까스로 기억해 냈다.


물론 이 나이에 피아니스트가 된다거나 진로를 바꾼다는 둥 터무니없는 꿈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남들 다 있는 취미 하나 갖고 싶어서 열심히 머리를 굴렸더니 피아노 건반을 누르고 있었다.


오늘 수업에서는 선생님이 어릴 때 계속했으면 전공했어도 될 정도로 학습력이 빠르다고 하셨다. 물론 그냥 하는 얘기 거나 더 잘하라고 하는 소리일 테지만 뭔가 마음 한 구석이 뭉클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부모님이 음악은 안된다고 결사반대를 한 것도 아니고, 어릴 때 고집을 부릴 만큼 그렇게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이렇게 잘해보고 싶은 게 생긴 게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 취업, 결혼 등 인생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목표’들을 다 해치우고 난 뒤 진짜 하고픈 걸 지금 하지 않으면 다시 이런 시간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강박 때문일까. 자유의 소중함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일까.


도전하고 나날이 늘어가는 걸 보는 게 즐거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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