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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Jun 09. 2021

이별에서 단숨에 벗어날 수 있던 비밀

처음은 늘 어렵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


외로움은 죽기보다 싫어하는 내게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줄이야 이별과 삶의 무기력이 주는 힘은 실로 놀라웠다. 성수기가 아닌 6월이라 휴가를 낸다면 주말 포함 일주일은 내밀어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선뜻 팀원들이 눈에 밟혀 3일 휴가 승인을 받았다. 여자 혼자 갈만한 여행지, 2박 3일 여행지, 여행지 추천 이외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불현듯 그가 얘기했던 '싱가포르'가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여자 혼자 가기에 치안도 좋고 인생 사진 건져서 잘 살고 있다고 보여주자 다짐을 하며 티켓팅이며 숙소까지 완료했다.


반고리관이라고 균형을 잡아주는 기관이 약한 탓에 비행기를 타면 어지럼증으로 고생하기에 비행기 탑승부터가 도전이었다. 비행시간이 무려 6시간이나 된다는 사실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우려와 달리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 준 덕분에 무사히 싱가포르 입국했다.


unsplash.com @ 후첸


"분명 여기 어디서 숙소 바로 앞에 도착하는 버스가 있다고 했는데 " 혼자 하는 첫 여행이라 블로그 가이드 대로  동선을 캡처해서 챙겨왔지만 포스팅 일자가 오래된 것인지 탑승지가 보이질 않았다. 다행히 안내데스크 직원분 도움으로 버스를 타고 캡슐호텔에 대한 로망을 이룰 수 있는 숙소 앞에 도착했다. 첫인상은 늦은 밤이라 길에 사람은 없고 가로등 불은 희미하고 벨을 눌러도 회신은 없고 괜스레 등골이 오싹해짐을 선사했다. 반전 매력을 보이듯 보완을 위해서 인지 카드키를 가지고 외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방들이 분리되어있는 구조였다. 다음날 아침 부스럭 소리에 강제 기상을 눈이 반쯤 감긴 상태로 세면도구를 챙겨 나왔다.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보니 오 마이갓! 카드키가 없어서 방에 들어갈 수가 없다.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카드키를 빌려서 방으로 다시 돌아갔던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 채 쏜살같이 부끄러움에 캡슐로 숨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에피소드들이 있었기에 여행이 더 기억에 남는 게 아닐까.


실질적인 첫날 여행 일정은 여행의 목적 중 하나인 인생 사진을 건지기 위해 예약해둔 스냅으로 시작되었다. 싱가포르 하면 연상되는 아바타 촬영지 근처인 마리나 베이를 촬영지로 잡았다. 날이 뜨겁다 못해 녹아내리는 날씨로 도착했을 때 화장은 이미 다 증발해버린 뒤였다. 숨을 돌리며 바라봤던 전경은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것이 있다는 말을 인증한 느낌이었다. 혼자 여행을 주변에 권유하게 된 계기가 이 추억 덕분이다.


copyright @miyouvely

'남는 건 사진뿐이야'라는 말처럼 눈으로도 많이 담고 사진으로도 저장해두면 살면서 힘든 순간들을 마주할 때 잊고 있던 행복했던 기억들을 꺼내 주는 도구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혼자 여행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짧게라도 다녀오는 걸 권유하고 싶다. 생각보다 혼자 무언가 해냈을 때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는 말처럼 귀국 후 새로운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혼자가 좋은 이유는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 다닐 수 있고 먹고 싶을 걸 먹을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전해볼까 했던 일에 용기를 얻어 도전해보고 그로 인해 성장한 자신을 느꼈다. 혼자서는 카페에 가는 것도 어색했던 사람이니 말이다.



지금 걱정할 건 그게 아니야.


스물아홉 살 앞자리가 3으로 바뀐다는 생각에 힘들 어해던 친구들이 많았다.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기에 20대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했고 그중 하나가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 친구들과 왔으면 혹은 연인과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수동적인 삶의 틀을 탈피하는 기회가 되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 새로운 사람을 만남에 있어 거부감도 적어진 것처럼 소소하지만 큰 변화들이 있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지만 체력은 나이를 입증한다.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다 보니 여행을 갈 때마다 비상약들을 챙기기 급급한 모습에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여행을 다녀봤음에 감사한 요즘이다. 지금 내가 행복한가?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통해 수동적인 삶이 아닌 능동적인 삶을 사는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여러분의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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