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그래야만 했을까?

알림이 도착했습니다.

by miyouvely

비가 내리는 센티한 날에 어울리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려 한다. 코 시국 이전 한참 과거의 일이다. 생일을 맞아 친구와 여행을 떠났다. 비행기 탑승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가족여행으로 떠나는 분들만 보였다. 사람이 없는 한산한 곳을 원한 것이지 가족여행이 북적이는 곳을 원한 것은 아닌데라며 걱정했지만 짧은 비행시간 덕분에 울음소리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있었다.


입국심사를 하는 곳은 협소했고 한국인 정서와 맞지 않는 느릿한 업무 처리로 장시간 대기를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줄이 안 줄어들까라며 주변을 살펴보니 검역관에게 한국인 남자 둘이 캐리어를 풀어헤치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른 탑승객들의 항의에 그들은 다른 곳으로 사라졌고, 간단한 확인만 거친 뒤 여행 왔다는 즐거움에 들떠있었다.


'휴식'을 원했지, '차단'을 원한 건 아니었다.


어떻게 숙소로 가야 할까 검색 중 유심이 버벅거리더니 안녕을 고했다. 미어캣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안내 표지판을 보고 도움을 구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직감하였는지 직접 숙소와 전화를 하여 픽업장소랑 시간을 조율해주었다. 90도 감사인사를 드리며 돌아서 픽업장소로 이동했다.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도장깨기인 것인지 두 번째 난관이 찾아왔다. 일본어를 1도 모르는데 픽업차량들에 일본어로만 도배가 되어있는 것이다. 숙소 이름 캡처본과 동일한 일본어 찾기에 성공하여 숙소로 간신히 갈 수 있었다. 이동만 하다 하루가 가는 것인가 싶을 정도였지만, 친구가 터치스크린이 아닌 LED 광고판을 보며 터치하며 당황했던 모습에 배가 아플 정도로 웃기도 했고, 순탄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원하고 바라던 노천탕에 있음에 감사하며 수다의 꽃을 피우며 하루의 피로를 떠나보냈다.



아쉬움이 있기에
기억에 남는 게 아닐까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공항과 가까운 숙소로 잡아두었던 터라 캐리어를 끌고 2시간의 지하철 순회를 통해 숙소에 도착했다. 이동에 지치고 거세게 강풍이 부는 터에 친구는 숙소에서 쉬기로 했고, 가보고 싶은 신사에 가고자 중무장을 하고 혼자 떠났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니 아쉬움에 저녁식사로 마지막 날을 끝내자는 마음으로 숙소 근처 식당을 배회했다.


음식점도 많지 않았기에 자리가 있는 식당에 들어섰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한국분? 이냐는 질문에 한국인이기에 가능한 친화력으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한국인이라 그런가 왜 낯이 익지"라며 생각하던 찰나에 여행은 어땠는지 입국심사가 지연돼서 답답했다는 얘기를 하다 보니 검역관에게 잡혀있던 분들이 그들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편도 같아 이것도 인연인데 서울 가서 보자며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술을 잘하지 못하는 점, 여행을 좋아하는 공통사가 많다 보니 친해졌고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되었다. 이별은 항상 그렇듯 대다수의 연인들처럼 성격차이 문제로 헤어짐을 맞이했다. 당시에는 헤어짐에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 더 아프게 하는 게 있었다.


얼마나 많이 주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담느냐가 중요하다.
- 마데 테레사


그것은 바로 카. 드. 명. 세. 서였다. 그에게 선물한 구찌 타이 카드 명세서가 날아온 것이다. 카드 명세서 하단에 보면 과한 빛은 파산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와 같은 문구처럼 연애에도 과한 선물은 한번 더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지금은 선물을 준 것에 있어서 후회를 하지 않지만 굳이라는 생각을 하며 여행을 회상할 때면 굳이라며 친구랑 농담을 주고받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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