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만으로 설레는 '첫사랑'
'어느 날 사랑이' 7페이지에 적혀있던 "사랑에 빠지면 기분이 어떤데? "누구를 좋아하는 거? 배 속이 간질간질해" 문장을 보고 조건 없이 좋아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이별 브런치 북을 끝맺고 이번엔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고심하는 나날이 길어졌던 내가 머릿속에 떠오른 이별과 뗼 수 없는 사이인 '사랑'에 대해 써봐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대신 연인 간의 사랑만이 아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사랑을 폭넓게 다뤄보려 합니다.
그중 오늘은 연인 간의 사랑에 대해 먼저 써 내려가 보려고 합니다.
국어사전 정의로 '사랑'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갖고 있는 사랑이란 감정이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생활하면서 생성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에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이별을 통해 이렇게 아플꺼라면 다시 사랑하지 않겠어 라고 외치고 어느새 새로운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 있지 않으신가요? '사랑'은 이별의 아픔을 통해 지옥을 보기도 하고 달콤한 설렘을 주는 천국을 맛보게 하기도 하는 걸 보면 사랑이란 건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봅니다.
천국을 맛보았던 그때로 오늘은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첫사랑은 언제인가요?
첫사랑의 정의는 처음 교제를 한 사람, 교제를 오래 한 사람, 가장 사랑했던 사람, 기억나는 사람 등 다양한 기준이 있는 거라 어려운 질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머릿속에 첫사랑이란 단어를 입력했을 때 떠오른 사람이 있다면 그분을 과거의 첫사랑으로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그 사람과 교제하기 시작했을 때 감정은요?
설레고 두근거리는 행복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떠올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귀는 순간보다 썸을 탔던 순간들이 주는 달콤함에 매료되어 썸만 타는 분들도 종종보곤 합니다. 이 글을 볼 동안만큼은 행복했던 그 시절의 감정에만 집중해보았으면 합니다. 행복했던 기억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옅어지기 마련이니까요. 행복했던 순간을 통해 사랑스러운 존재,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사실을 리마인드 시키는 과정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불러일으키답니다. '나는 사랑스러운 존재이다.'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자존감을 회복해가는 중으로 큰 차이라고 몸소 느낀 사람으로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겠습니다.
규정은 지키라고 있는 거야.
그와 나는 같은 반 친구였지만 친하게 지내기에는 규정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성향인 나와는 달리 학교에서 이름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교무실에 자주 불려 가는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규정을 지키면 편할 텐데 왜 엇나갈까 의문이 든 적도 있긴 하지만 생각에서 그쳤다. 키가 작아 항상 1번은 변하지 않았고, 교복이 항상 컸던 왜소한 몸을 가진 연애라는 걸 생각해본 적도 없는 성장이 필요한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우연히 친하게 어울리는 친구의 짝꿍으로 그가 되면서 비어있는 그의 자리에서 수다를 떨다 보니 그와 인사 정도는 하는 사이가 되었다. 친한 친구와 그가 친해지면서 "너 싸이월드 해? " "응? 응."."일촌 수락해" 그렇게 일촌을 맺었다.
두려워, 나는
성장이 또래 친구들보다 늦은 편으로 연애를 한다는 건 멀게만 느껴졌던 내게 몇 개 없는 사진에 “이게 너라고?ㅋㅋㅋㅋㅋㅋ” 댓글 하나가 평화로운 삶에 균열을 일으킬지 상상도 못 했다. 소위 인싸로 불리는 여자애들이 쉬는 시간에 와서 그 남 자에가 왜 나랑 일촌이며 댓글 달았는지 불쾌함을 표시하고 가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설렘보다는 친하게 지내면 안 되겠구나라는 경각심이 들었다. 대화는 되도록 피하려고 하는 걸 본인도 느꼈는지 연락처를 물어보더니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다. 그때까지도 그 아이가 나를 호감을 갖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해코지당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컸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저녁을 먹고 늘어져 있던 8시경 그에게 “전화 좀 줘” 네 글자만 덩그러니 온 문자를 보고, 며칠 전 오토바이를 몰다 학생부로 끌려간 이력이 있는 친구라 걱정스러운 마음에 전화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냐며 사고 난 거냐고 다짜고짜 물어보았다. 그는 웃으면서 일은 아니고 할 말이 있다며 뜸을 들였다 여러 번 말을 못 한다며 잘 들으라며 “ 나 너 좋아한다. ” 상상조차 못 한 말이라 뇌는 버퍼링이 걸렸고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무안해진 그가 대답 급할 거 없다며 생각해보고 답해달라며 급히 전화를 종료했다. 다음날 그다음 날도 아무 일이 없었던 듯이 지냈고 답을 주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 친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나를 부르더니 생각해보았냐며 수줍어하는 그의 표정을 보니 좋아한다고 했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면서 덩달아 귀가 빨개짐을 느꼈다.
무뚝뚝한 그가 내게만 친절할 때 느껴지는 간질간질한 설레는 감정, 구름 위를 걸어 다니는 듯한 붕붕 떠있는 텐션, 달달한 사랑노래에 미소가 지어지는 감정이 사랑임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으로 잊고 있던 행복했던 기억 조각을 찾았다.
훗날 미성숙한 행동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쩌면 처음이라는 게 서툴고 낯설고 어렵지만 처음이라 더 빛났던 게 아닐까.
나도 모르게 웃음꽃이 피어났던 그날을 떠올리며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