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에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움츠러들어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트라우마가 맞나 봅니다. 이제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때문에 용기내보려고 합니다.
그때로 돌아갑니다.
성인이 되고 소개팅을 했던 그 당시로 거슬러 돌아갑니다. 성격이 급해서 덤벙거리는 저와 달리 섬세한 그의 모습에 호감을 갖게 되었고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교제하고 얼마 안 돼서 그가 퇴사를 했습니다.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맞다는 판단하에 퇴사를 고려한 것이기에 이직을 응원했습니다. 회사일로 칭얼거리면 항상 제 편을 들어주며 다독여주는 날개 없는 천사로 보였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친형분을 만나뵙게 되었고 좋게 봐주셔서 결혼식에도 초대받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결혼식장에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게 되었고 미래를 그리며 만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던 그 해 겨울 스키장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상급자 코스에서 자유자재로 스키를 타는 그와 달리 스키장은 꼬꼬마 때 이후로 가본 적이 없는 생초보였습니다. 그의 코칭으로 초급을 벗어나 혼자서 탈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넘어지는 연습도 해야 돼" 라며 중급자 코스로 끌려갑니다. 막상 내리막길을 하니 두려웠지만 도전을 외치고 내려간지 오분도 되지 않아 넘어졌습니다.
아둥바둥 일어나려고 하는데 "뒤로 잘 넘어졌네 내 손 잡아" 하더니 스키를 거꾸로 제 방향을 보고 내려가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서로 의지하면서 살 수 있겠구나란 믿음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다 퇴사를 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인지한 날이었습니다. 취업을 해야한다는 모진 말이 자극 점이 되었는지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원하던 업무였기에 행복한 신입사원으로 바쁜 나날이 펼쳐졌습니다. 평일에는 회식으로 바빴고 주말에는 동기들과의 여행으로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한 달 이상 지속되다 보니 섭섭함이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이상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사회생활이니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속상한 건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무심코 핸드폰 사친첩을 보다 며칠 전 보내줬던 동기들과 여행 사진을 보니 그의 손에 커플링은 자국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섭다는 여자의 촉이 발동합니다. SNS 댓글에 여성명 다시 모이자는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커플 여행인줄 알정도 였습니다. 커플링은 왜 없어진 건지, 남녀 비율을 맞춰서 여행을 간 것을 왜 숨긴 것인지 따져묻게 되었습니다. 믿지 못하냐며 서로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이때라도 헤어졌어야 했습니다.
요즘 내가 힘들어서 예민했던 거 같아 만나자는 약속을 잡고자 금요일 저녁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전화가 되지 않는 겁니다.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갑니다 삐 ~ ' 상상해보지 못한 상황에 패닉을 경험했습니다. 싸한 느낌에 통화버튼을 여러 차례 눌렀으나 돌아오는 건 삐 소리뿐이었습니다. 열두 시가 지나고 카톡에서 1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보니 받고는 이내 바로 끊어졌습니다. 다음날 해가질 때쯤 과음으로 동기집에서 기절했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누구랑 술을 마셨는지 얘기를 나누다 동기 여행에 같이 간 여자분이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회식이라며 갔던 자리에서도 둘이 술을 자주 마셨다는 사실까지도 말했습니다. 당당한 그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고 점차 믿음에 균열이 왔습니다.
점을 찍다.
본인이 아니라잖아 의심하면 그거 집착이야라고 마음을 다잡고 그의 회사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동기 여자 두 분과 같이 걸어오기에 인사를 했는데 얼굴에 난처함이 가득 묻어져 있는 겁니다. 보이면 안 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처럼요. 그 이후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남이 되었습니다.
괜한 오해를 한 것으로 우리 관계가 어긋난 건 아닌지 헤어지고 힘들었습니다. 인연은 다 있는 것인지 전남자친구로 인해 힘든 것을 알고 오히려 믿음을 주려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사랑으로 극복했습니다. 당시 그 사람을 만났던 것에 후회를 하지는 않습니다. 경험 덕분에 한 걸음 성장했으니깐요.
당시로 돌아간다면 제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야."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