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싶었던 '이별', '트라우마'

그때의 나에게

by miyouvely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움츠러들어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트라우마가 맞나 봅니다. 이제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때문에 용기내보려고 합니다.


타자1.jpg unsplash @neonbrand



그때로 돌아갑니다.

성인이 되고 소개팅을 했던 그 당시로 거슬러 돌아갑니다. 성격이 급해서 덤벙거리는 저와 달리 섬세한 그의 모습에 호감을 갖게 되었고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교제하고 얼마 안 돼서 그가 퇴사를 했습니다.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맞다는 판단하에 퇴사를 고려한 것이기에 이직을 응원했습니다. 회사일로 칭얼거리면 항상 제 편을 들어주며 다독여주는 날개 없는 천사로 보였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친형분을 만나뵙게 되었고 좋게 봐주셔서 결혼식에도 초대받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결혼식장에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게 되었고 미래를 그리며 만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반지.jpg unsplsh @ alvin mahmudov


눈이 펑펑 내리던 그 해 겨울 스키장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상급자 코스에서 자유자재로 스키를 타는 그와 달리 스키장은 꼬꼬마 때 이후로 가본 적이 없는 생초보였습니다. 그의 코칭으로 초급을 벗어나 혼자서 탈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넘어지는 연습도 해야 돼" 라며 중급자 코스로 끌려갑니다. 막상 내리막길을 하니 두려웠지만 도전을 외치고 내려간지 오분도 되지 않아 넘어졌습니다.


ski.jpg unsplash @ 마티유 페티아드

아둥바둥 일어나려고 하는데 "뒤로 잘 넘어졌네 내 손 잡아" 하더니 스키를 거꾸로 제 방향을 보고 내려가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서로 의지하면서 살 수 있겠구나란 믿음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다 퇴사를 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인지한 날이었습니다. 취업을 해야한다는 모진 말이 자극 점이 되었는지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원하던 업무였기에 행복한 신입사원으로 바쁜 나날이 펼쳐졌습니다. 평일에는 회식으로 바빴고 주말에는 동기들과의 여행으로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한 달 이상 지속되다 보니 섭섭함이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이상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사회생활이니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속상한 건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무심코 핸드폰 사친첩을 보다 며칠 전 보내줬던 동기들과 여행 사진을 보니 그의 손에 커플링은 자국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섭다는 여자의 촉이 발동합니다. SNS 댓글에 여성명 다시 모이자는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커플 여행인줄 알정도 였습니다. 커플링은 왜 없어진 건지, 남녀 비율을 맞춰서 여행을 간 것을 왜 숨긴 것인지 따져묻게 되었습니다. 믿지 못하냐며 서로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이때라도 헤어졌어야 했습니다.


요즘 내가 힘들어서 예민했던 거 같아 만나자는 약속을 잡고자 금요일 저녁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전화가 되지 않는 겁니다.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갑니다 삐 ~ ' 상상해보지 못한 상황에 패닉을 경험했습니다. 싸한 느낌에 통화버튼을 여러 차례 눌렀으나 돌아오는 건 삐 소리뿐이었습니다. 열두 시가 지나고 카톡에서 1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보니 받고는 이내 바로 끊어졌습니다. 다음날 해가질 때쯤 과음으로 동기집에서 기절했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누구랑 술을 마셨는지 얘기를 나누다 동기 여행에 같이 간 여자분이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회식이라며 갔던 자리에서도 둘이 술을 자주 마셨다는 사실까지도 말했습니다. 당당한 그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고 점차 믿음에 균열이 왔습니다.



점을 찍다.

본인이 아니라잖아 의심하면 그거 집착이야라고 마음을 다잡고 그의 회사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동기 여자 두 분과 같이 걸어오기에 인사를 했는데 얼굴에 난처함이 가득 묻어져 있는 겁니다. 보이면 안 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처럼요. 그 이후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남이 되었습니다.


괜한 오해를 한 것으로 우리 관계가 어긋난 건 아닌지 헤어지고 힘들었습니다. 인연은 다 있는 것인지 전남자친구로 인해 힘든 것을 알고 오히려 믿음을 주려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사랑으로 극복했습니다. 당시 그 사람을 만났던 것에 후회를 하지는 않습니다. 경험 덕분에 한 걸음 성장했으니깐요.


당시로 돌아간다면 제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야."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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