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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Mar 12. 2024

'처음'과 '유일한' 수식어를 가진 물건과 헤어졌다.

일기장 part 1-5

무덤덤했다.

속이 후련했다.



크나큰 착각이었다.

하루가 지나니 기분이 허전함과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보냈다는 아쉬움에 울적했다.


처음으로 월급을 조금씩 모아 큰맘 먹고 구매한 첫 명품백이었다. 실감이 이제야 되는지 마음 한편이 휑하고 괜찮지 않다.  흠집이 날까 애지중지 더스트백에 고이 모셔놓고 옷장에 5년이란 시간을 같이 있었다. 빛을 보게 해 줬던 게 5번은 될까 싶은데 품에 안고 찍었던 사진 한 장으로 같이 했었던 순간만은 기억할 수 있게 됐다. 그럼 된 거 아닌가.


@copyright _ Markus Winkler



결정 내리기 어려울 땐 역시 이 방법이지.

아끼면 똥이 된다고 했는데 그런 게 아닐까 이사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잠겼다. 휘뚜루마뚜루 메는 건 정해져 있고 집에 잠자게 해 두려고 난 이 가방을 구매했던가. 단 하나 유일하게 있는 명품백인데 처분하는 게 맞나.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중고시장에 업로드해 보고 판매되면 파는 거고 안되면 갖고 있기로 다짐하고 글을 올렸다. 3일이 지나갈 무렵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마음먹은 대로 팔아야 한다.


소중하게 다루는 걸 못하는 편이라 부품 하나 사라져도 사용하지 못할 정도가 아니면 사용한다. 그런 내게 유일하게 소중하게 다뤘던 물건이 이 가방이다. 처음 눈에 꽂혔던 가방은 이 디자인이 아니었다. 실물을 막상 보니 원했던 가방이 너무 작고 소중했다. 보부상인 내게 부족할 것을 직감하고 예산을 높여 아코디언으로 수납력까지 넉넉한 가방으로 정하게 됐다. 블랙으로 어느 옷에나 매치하기 편했다.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브랜드 하나만으로 영롱하여 홀린 듯 카드를 내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생로랑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첫 명품백으로 구매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처음이었던 것이 되었다. 이 글이 남겨지지 않는다면 기억 속에서 잊혀가겠지. 아 맞네 그런 가방이 있었지 하는 때가 오겠지만 짝사랑하던 친구의 연애소식을 듣는 기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이별이 있으면 만남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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