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과 상실 그 사이 어딘가.
축배를 들어야 하는 날.
회사가 원하는 능력과 커리어를 가진 분이라 소개를 해줬는데 입사가 확정되고 소식을 접하게 됐다.
솔직한 심정으로 기쁨 반, 걱정 반이었다.
같이 일할 수 있는 건 기쁘지만 소개해준 사람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 있어서인지 부담감도 배제하기 어려웠다.
그를 환영하는 환영자리가 마련됐고 참석한 팀장들 포함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고 대표님 한마디를 끝으로 자리를 일어나면 되는 상황이었다.
열망이 있는 그는 입이 터졌다.
나와 이전 퇴사한 팀장들보다 잘할 자신 있습니다로 시작하더니 본인은 팀장 경력도 있고 금세 직원들과 친해질 수 있는 강점이 있는 사람이라 잘할 거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할 말을 잃었다. 능력과 경력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나보다 잘할 자신 있다는 건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얼어붙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가만히 있는 저는 왜 맞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 순간을 덮으려 노력했다. 생선가시가 박힌 것처럼 쉽사리 빠지지 않았다. 임원분 한분께서 내가 팀장으로서 출중하며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는 팀장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거 같다며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인재라며 그 발언은 위험했다고 정정해 주었다. 그가 예상한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지 당황한 모습은 감출 수 없었다.
과연 그렇게 해야만 높은 자리를 올라갈 수 있는 걸까.
집에 도착해 침대에 누워 그가 했던 말 한마디가 맴돌았다. 의도가 본인의 능력을 어필하고 싶었던 것이라 백번 양보한다 해도 잘하는 직원으로 팀 구성을 원했던 그 요구사항대로 우리 팀에서 잘하는 직원들로만 구성해서 보내준 사실을 알았음에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소름 끼치는 건 제일 아끼는 직원을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해당 직원이 실적이 좋아서 욕심날 수 있는 건 인정한다. 알고 지낸 세월이 있는데 귀띔이라도 탐나서 얘기드렸다 얘기해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인사권이 없는 나로선 직원에게 회사의 선택이고 새로운 팀장님에게 배울 점이 많아서 직원에게 잘된 일이라며 혼자 삼키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다음에는 아끼는 직원에 대해 내어 줄 수 없다고도 얘기할 줄 아는 팀장이 될 것.
상대방이 무례함에 일일이 응대해 주기보다 가볍게 무시해 주는 태도를 갖출 것.
고통 없는 성장이 없어서 통증을 느낀 것이라며 위로하며 뒤가 아닌 앞을 향해 나가기 위해 가시를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