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인 게 죄.
달력을 업데이트하면 하이에나들이 달려든다.
선호하는 금, 월요일을 선점하기 위해. 선배 눈치 보며 쓰지 못하는 막내들을 위해 연차표를 홀수달은 연차가 높은 순부터 짝수에는 막내부터 우선권을 줬더니 이번엔 중간기수가 불만을 표한다. 공평하게 휴가를 보낼 방법을 궁리한 결과
지난달에 선호하는 요일에 쓴 직원은 다음 달은 우선권에서 밀리는 방식으로 환경은 안착되었다.
일기예보와 달리 소나기가 내린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출되곤 하는데 그날이 그랬다. 신입사원이 부서배치받고 난 다음날
입사한 지 이튿날 그가 자리로 왔다. 다음 달 해외여행을 위해 연차사용을 얘기를 하러 말이다. 잠시 머리가 멍했다. 한 달 만근 하면 연차가 생성되는 건 맞다. 신입이 업무 숙지도 안된 상태에서 자리를 비운다. 기존직원들과 일정조율 없이 보고하는 이 상황을 어찌 이해해야 할까. 체감상 통보에 가까웠다. 연차는 자유라지만 이기적이란 생각은 지우기 어려웠다. 팀원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잡아둔 가족여행이라 양해를 구한다고 타일렀다.
우연히 친한 팀장이 그가 동기에게 자랑하듯 본인은 계획적인 사람이라 이후 해외여행 계획도 세워줬다는 소식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랜서에 적합한 친구인 듯한데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줘야 할까. 차분히 설명을 해줬지만 똥 씹은 표정으로 건성으로 네라는 기계식 답변에 혀를 내둘렀다. 혹여라도 감정이 상한 마음이 뛰쳐나올까 싶어 메신저로 수정사항을 전하고 승인하는 편을 택했다. 연차사용 관련해서 보고 후 사용할 수 있도록 회의시간에 공표했고 1일 2명 제한으로 모든 직원 시킬 수 없음을 인정하고 못된 팀장이 되기로 했다.
선임을 할 때마다 팀장님들이 외롭다거나 힘들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귀담아듣지 않았다. 죗값을 치르는 것일까.
팀장이 되고 나서 외로운 자리임을 많이 느낀다. 위에서 실적으로 혼나고 직원들의 고충을 헤아려줘야 하고 개념을 상실하는 상황도 의연하게 넘겨야 한다.
보이지 않는 너와 나의 사이
직원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팀장들이 커피를 나르곤 했는데 습관이 든 것인지 양손 가득 음료 10잔을 낑낑대고 들고 와도 요지부동이다. 모든 직원은 그런 건 아니지만 문화가 되듯 당연시되는 게 안타깝다. 수정요청을 해도 왜라는 반문을 하던 직원들이 감사직원이 피드백요청을 하니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할 말이 없다.
처음에는 꼰대력으로 속앓이를 많이 했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적으로만 대하자 하고 나니 가벼워졌다. 회사밖에서 만나면 팀장이 아닌 여자사람 또는 행인 1일 테니까.
내 인생에서 영원히 OUT.
때론 직위, 직책을 따지며 자신의 인맥을 나열하며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사람을 만난다. 처음에는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서 얼굴이 붉그락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부족한 사람이라고 내가 인정했던 것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상대방이 뭐라고 하던 내 마음이 단단하면 흔들리지 않는다. 남몰래 똥고집을 피운다. 굴하지 않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뚝심 있는 사람이야. 상대방을 깎아내는 저급한 언행을 하는 사람은 알 수 없는 것이지라고 속삭인다. 이 또한 통하지 않는 날은 왜 힘든지 생각하며 그럴 수 있지. 내 마음을 쓰다듬어주며 털어낸다. 월요병에서 탈피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걱정은 그만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불행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보물을 보라.
Happiness is always a by-product. It is probably a matter of temperament, and for anything I know it may be glandular. But it is not something that can be demanded from life, and if you are not happy you had better stop worrying about it and see what treasures you can pluck from your own brand of unhappiness.
로버트슨 데이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