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더미에 묻혀 있던 도쿄여행
"해외여행 갈래?" 친구의 한마디로 비행기표를 발권한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일요일은 교회에 가야 하는 친구와 연차를 길게 내기 어려운 나로 인해 후쿠오카를 다녀왔던 우리는 일본은 제외했다. 주말로 다녀오기 좋은 나라로 대만을 생각했지만 딱 한번 다녀오기 좋은 나라라는 과거 경험으로 제외. 결국 우린 또 일본으로 택해야 했다.
"너 도쿄가 봤어?"
"아니, 도쿄 빼고 웬만히 가본 듯?"
신기하게도 둘 다 도쿄만 안 가봤다니 잘됐다. 숙소를 찾다 보니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라는 것을 알고 여행이 주는 설렘에 가속도가 붙었다.
엔저라고 해서 경비를 가볍게 생각했던 내게 1박에 20만 원이 웃도는 숙소는 정신 차리게 하기 충분했다. 포기할 우리가 아니었다. 집요함으로 10원대로 깔끔한 숙소까지 예약을 끝냈다. 계획형 인간이지만 여행만큼은 구경하고 싶은 장소, 식당만 추려서 노션으로 대략적인 동선만 짜고 내려놓는다. 늘 변수가 존재하니 여행에서만큼은 자유롭기 위해서.
캐리어를 끌고 내려오니 아파트 가로수길에 핀 벚꽃 만개에 가던 길을 멈추고 카메라에 담았다.
도쿄는 얼마나 더 예쁘길래. 심장이 요동쳤다.
비 오기 전 맑음이었나 보다.
기대를 한 아름 안고 도착한 도쿄의 시작은 처음부터 순탄치 못했다. 스카이 라이너 예약 티켓을 발권받기 위해 대기줄에 서있다 순서가 돼서 코앞에 교환가능한 기계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뻥 졌다.
이내 정신 차리고 몸을 싣고 우에노에 있는 '선루트 스텔라 우에노' 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꼬르륵.. 배꼽시계가 울렸다. '스시로 우에노' 회전 초밥집에서 각자 취향에 맞게 식사를 하고 돈키호테에서 지인 선물을 구매하고 숙면.
DAY 2
동선을 안 짠다고 안 했다.
3일 교통패스권으로 지하철을 타고 우에노 공원 근처로 이동했다. 첫 번째 목적은 이치란 라멘. 목적지 근처에 있으니 가보자.
우에노 공원 벚꽃 만개 명소로 4월에는 벚꽃축제를 한다고 해서 기대를 했지만 날이 추워서 인지 탈모 벚꽃으로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니시테츠 호텔 신주쿠' 체크인하고 시바 공원으로 갔더니 공사장 뷰가 펼쳐졌다. 검색해 보니
아카네바시 4번 출구로 갔어야 했다.
도쿄타워 뷰 찍는 명당은 아래 주소를 구글 지도에 도착지로 설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Good view Tokyo tower
〒105-0014 Tokyo, Minato City, Shiba, 3 chrome−15−9
이세탄 백화점에서 아이쇼핑하고 식품관에서 마감세일로 저녁거리 챙겨 숙소로 이튿날 마무리.
DAY 3
몬자야키를 먹으러 'monja ' 웨이팅이 싫어서 오픈런을 했지만 앞에 세 팀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몬자야키를 먹으러 갔지만 죽 같은 비주얼에 야끼소바와 오코노미야끼를 주문했다.
맛이 궁금하지만 배가 부른 우리는 빈티지 쇼핑을 즐기겠다며 래그태그를 시작으로 아모레 , QQQ 구경했지만 예상보다 더 비싼 금액을 보고 파르코 백화점에서도 꼼데가르송 매장에 들렀다.
전날 구매한 내 가디건을 보고 구매하겠다는 친구로 인해 갔다. 블로그에서 꼼데가르송은 사이즈가 금방 빠지기 때문에 보이면 구매하라는 글을 보고 XXS 사이즈가 있으리라 생각 못하고 XS를 산 나는 매장에서 대박이라고 크게 외치고 말았다. 못 알아들으셨을 거야 하고 계산하려던 찰나 또렷이 들리는 한국어에 귓바퀴가 뻘겋게 물들어갔다.
배가 출출해져서 일본 왔는데 로컬 라멘집 한번 가볼까 하고 검색하다 발견한 '하야시다' 소유라멘집으로 갔다. 진정한 현지 식당인 걸까
주문하는 기계부터 온통 일본어만 존재했다.
사진을 보고 운에 맡기기로 했다. 오리와 닭으로 육수를 만든다고 하던데 국물이 진하다. 고기는 수비드로 고명으로 올려준 듯한데, 맛이 없지는 않지만 조금 느끼해서 한 번쯤 먹어볼 한 정도였다.
파파라치 컷을 찍힐 수 있는 곳으로 치마는 금지.
마지막 날을 그냥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포차거리로 향했다. '신주쿠 꼬치골목' 협소한 골목에 작은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몇 군데는 사진촬영 불가라고 붙어진 곳도 있었다. 화장실이 협소해서 가고 싶으면 어쩌지, 흡연자들로 불쾌감이 높은데 꼭 먹어야 할까 하다. 술을 끊은 나로 인해 시원한 맥주 한잔 못한 친구를 위해 자리를 잡았는데 선선한 날씨며 서울에서는 느끼기 힘든 포차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5%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편의점 디저트로 마무리하고 다음날 일어날 일은 모른 채 잠이 들었다.
아침 리무진 버스 가는 동선을 확인할 겸 어젯밤 티켓부스에 갔었는데 마감이 되어 표를 발권하지 못했다. 불안한 마음에 숙소에서 도보 10분 이내라 빠른 걸음으로 갔는데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매진되었다는 표시가 보였다. 매표직원분께 확인 요청하니 취소표가 있었는지 탑승할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우리 뒤에서 탄식을 뱉는 이들과 같이 했을지도 모른다, 여행으로 인해 당연함을 잊고 살았던 시간에 대한 감사함을 배웠다. 벚꽃구경은 한국에서 하는 걸로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