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처음으로 입 밖으로 꺼내는 이야기

결말을 모르는 이야기.

by miyouvely

그때 상황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꺼내는 것조차 무섭고 피하고 싶었으니까.

.

.

.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일이다.

학교가 끝나고 3층 피아노 학원으로 향하던 길. 속상한 일이 있어서 투덜대며 계단으로 한 걸음씩 올라가던 참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분명 1층에서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없었는데 어디서 나타난 걸까.


2층에 도착할 때쯤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학생 잠깐 내려와 볼래?" "네? 저요? "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이끌린 듯 따라갔다. 어른이 말하면 들어야 한다고 배워서였지 않을까

1층에 도착할 무렵 뭔가 이상한 느낌과 함께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를 보고 확신했다.

지금 위험한 상황이구나.

어떻게든 여기를 피해야 한다.


어떻게 하지..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머릿속은 하얗게 되어갔다.


누가 나 좀 살려줘요..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나를 끌고 가려는 느낌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큰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우는 목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지 하고 관심을 가져준 행인분들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그를 쳐다봤고 별일 아니라는 듯 가던 길 가라며 손을 휘저었다. 우는 나를 데리고 가는 건 역부족이라 판단했는지 가던 길 가라며 나를 두고 이내 사라졌다.


뒤도 안 돌아보고 그 공간에서 멀어지고자 계속 뛰었던 기억만 난다.



내가 그날 크게 목놓아 울지 않았더라면

주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상처를 너무 늦게 알아보고 토닥여주는 것 같지만,

너 그때 많이 무서웠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