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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가면 자고 와야 돼?

못된 며느리로 낙인.

by miyouvely

결혼을 하고 의견충돌이 있었던 주제.

'시댁에 가면 1박 2일을 하고 와야 하는가'

정답은 없겠지만 현명한 의견들이 궁금하다.


차가 막히는 것을 고려해 설날은 친정을 가면 추석은 시댁을 가는 방식으로 협의는 했다.

그렇지만 위 주제는 의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차로 2시간 소요되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시댁이 있다.

일 년에 생일 이외 명절 포함하면 4번 정도 방문한다. 누군가는 몇 번가 지도 않는데 1박이 뭐가 대수일까 생각할지도. 주변 결혼 지인들은 당일치기로 갔다 오거나 근처 호텔을 잡고 1박 2일을 보내고 온다. 예전과 달리 명절에도 차가 밀리는 걸 감안해서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여행으로 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경우도 있다.

부모님과 같이 보낼 시간이 많지 않으니 한번 왔을 때라도 당일치기보다는 1박이라도 같이 보내고 싶다는 그의 말을 존중해 주려고 노력한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설치다 보니 근처 호텔을 잡는 것도 얘기해 봤지만

다음날 회사 출근하는 나로 인해 일찍 올라가서 비용적 측면에서 굳이란 판단을 내렸다. 며느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역으로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른 가족들이 1박을 하지 않고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시부모님은 운전하느라 피곤했을 테니 자고 내일 가는 게 어떠니라고 하시고 그는 내게 어떻게 할래 하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집에 가고 싶어요라고 마음의 소리를 하면 시부모님에게 오래간만에 본 아들과 이별을 시키는 못된 며느리가 되는 것이니까. 짝꿍이 우리도 올라가지 뭐라고 마무리하면서 처음으로 1박을 하지 않고 올라왔다. 이게 되는 거였구나.


친정은 차로 40분 이내 거리라 가깝지만 가게 되면 밥만 먹고 금세 집으로 온다. 자주 찾아뵙고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가 잘 사는 게 효도가 아닐까. 내 성격을 부모님은 알기에 존중해 주신다. 시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셔서 얼굴 비추라고 하면 짝꿍이 선약이 있어서 바쁜 틈을 타고 혼자 방문 안을 하곤 온다.

내로 남분은 용납할 수 없는 나라서.



시부모님께서 국내 가족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시는 소식을 듣고 올초 휴양지로 해외여행 보내드린 것으로는 부족한 것인가 유쾌하지 않았다. 이럴 때마다 결혼제도에 맞지 않는 사람이구나. 못된 며느리라 자책하게 된다.



효도는 셀프입니다.

시부모님 두 분 다 감기로 평일에 식사를 못 했다고 하셔서, 죽을 배달 드실 수 있게 주문해 드리는 정도는 해드릴 수 있지만 긴 시간 같이 있는 건 내겐 버겁다. 그렇지만 익숙해져야 된다.


결혼할 때 양가 부모님 생신 비용을 정했지만 무의미했다. 예상치 못한 시할머니꼐 드리는 용돈부터 조카들 용돈을 간과했다. 챙겨야 하는 경조사는 시댁만 아니면 시할머니생신, 삼촌 환갑도 챙겨야 하는지 기준점을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평생 다른 삶을 살아던 두 사람이 맞춰가는 게 쉬울 리가 없는 게 당연하지만 더 어렵다. 워커홀릭 며느리로 호흡을 참고 수면아래로 내려간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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