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자답
오늘 하루 기분이 어때요?
-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거 같은데요.
왜 그렇다고 생각할까요?
- 딱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으니까요.
어떨 때 기분이 좋은가요?
-..(3초간 정적) 아이스 초코라테를 마실 때요.
기분이 좋지 않을 땐 호르몬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단 음료를 넣어준다.
이 방법은 재채기처럼 지나가는 감정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어서
단전에서 올라오는 분노와 불안, 초초와 같이 불편한 감정들이 올라올 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다수결의 법칙에 내 감정과 기분은 고려하지 않은 삶에 절여가고 있었다.
잘 지내?라는 질문에 말문이 턱 하고 막히는 걸 보면 이제는 잘 지낸다고 하고 싶은 소망이 피어났다.
오늘 왜 이러지?
특별한 이유 없이 입맛도 없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이 얼굴을 내밀고 동태눈이 되었던 하루 왜 이렇게 기분도 안 좋고 억눌렀던 서러움이 폭발하는 걸까.
구름이 가득한 때때로 빗방울이 내리기도 하는 습한 불쾌지수 올리는 날씨와 불인한 결재 서류를 타 부서에서 전달받은 회신으로 답변을 하며 재결제를 요청하는 무례함과 상사에 대한 무시. 그리고 여러 번 설명을 해줘도 거짓된 사과를 받아도 삼켜야 하는 내 상황이 불쌍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만의 사정이 있겠거니 무례함에 시간을 더 이상 할애하고 싶은 마음도 시간도 없었다.
알아서 상사가 일을 대신해 주니 좋겠지만 좋은 평까지 기대하는 어리석음은 없기를. 직원일 때는 팀장이 되면 바쁜 나보다 여유가 있어 보여 부러웠고 하라면 하는 문화라 왜라는 질문은 해본 적도 의구심을 가져본 적도 없다. 시간이 흐르고 숙취로 지각해도 몸살이라는 변명, 황금연휴에 휴가를 쓰기 위해 집에 일이 있다는 말로 포장, 시킨 일을 하지 않은 채 선약 있어서 내일 하겠다며 칼퇴하는 모습 이외 못 본 것으로 못 들은 것으로 삼켜야 한다. 답안지를 밀려 썼을 때 감정이랄까. 내가 한 일이라 탓할 수 없고 서러워해 봤자 지난 일이라 돌이킬 수 도 없다.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반려 거북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직서는 더 품고 있어야 한다.
불편한 감정을 잠재우는 특효약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텐데,
남들보다 신경이 곤두서있어서 위험을 인지하는 능력이 발달된 편이다.
팀원 한 명이 얼굴이 상기되어 퇴근하겠다고 하는데 마음이 걸려 다음날 스몰토크를 할 때 물어봤다.
퇴근시간 임박해서 타 부서와 언쟁이 있어서 마음이 불편했었더라고 털어놓았다.
항상 내가 예상한 방향과 같지 않다는 경험이 있어야 나로 인한 것일까 라는 헛된 걱정을 하지 않게 된다.
나로 인해 상기되었더라도 아니라고 들었기에 마음은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불편한 감정도 여러 가지 색을 띠고 있는데 깊은 내면의 원인을 찾아보면 조금 화가 누그러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매번 지각하는 친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친구가 급하게 오다가 발목은 헛디뎌서 오늘도 약속시간을 늦었다. 그 친구를 보자마자 화를 내거나 아니면 연을 끊을지도 모른다. 깊은 내면에 그 친구가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보다 더 안으로 들어가면 무시하는 태도, 계획대로 시간을 쓸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이 친구가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는 건 맞지만 무시하려고 늦은 건 아닐 거다. 화내기보다 난 "네가 약속에 맞춘 적이 없는 걸로 인해서 무시하고 있다고 느끼게 돼. 누적되니 속상해서 한동안 만나고 싶지 않을 지경이야."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단순 화를 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결과를 보이지 않을까.
유지하고 싶은 관계라면 속마음을 얘기하겠지만 더 이상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속으로 내 마음을 돌보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다. 오늘도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로 상처받지 말자.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The first step to getting the things you want out of life is this: Decide what you want.
-Ben 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