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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Jun 01. 2021

엄마 나 좀 살려줘요

그 녀석과의 동거

입사하고 1년 뒤부터 갑자기 어지러운 증상이 잦아들면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이비인후과에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고 검사예약을 하고 돌아왔다. 빈혈이라고만 치부하면서 살아왔었는데 큰 병이면 어쩌지란 걱정으로 미쳐갈 때쯤 검사일이 다가왔다. 간호사분께서 검사하는 당일은 공복을 해야 함을 거듭 강조하셨는데 흘려들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아연실색하게 된다. 


검사기구를 이용해서 균형감을 확인할 수 있는 평형기능 검사와 양쪽 귀에 찬물과 미지근한 물을 넣음으로써 안진(눈 떨림) 검사를 받았다. 눈의 움직임을 정확히 판별하기 위한 기구를 씌운 상태에서 4번에 걸쳐서 검사가 시행되는 데 물이 들어가는 순간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미친 듯이 세상이 돈다. "어어.. 선생님 너무 어지러워요.." "원래 어지러워요. 환자분 눈을 크게 떠야 돼요 안 그러면 다시 검사해야 돼요." 다시라는 말에 눈을 필사적으로 크게 뜨려고 안간힘을 썼고 무사히 검사를 끝냈다. 갑자기 몰려오는 구역감에 화장실 변기통을 부여잡고 헛구역질에 진이 빠졌다.


출처 _ unsplash


놀랍게도 일주일 뒤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다. 스트레스로 인해서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며 규칙적인 식습관과 수면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소견만을 받고 나왔다. 


그 후로도 유명하다는 한의원, 종합병원을 다녀봤지만 차도는 없었고, 병원을 옮길 때마다 해야 하는 검사의 수는 점차 늘어났고 회전의자 검사, 뇌 mri까지 하고 나서 혈관성 두통과 전정신경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진단은 내렸지만 아직까지 원인 불명의 상태임으로 약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커피와 술은 이제 안됩니다.

몸과 마음이 더 지쳐갈 때쯤 무시무시한 그 녀석을 마주했다. 

필라테스를 한 뒤 귀가 후 숨을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기존과는 다른 어지럼증이 시작되었다. 전정신경염의 진단을 받을 때만 했어도 가만히 있으면 참을만한 정도였는데

누워있어도, 서있어도 세상은 계속 돌아가는 두려움에 응급실에 찾아갔다. 수액만 놓아줄 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받고 수액이 몸에 들어가는 순간 어지럼증이 심해지면서 상태가 악화되자 간호사는 입원해야 할 거 같다며 보호자를 찾았다. 결국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전했고 느닷없이 병원이란 딸의 연락에 놀랐음에도 괜찮을 거라며 따뜻한 온기로 손을 잡아주었다. 죽을 것 같은 공포감과 처음 느껴보는 극강의 어지러움에 "엄마 나 좀 살려줘요" 라며 2인실 병동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이석증과 살려면 존버밖에 없어.


1년이 지난 어느 날 같은 증상이 발현되었지만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걸 이미 알기에 9시 첫 진료까지 버티고 병원으로 향했다. 기존 주치의분은 예약이 밀린 상태라 다른 분께 보게 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이석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이석증과 전정신경염이 유사한 증상이라 구분이 어렵기도 하다는 소견과 함께 말이다. 이석 치환술이라는 귀에서 나온 돌들이 다른 기관을 건드리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어지러운 방향과 각도를 안진(눈의 떨림)으로 확인하여 빠지도록 유도하는 치료를 받았다. 

 


이석증의 증상은 대표적인 증상으로 지속적인 어지럼증, 두근거림, 식은땀, 심한 경우 구역질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이 20분에서 30분 정도 심한 어지럼증이 유지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는 미비하지만 잦아들기는 한다. 이석 치환술을 받지 않아도 돌들이 자연소실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얘기를 하면 놀이기구 타는 거 같고 재밌겠다는 답을 들어본 적도 있다.

생각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하면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신 언제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자유의지라곤 찾아볼 수 없는 놀이기구에 탈 수 있겠는지 묻고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unsplash _ 출처 


흔히들 발생 시점은 40대, 50대 여성에게 많이 발생된다고 한다. 요즘 들어 20,30대에도 많이 발생되고는 있긴 합니다. 그것보다도 완치가 없는 질병이라 재발이 안되려면 관리를 잘해줘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듣고 진료실을 나왔다. 



건장한 남자 선배도 어느 날 복싱을 하다 이석증 진단을 받았다는 얘기에 어떻게 견디는지 여쭤봤다. "이석증이라고 해서 죽는 병 아니야, 안 죽어"겪어본 사람이 해준 말이 었기에 비수가 아니라 위로가 되었다. 이석증이 오려고 하는 일종의 신호가 오면 경추(목) 쪽에 폼롤러로 풀어주거나 온몸에 힘을 빼고 호흡을 안정화하려는 노력으로 오늘도 견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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