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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Oct 13. 2022

10만원을 버리고 시작한 신혼여행

슬퍼할 시간이 없다. 

약 6개월간 결혼 준비를 했다. 선택의 늪에서도 잘 견뎌내던 큰 난관이 찾아왔다. 그건 바로 신혼여행지 선정이었다. 그는 휴양지를 나는 도시를 원하며 의견차가 생겼다. 3월 당시 신혼여행 추세는 제주도를 가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9월 예식이면 해외를 갈 수 있을 거란 말이 들렸다. 가깝고 경제적 부담이 적은 괌, 사이판으로 좁혀졌다. 괌은 가본 경험도 있고 물놀이를 즐기지 않는 터라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사이판으로 가야 하는 것인가 고민하던 중 여행객 유치를 위해 여행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실 답은 사이판으로 정해져 있었다. 뉴욕 여행을 목적으로 모았던 항공 마일리지가 개악*으로 인해 올해 안에 사용해야 되는데 잘됐다 싶었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이코노미로 뉴욕을 왕복할 수 있는 마일리지라 50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항공권으로 맞바꾼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차후를 기약하고 사이판 항공권은 여행사를 통해 결제를 했다. 


개악* [국어사전] 고치어 도리어 나빠지게 함.


0도 아니고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다. 


사이판 숙소를 검색하다 괌보다 작은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괌도 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작은 나라라면 이건 아니다 싶어 결제 취소를 위해 사이트에 접속했다. 무료 가능시간을 넘었다며 취소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알림이 떴다. 어안이 벙벙해서 취소수수료를 보니 10만 원을 부담해야 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멍 청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평생 후회할 것 같단 판단 하 새로운 여행지를 탐색했다. 몰디브, 발리, 하와이로 추렸다. 그의 취향을 고려하면 몰디브, 발리였지만 비행기를 오래 타지 못하는 우리에게 직항이 없는 곳을 선택할 수 없었다. 남은 곳은 하와이였다. 환율 폭등과 물가가 비싸다는 점이 고민됐지만 마일리지를 이용하면 되니까라며 긍정 회로로 떠날 만을 기다렸다


계약서에 작은 글씨가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보자.


하객에서 잊지 못할 결혼식을 올린 다음날 출발로 예약해둔 것이 신의 한 수였다. 19시간 시차 까짓 거 비행기에서 자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자다 깨다를 반복해 멍한 상태로 하와이 땅을 밟았다. 프로 계획러에게 여행 첫날부터 시련이 다가왔다. 여행사 안내와 달리 반나절 투어가 하루 일정으로 변경되고 20만 원 정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가이드분이 사진이 잘 나오는 명소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좋았지만 하루라는 기간을 동행 커플분들과 나눠야 하니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비치 앞에서 먹는 점심이라니 by. miyouvely

지우는 게 맛이죠. 

하와이에서 먹어야지 했던 건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 포케, 무스비, 테디스 버거였다. 액티비티는 예약이 5분 만에 끝난다는 하와이 명소 하나우마 베이, 와이키키가 한눈에 보인다는 다이아몬드 헤드 트래킹, 쿠알로아 랜치 ATV , 거북이 스노클링을 즐기기로 리스트에 적어뒀다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바라본 일출 by. miyouvely

동이 트기 전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입장시간에 어둠 속에서 기다렸다. 오자고 했던 장본인이지만 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정상에서 동이 트는 걸 기다리며 인증사진을 찍고 하산하다가 혼인서약서에 한 문장이 떠올랐다. '세상 모두가 당신이 틀리다고 말하는 순간이 와도, 당신의 편이 되겠습니다' 맹세했던 그는 다이아몬드 트래킹을 가고 싶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는 방법을 찾았다. 

정상에 도착하고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싫다고 했더라면 이런 경관을 볼 수 도 없었을 텐데 함께하고 있음에 평생 잊지 못할 순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보답하듯 물놀이를 즐기지 않지만 스노클링 할 생각에 설렌 그를 보며 도전해보기로 했다. 체력 방전으로 야자수에 누워서 휴식을 취했지만 멀리서도 보이는 그를 발견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던 사실을 알까. 사랑하는 사람과 닮아간다더니 그의 배려처럼 나도 조금은 베푼 시간이었기를 바라본다.  




하늘이 질투를 시작했다. 


아침에는 쥐라기 공원을 촬영한 쿠알로아 랜치에서 ATV랩터를 타고 입이 떡 벌어지는 자연경관에 빠지는 신세계를 맛보았다.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살 겸 비치가 있어 주차를 했을 뿐이었는데 스노클링 두 번째 명소 샥스 코브였다. 돌이 많고 수심이 깊지 않아 별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물고기 떼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나우마베이보다 다양한 물고기를 보고 신나 놀던 그는 피곤한 몸이었지만 운전을 해야 했다. 조수석에서 졸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이내 헤드뱅잉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뒤편에서 쿵하고 처음 들어보는 큰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운전하고 있던 그의 표정이 상기된 채 뒤로 가는 것을 보고 일이 생겼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호텔 주차장에 주차를 하던 중 난관에 돌출된 쇠 봉이 뒷좌석 유리와 부딪히며 깨져버린 것이었다. 국내였다면 보험사를 불렀겠지만 해외 렌터카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차분히 그는 렌터카 회사에 상황을 알리고 알려준 픽업장소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내내 수리비가 많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 발을 동동 구르는 마음과 달리 유리는 실시간으로 더 깨졌고 짐에 유리조각이 쌓여갔다. 



유리가 분명히 있었는데 없어진 차량. jpg 


렌터카 차량 결제 당시 보험을 가입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파손이 됐는데 지불할 게 없어?" , "네가 이미 다 지불했잖아"라는 직원의 농으로 긴가민가 했던 우리는 방방 뛰었던지 바로 새로운 차량으로 바꿔주며 한국어로 된 보험에 대한 팜플렛을 챙겨주었다. 


그의 빠른 판단력으로 렌터카에 사고 접수를 했고, 옆에서 비용 처리는 하면 된다고 했던 행동으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순간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살면서 어떤 역경이 찾아와도 우리라면 견뎌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을 심어준 계기가 되었다. 




이전 12화 아찔한 결혼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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