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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Oct 05. 2022

아찔한 결혼식을 치렀다.

하객에게 기억될 만한 임팩트를 선사하다. 

피로도 99%, 긴장감 50%

 

결혼식 전날 잠을 설치면 안 된다는 말에 일찍부터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을 청했다. 밤을 새우고 가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12시도 되기 전 꿈나라로 갔다. 일어나고 왠지 모를 피곤함은 기분 탓으로 무시했다. 반나절 공복을 위해 베이글과 고구마로 위에게 힘내라는 신호탄을 보내고 집을 나섰다. 교통체증을 고려해 서두른 덕분에 메이크업 샵에 30분 일찍 도착했고 전타임 신부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며 진짜 내가 결혼을 하는구나라며 체감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감보다는 비대칭을 맞추기 위한 선생님 요구에 따라 경직된 상태로 있다 보니 뒷목이 저릿저릿 잠시라도 잠을 청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청심환을 먹어야 하나 했던 생각은 괜한 걱정이었구나 싶어 패스 했다. 



드레스를 입고 식장으로 도착하여  양가 부모님과 오손도손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컨시어즈(예식 도우미)분의 설명을 듣고 혼자 동공이 확장됐다. 신부는 리허설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나서 발으 동동 굴렀다.  11cm 구두를 신고 드레스가 엉키지 않도록 뻥뻥 차며 드레스와 부케를 잡고 표정 관리하면서 입장곡을 들으며 천천히 입장할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모님이 베일을 밟는 실수로 멈추는 상황, 아버지가 드레스를 밟아 걷지 못하는 경우, 드레스 무게로 총총걸음으로 엉거주춤 걷는 영상이  떠오른 탓에 넘어지면 안 돼 라는 것만 되뇌었다. 긴장감이 고조됐는지 물을 잘 마시지 않는 편인데도 목마름 증상으로 입이 마르는 증상이 시작됐다.  하객맞이를 하다 보니 까맣게 잊어버렸다.



신부는 동물원에 동물이 된다더니 핸드폰을 내밀며 사진만 촬영하고 가거나 얼굴만 빼꼼 쳐다보고 이내 사라지는 분들이 계셔서 일단 인사하고 미소를 짓는 임무를 수행했다. 신부대기실 밖 상황이 궁금하지만 이모님께 신랑 립스틱을 발라주는 것 이외 할 수 있는 거라곤 없었다. 입장 십 분 전 늦게 도착한 지인과는 눈인사만 보낼 뿐 사진을 찍지 못해서 아쉽고 속상했다. 식이 시작되고 입장을 위해 대기실 옆에 마련된 문 앞에 아버지와 나란히 섰다. 긴장을 많이 하셨는지 경직된 표정에 손에는 식은땀이 느껴졌다. 문틈 사이로 화촉점화가 진행되고 "이제 나도 유부남이다" 우렁차게 인사하는 신랑을 보고 나니 옅지만 미소를 보였다. 버진로드가  20보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라 꼭 천천히 가야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듯이 2배속으로 걷는 아버지 손을 끌어당기며 천천히 가야 돼요라고 속삭이며 템포를 맞춰갔다. 신랑에게 다 왔구나 안심할 무렵  "신부 너무 예쁘다" 우렁차게 소리쳐주신 분이 계셔서 웃이 터지면서 긴장이 풀렸다. 감사인사를 드리려 했지만 끝내 행방을 찾지 못했다. 


신부 입장 순간의 기록 

눈물이 떨어지기 전 머리를 흔들어 눈물을 던져야 돼


결혼식에서 가장 걱정했던 눈물 샤워가 예상되는 시아버지 축사 연이은 아버지 답 축사였다. 시댁에 가서도 식장에서 울면 어쩌죠라는 얘기를 나누다 갑자기 시어머님과 눈이 마주친 뒤 눈물 대잔치를 했다. 울면 화장도 지워지고 사진이 안 예쁘게 나온다며 주변에서 울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시아버지의 축사는 무사히 참아내고 아버지의 축사에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마라톤에 비유해서.. "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는 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눈물을 헤드뱅잉으로 던져내기 위해 뒤로 고개를 젖혔다. 쏜살같이 이모님이 달려와 울면 안 된다며 휴지로 닦아 주고 간 덕에 큰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눈물 파티를 예상하고 분위기 전환할 겸 고안해낸 축가 전 서프라이즈를 식순에 넣었다. 신랑에게 서프라이즈 다운 이벤트를 해준 경험이 없어 고민하던 중 친척동생들이 구세주가 되어주었다. 날개를 단 요정이 되어 꽃 한 송이씩 건네주는 사랑스러운 계획으로 성공을 예상했다. 영상 시작과 더불어 내레이션을 맡아준 친구며 사회를 많이 봤지만 이런 이벤트는 처음이라며 호응을 이끌어줘서 더 빛났다. 아쉽게도 두 번째, 세 번째 요정의 마이크 소리가 나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리허설 때는 분명 소리가 났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신랑은 상상도 못 해서 더 놀라웠고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며 행복한 미소로 답했다. 


동생들이 만들어준 영상파일 일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행진곡을 끝으로 무사히 식을 끝내고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아직도 의문이지만 신랑 신부 회사 동료, 친구 먼저 촬영을 하고 직계가족사진 촬영을 하면 왜 안 되는 것일까 싶었다. 직계가족사진 촬영까지 마치고 회사 선배가 축하해라고 다가오는데 갑자기 앞이 흐려져서 단상에 주저 않아버렸다. 숨이 답답해서 드레스 코르셋을 느슨하게 풀고 물을 섭취하고 나니 앞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일어나려고 하니 손발에 힘이 빠지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12센티 구두라 넘어짐 방지를 위해 고정해둔 밴드며 구두를 벗고 나니 손이 저릿하면서 혈액순환이 됨을 느꼈다.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자 의자를 준비해주시는 이모님을 보고 신발 벗고 사진 촬영을 하겠다고 하객들에게 민폐라는 생각에 이 악물고 일어났다. 대열을 맞추고 겨우 한 장을 찍고 마지막 핸드폰 불빛을 비치는 촬영 컷 예쁘다고 해서 꼭 찍고 싶던 촬영이지만 도저히 다시 일어날 수 없어 하객들에게 포기 선언을 했다. 하객들이 신랑에게 하루 종일 빈속이라 쓰러지는 거 아니냐고 웅성이자 고구마에 야무지게 베이글도 먹었다며 웃음을 선사해 분위기 전환해주고 힘들면 촬영 안 해도 된다고 다독여준 덕에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쓰러지는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는데 하객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후련함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혼식이었다. 되돌리고 싶은 것들을 나열해봤다. 신랑 신부 맞절 시 사진상 인사하는 각도가 혼자 90도로 바른 탓에 아쉬웠다. 신랑 신부 45도 인사하는 연습을 해볼 것을 싶다. 이모님께서 단상에 올라오시는 경우는 없다고 하셔서 안심했지만 단상에서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려는 직전 드레스를 무릎 위까지 올리며 매무새를 가다듬어 주는 탓에 다리를 노출하는 경험을 했다는 점이다. 웨딩슈즈를 고정하기 위한 밴드를 한 것이다. 실크 드레스로 입었던 탓에 드레스 무게로 걷는 게 어려웠다는 평이 많았는데 버진로드가 짧아서 인지 걷는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굽이 높았지만 구두를 반나절 신다 보면 붓게 되는 탓에 굳이 밴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예상하지 못한 건 조명의 밝기였다. 화촉점화부터 끝날 때까지 눈부시게 강한 조명으로 인해서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준 지인들의 사진을 보면 하얗게 얼굴이 가려져 있었다. 신부 입장 시 양 옆도 보고 입장할 거란 아쉬움도 있다. 아래를 보고 가면 그림자로 인해 사진이 예쁘지 않다고 하니 양옆을 보기 어렵다면 신랑만 보고 걸어가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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