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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조 May 21. 2022

똠얌꿍을 좋아하시나요?

모든 것의 시작은 똠얌꿍

똠얌꿍:

태국새우탕.

똠(ต้ม)은 끓이다, 얌(ยำ)은 타이식 샐러드의 일종(재료가 똠얌꿍과 동일), 꿍(กุ้ง)은 새우라는 뜻입니다.






  “똠얌꿍에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몇 해 전, 알게 된 동네 친구 하나가 똠얌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태국 음식은 먹을 수 있겠는데 똠얌꿍만큼은 정말 어떻게 해도 먹을 수가 없단다. 본인이 음식 가리는 편은 아닌데 똠얌꿍은 정말 도저히 안 되겠다고. 태국 음식점에 가서는 똠얌꿍을 시키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친구 덕분에 함께 간 일행은 똠얌꿍 파와 반(反) 똠얌꿍 파로 자리를 나눠 메뉴 선정을 했다. 생각해보니 이름도 어려운 똠얌꿍은 처음에 먹기 어렵고 생소한 음식인 건 사실이었다. 한국인에게 호불호 강하게 나뉜다는 고수도 들어있고, 향신료 냄새도 강한 데다 보기에 국물이 뻘겋긴 한데 김치 맛도 고추장 맛도 아닌 것이 시큼하고 달콤한데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이국적인 음식이 아닌가. 나는 언제부터 맛있게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똠얌꿍을 열렬히 좋아하고 있었는데, 친구의 말 한마디가 음식 취향에 관한 생각을 시작하게 해 주었다. 사실 음식이야 안 좋아하면 안 먹으면 그만이고 그 친구가 싫으면 다른 친구랑 먹으면 되지만, 그 친구가 워낙 격렬하게 표현을 해준 덕에 그때부터 똠얌꿍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의 지인이나 직장동료들 중에서 이국적인 음식은 도저히 못 먹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향신료 냄새가 힘들다거나, 향신료가 들어간 종류의 음식 빼고는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다고 말한다. 똠얌꿍이 싫다던 그 친구는 평소에 태국 음식이나 파스타(파스타라고 굳이 말해주었다) 같은 음식은 거의 먹을 일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말하며, ‘한국인은 국밥이지!’라고 외쳤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다가 번뜩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 친구는 서울 근교 한 도시에서 태어나 30년 넘게 살고 있는 ‘ㅇ’ 시 토박이였다. 자기는 ‘ㅇ’ 시를 벗어나 본적도 별로 없고, 해외여행도 봉사 말고는 가본 적이 없으며, 심지어 서울의 심장(?) 명동도 태어나서 2번인가 가봤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몇 년의 외국 생활을 제외한 나머지 인생을 줄곧 수도권에서 보낸 나는 우리 동네는 서울의 옆집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친구의 말은 싸돌아다니기 좋아하고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방랑자 기질이 다분한 나에게 가히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명동은 한국에 관광 온 외국인도 두 번 이상은 가봤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 친구와 비슷하게 ‘ㅇ’ 시 토박이로 자란 여러 친구 중에도 똠얌꿍 좋아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그 친구의 경험이 ‘ㅇ’ 시 때문이 아니라 그 친구의 성향과 삶의 방식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 친구가 유독, 새로운 장소나 음식에 대한 탐구를 해보고 싶어 하지 않아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그 친구는 꽤나 고집 있고, 자신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강한 소신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것도 꽤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음식물 쓰레기 냄새라니, 어디서 정했는지 알 수는 없다지만 그래도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라는 똠얌꿍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2개는 중국의 샥스핀과 프랑스의 부야베스이다)


   나의 절친과 함께 어느 태국 음식점에서 똠얌꿍을 맛있게 먹으며 똠얌꿍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고 말했다. 절친은 자기는 똠얌꿍을 참 좋아하는데, 자신의 친구들 중에 취향이 강하게 갈리는 똠얌꿍을 먹어주는 이가 없어서 나와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참 좋다고 하였다. 똠얌꿍이 ‘음쓰(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난다고 한 친구의 이야기를 했더니, 자신의 친구들도 어릴 때부터 자란 도시를 많이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에 통 관심이 없는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이 많아 다양한 메뉴 선정이 어려워 아쉬웠다고 공감해 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음식에 대해서만큼은 꽤나 개방적이고 도전적인 나에게 종종 음식 궁합이 잘 맞아서 나랑 밥 먹는 게 좋다고 하는 애틋한 고백을 듣기도 한다. 같은 대한민국 땅에 함께 살고 있어도 음식에 관한 취향은 꽤나 다양하구나 싶다.


 



  나의 똠얌꿍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나의 첫 똠얌꿍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였다. ‘캘리포니아’, ‘미국 음식’하면 햄버거에 감자튀김이 떠오르지만, (햄버거가 워낙 유명하고 맛집이 많기도 하다. 미국 햄버거 진짜 맛있다. 그건 햄버걸 챕터에서 이야기하겠다) 전 세계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 같은 신기한 그곳은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꽤 본토 맛으로 즐길 수 있는 미식의 ‘핫플레이스’이기도 하다. 어릴 적 LAX(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픽업 나오신 부모님 지인분이 한인타운의 북창동 순두부로 데리고 가시며 LA에 오면 순두부를 먼저 먹는 것이 LA의 문화라고 하셨다. 몇 년 전 LA의 ‘북창동 순두부’가 한국으로 역수출이 되어 ‘LA 북창동 순두부’라는 순두부 식당이 한국에 오픈하는 독특한 풍경도 보았었다. 물론 한국에서는 LA 정도의 인기를 끌지 못해 지금은 사라진 것 같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순두부찌개를 외식으로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LA의 순두부찌개는 꽤나 근사하고 푸짐한 맛이었다. 식당에 가면 외국인 손님들도 함께 ‘섞어 순두부, 낫 스파이시’를 함께 먹는 생경한 광경을 볼 수도 있다. 이 독특한 곳을 멜팅 팟(Melting pot)(*여러 인종, 민족, 문화가 섞여 용광로에서 녹는 것처럼 동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민자가 많은 LA의 광경이다)이라고도 부르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캘리포니아의 매력이다.   


  2012년에는 최고의 푸드 트럭을 뽑는 미국 텔레비전 리얼리티 쇼에서 우승한 <김치 소시지 팀>이 퓨전 한식으로 대박을 치기도 했다. 먹어보니 정통 한식은 아니지만 김치, 밥, 갈비 소스, 치즈 등이 잘 어우러지는 맛있는 퓨전이었다. 길게 줄 서서 먹는 푸드트럭 문화가 익숙한 LA에서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미국인들이 한국의 맛을 경험하는 풍경은 신기했다. 천사의 도시(로스 앤젤레스)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미국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꽤 다양하고, 꽤 진보적이며, 꽤 느긋하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각각 1년과 대학시절을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보낸 나는 적어도 나의 기억력으로는 쌀국수도 똠얌꿍도 브리또도 모두 미국에서 먹어본 것이 처음이었다.   


  한창 베트남 쌀국수에 빠져있던 20대 초반에는 한국에 드디어 베트남 쌀국숫집이 상륙했다는 기쁜 소식에 방학 중 한국에 들렀을 때 서둘러 찾아갔지만, 내가 생각했던 맛이 아니라 적지 않게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진한 육수에 감칠맛 나는 쌀국수를 기대했는데, 국물은 밍밍하기 짝이 없고 단무지까지 내어주는 바람에 이것이 분식인가 베트남식인가 실소가 터져 나와 불만을 한껏 늘어놨다. 같이 간 동창 친구는 여기는 한국이니까 조용히 하고 먹으라고 까칠하게 응대해 입 다물고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의 친구도 꽤나 까칠한 응대를 하기도 했지만 예전에는 내가 음식에 대한 의견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면 까탈스럽다거나 잘난척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던 것 같기도 하다. 한식으로 비유하자면 진한 사골 탕에 야들야들한 고기를 기대했는데, 사골이 발만 넣었다 뺀 밍밍한 국물에 질긴 고기가 나왔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한식 쌀밥에 김치 대신 오이피클을 반찬으로 줬다고 생각해 보라. (지금은 쌀국수와 단무지는 괜찮은 조합이라 생각한다) 20대 초반이었던 당시만 해도 캘리포니아식 쌀국수(퍼-Pho)란 베트남 아저씨가 서빙하면서 국물에 엄지손가락을 살짝 담가줘야 제 맛이라고 친구들끼리 농담을 할 정도로 쌀국숫집은 베트남 노상의 느낌을 흠뻑 느끼는 소박한 분위기와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인 곳이었다. LA에는 24시간 쌀국숫집이 있어 젊은이들이 해장하러 새벽에 가는 곳이기도 했다. 한국만 해도 24시간 해장국집이 예나 지금이나 심심찮게 눈에 띄지만, 미국은 밤늦게 운영하는 밥집은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쌀국수 국물 좀 먹어본 아시아인들에게는 무려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술 마신 다음 날 해장국이 없는 미국 땅에 사는 ‘국물의 민족’ 한국인들은 쌀국수를 소울 푸드 정도로 여기고 허한 배를 채웠다. 유학생들이 든든하게 한 끼 챙겨 먹기에도 쌀국수 만 한 게 없었다. 미국에서도 쌀국수를 먹을 때 고수를 빼 달라고 하는 한국 친구들이 가끔 있었는데, 그때마다 종업원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했다. 육수에 이미 고수가 우러나 맛이 나는데, 아마도 김치찌개에서 김치 빼주세요 같은 느낌일까. 나는 극진한 ‘향신료 러버(lover)’여서 언제나 한국에서는 ‘고수 추가!’를 외친다. 사실 고수라는 식물 자체가 팍치, 코리엔더, 샹차이 등 불리는 이름도 여러 개지만 한국과 외국 종자가 다른 것인지 고수를 싫어하는 한국인들에 맞춰진 것인지, 한국에서는 아무리 고수를 뜯어먹어도 진한 맛이 나지 않아 개인적으로 늘 아쉽다. 최근에는 쌀국수의 다양화로 본토와 거의 비슷한 맛을 내는 쌀국숫집이 많아졌고 기쁘게도 국내의 쌀국수 입맛이 내 기준으로 상향평준화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몇 년 전 진짜 베트남 현지에서 먹은 쌀국수는 미국에서 손가락 담가 주는 쌀국수 부심을 부렸던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황홀한 맛이었다. 결국 나도 미국화 된 쌀국수에 잘난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똠얌꿍으로 돌아와, 기억을 더듬어 보니 미국에서 똠얌꿍을 제일 처음 먹어봤을 때는 초등학생 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 입맛에 분명 생경한 맛으로 기억해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후에 오랜 시간 동안 의도치 않은 몇 차례의 ‘똠얌꿍 도전’이 있었고 언젠가부터 식당의 똠얌꿍 국물의 차이를 느낄 정도로 음미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새로운 음식에 대한 도전은 첫 술에 내 마음에 쏙 드는 만족스러운 음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몇 차례의 무심한 시도 후에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사실 나도 도전이 두려운 쫄보이기 때문에 여러 번의 안전한 시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비누 맛 고수 향이 가득한 쌀국수도, 시큼한 맛이 매력적인 똠얌꿍도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의도치 않은 몇 년의 도전 후에 나의 최애 음식 카테고리에 진입했다. 태국 음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흔하게 먹는 메뉴는 아니기 때문에 먹을 때마다 기쁨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특별한 날 외식할 때 먹을 수 있는 음식 같아 괜히 똠얌꿍 먹은 날은 괜히 기분이 좋았다. 달짝지근하면서 새콤하게 입맛을 돋우는 똠얌꿍은 태국 음식점에 가면 빼놓지 않고 시킨다. 똠얌꿍과 함께 얇은 게를 튀겨 카레와 볶아 먹는 푸팟퐁 커리나 새콤한 단맛을 느낄 수 있는 볶음면 팟타이를 같이 먹으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조합이 된다. 아마 우리나라 태국 식당에서 가장 인기 많은 탑 3 메뉴이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그 특별함을 집에서도 느끼고 싶어서 집에서 만들어보기 시작했는데, 똠얌꿍 페이스트나 다른 재료들이 시중에 워낙 잘 나와 있어 식당에서 먹는 맛 못지않은 훌륭한 똠얌꿍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행복한 똠얌꿍 타임을 종종 갖곤 한다.  


   태국 음식은 대체적으로 달고, 강한 불에 짧은 시간 동안 볶는 볶음요리가 많기 때문에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 같다. 내가 가본 아시아의 여행지 중에서 외국인 여행자를 가장 많이 본 곳도 태국이었고, 단기 여행이 아니라 여행지에 오랫동안 머무른 것 같아 보이는 현지화된 여행자들도 눈에 띄었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인 여행자가 장기 체류를 많이 하는 치앙마이의 트래블러 TOP1 레스토랑은 피자집이긴 했지만.




  처음 태국 여행을 갔을 때 동행했던 친구는 매우 ‘강경한 한식파’였다. 해외여행 중 가능한 한식을 안 먹겠다는 철칙을 가졌던 나는, 태국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미식의 나라에서 이 친구가 된장찌개에 공깃밥을 찾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외국여행 중 만병통치약인 한국 컵라면 몇 개를 챙겨갔었다. 똠얌꿍 말고 다른 태국 요리를 잘 모르기도 하고 똠얌꿍을 워낙 좋아하기도 해서 도착하자마자 첫 끼니부터 여행하는 열흘 동안 거의 매일 똠얌꿍을 먹었다. 본인(나) 피셜, 태국에서는 1일 1 마사지, 1일 1 똠얌꿍은 필수다. 다른 태국 음식은 잘 모르기도 했지만, 신기하게 똠얌꿍이란 것이 집집마다 맛이 다르고 국물의 느낌이 달라서 매일 먹다시피 해도 질리지 않고 맛의 차이를 느끼는 재미가 있었다. 한국의 김치찌개가 식당마다 맛이 다른 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함께 간 친구는 첫날 한 술 뜨더니 본인 입맛에는 역시나 안 맞는다고 손사래를 치며 먹지 않겠다고 해 며칠 동안 똠얌꿍은 오롯이 내 차지였다. 여행 중 어느 저녁, 방콕 시내를 구석구석 구경하고 길에서 파는 알록달록한 알전구 조명도 한 보따리 사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일정이 꼬이는 탓에 그날은 마사지도 받지 못하고 피곤한 데다 한여름 태국 시내의 열기는 밤이어도 꽤나 후끈했다. 매캐한 매연 냄새로 불쾌한 공기에 늦은 시간이라 식당마다 거의 문을 닫아서 저녁을 해결하지 못한 우리는 잔뜩 예민해진 채로 계속 걷고 있었다. 식당 몇 군데나 발도 못 디뎌보고 닫았다는 소리에 지칠 대로 지쳐, 열린 데 아무 데나 가자고 정하고 터벅터벅 걷던 중에 불 꺼진 상가들 사이에 ‘인도&태국 음식점’이라는 독특한 식당을 발견했다. 부지런한 인도 사장님 덕분에 오래 영업을 하는 걸까 태국인데 무슨 인도인가 싶기도 했고, 인테리어도 독특한 태국과 인도의 묘한 조화로움이 매우 특이하게 느껴졌지만, 우리는 배가 너무 고팠었기 때문에 선택권이 없었다. 똠얌꿍과 함께 인도 카레도 함께 시켜서 허기진 배를 달래려고 하는데, 삼겹살에 된장찌개만 먹던 친구가 조심스럽게 똠얌꿍을 한 술 떠보더니, 눈이 갑자기 커져서 계속 국물을 떠먹는 것이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해 나도 따라서 국물을 먹어보니, 여태까지 먹었던 똠얌꿍과는 또 다른 맛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친구는 자신의 인생 똠얌꿍은 인도 아저씨가 해주는 똠얌꿍이었다며 깔깔대며 여행의 추억을 남기고 힘들었던 하루는 잊은 채 즐거운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똠얌꿍은 코코넛 밀크가 많이 들어가서 신맛보다는 더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많이 나는 똠얌꿍이었다. 친구도 조금 더 익숙한 맛이어서 그랬는지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똠얌꿍을 맛있게 먹었다. 그때 그 식당의 위치도, 이름도, 사진도 없지만 지금도 똠얌꿍을 생각하면 인도 사장님이 함께 떠오르는 그 늦은 저녁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똠얌꿍 이야기가 시작되면 종종 똠얌꿍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왕왕 보인다.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여러 논란을 목격하였다. 주로 똠얌꿍을 (심히) 좋아하지 않지만 책은 꼭 읽어보겠다거나, 똠얌꿍을 좋아해서 선물해주고 싶다거나 하는 이야기다. 분명히 불호의 취향도 존재하겠지만, 똠얌꿍이 싫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높은 확률로 똠얌꿍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다고 한다. 첫 똠얌꿍을 먹을 때 국물에 있는 레몬그라스나 월계수 잎 같은 향신료를 씹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먹으면 안 된다. 아니, 씹어보면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목으로 삼켜서는 안 되는 맛이라고 해야 할까. 간혹 모르고 그냥 먹어야 하는 줄 알고 먹었다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지만. 한국 음식의 특성상 육수를 내고 친절하게 육수를 낸 재료들을 건져주는 국물요리가 대부분이지만 똠얌꿍은 먹을 때 요리조리 피해서 먹어야 한다. 먹어도 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건더기가 섞여 있으니 초심자에게는 어려운 음식일 수밖에.

 

 세상은 넓고 맛있는 음식은 많아도 정말 많다. 똠얌꿍을 먹지 않아도 먹을 음식은 많다는 말이다. 다양한 음식을 모두가 즐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이는 분명 밥에 김치만 있어도 훌륭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 모두 똠얌꿍을 좋아하자고 구구절절 쓴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혹시 똠얌꿍을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았거나 다시 시도해 보시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다면, 세계 3대 수프 대장에도 끼어 있다는데, 똠얌꿍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처음이 별로였다면 시간을 두고 기회를 한두 번 더 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세상에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 하나 더 늘어난다면 그것도 꽤 괜찮은 일이니까. 어떤 건더기를 골라 먹어야 할지 알려주는 친절한 친구와 함께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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