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오늘의 나를 붙잡는 책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서평

by 강미정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전통적 가치관은 흔들린지 오래다. sns 속에서는 매일 새로운 자아가 만들어진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고정된 것 없이 흘러가며 사는 현대인들의 오늘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바우만은 이를 '액체 근대'라 부르며, 유동적인 사회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불안을 강조했고, 사르트르는 인간이 자유를 가졌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이처럼 피할 수 없는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든든한 삶의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동아대학교에서 한국어문학과 및 교육대학원 독서교육 전공의 교수로 재직중인 이국환의 독서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독서와 글쓰기, 예술과 인간에 대한 사유를 담은 52편의 글이 실려 있다. 2019년 출간 이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추천 도서, 2020년‘원북원부산’에 선정되었으며 튀르키예와 베트남, 말레이시아에도 번역 출간되었다. 25년에는 다섯 편의 글이 추가된 개정판을 선보이는 등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평생을 문학과 독서를 연구해 온 저자답게 이 책의 글들은 연구자의 논리, 철학자의 사유, 시인의 언어로 빼곡하다. 그래서 결코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많은 이의 사랑과 기관의 추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글에서 느껴지는 진솔함이다. 저자와 아내의 첫 만남과 사랑의 시작, 아버지의 신문과 어머니의 드라마, 아픈 경험들, 독서에 대한 신념, 울고 웃었던 일상의 여러 풍경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한 에세이집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일상적인 이야기 위에 학자로서의 통찰이 더해져 있다는 점이다.


미셸 푸코는 ‘감옥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학교가 감옥과 닮은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지금의 학교는 분명 긍정적 기능이 크다. 그럼에도 초기 학교가 그러했듯 여전히 학교는 ‘가둠’의 기능에 충실하며, 학교 밖에서는 모성의 보호 본능과 결탁한 사교육이 ‘가둠’의 기능을 연장하고 있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개정)』, 231페이지


예컨대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인용해 현대의 학교가 진정한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가 되지 못함을 비판하는 부분은 단순한 공감 이상의 생각거리를 준다. 인스턴트처럼 소비되는 가벼운 글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 책은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사유의 출발점을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위로만을 주는 책이 아니라, 삶의 질문들을 곱씹고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이 책에는 소설과 시, 희곡 등 다양한 문학 장르와 사회, 과학, 인문학, 경제 등 폭넓은 분야의 100권 넘는 책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나만의 '읽기 목록'을 채워가는 즐거움도 쏠쏠할 것이다. 그리고 독서 에세이지만 저자의 취향을 따라가며 20편에 달하는 영화, 애니메이션, 노래 등도 덤으로 수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주는 힘에 있다. 글의 시작에 언급했듯이 우리는 불안한 존재다. 너무 많은 자유를 부여받은 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시대를 살아간다. 하지만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이것 역시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말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인간을 단단하게 만든다. 일고일고(一孤一高), 한 번 고독할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나아간다. 우리는 고독을 거쳐 더 나은 자신이 되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살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타인에게 더 개방적이고 공감 능력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는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중략- 외로움을 길들여 잃어버린 고독을 찾을 때 삶은 풍요로워지고 은퇴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개정)』, 66페이지



불안을 딛고 익숙함과 결별해 낯선 세계를 마주하는 용기, 금기와 억압의 봉인을 풀고 그 속에 갇힌 가치들을 소환해 삶의 의미를 묻는 실천도 인문학에서 나온다. -중략-

불안하지 않은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는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 불안 속에 삶의 의미는 어두운 터널 끝의 빛처럼 또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열정은 자유롭고 자유는 불안하다. 타성과 관성이 아니라 불안한 열정이 이끄는 곳에 삶의 의미가 있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자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자에게 불안은 영혼을 깨우는 촉매이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개정)』, 165~166페이지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삶을 곱씹는 시간을 선물 해주는 책이다. 지친 하루를 끝내고 잠시 멈춰 앉아 나를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하루를 가득하게 살아내고 불안 속에서도 단단해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참고문헌]

(1) 이국환,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산지니, 2025

(2) 산지니 출판사 책소개

(3) 서진호 『지그문트 바우만의 인문학 액체 근대성 톺아보기』, 루미너리북스. 2024

(4)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스넥컬쳐』, 대한민국정부, 2017. 11.

(5) 한국경제신문, 2021.05.20, [김동욱의 독서 큐레이션] 인스턴트 시대, 지식 소비하는 법

(6) 조선일보, 2016.07.19. 너무 쉽게 소비되는 '얕은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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