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개발자가 되었던 과거 이야기
첫 출근을 마친 그 주의 주말이다.
개발 공부를 하게 되면서 '회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습관이 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하면서도 회고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 분배를 잘하지도 못했을뿐더러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렇게 앉아서 회고를 하는 시간에 코드라도 바라보고 있어야 마음이 편했으니까.
첫 번째 회고에서는 취업준비를 하면서부터 첫 출근까지의 회고를 짧게 해보고자 한다.
아직 회고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지만 일단 작성을 해나가면서 서서히 모양을 갖추는 방향으로 하려 한다.
우선 코드를 처음 작성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너무도 짧은 시간 준비해서 얻은 결과인데, 그래도 취업까지 한 게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내 실력을 보면 한없이 낮아지고 겸손해지는 마음은 감출 길이 없다. 옆에서 준비한 과정을 지켜본 가족은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해주었고 나 스스로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열심이 있었다 해도, 들인 시간에 비해 운 좋은 값진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15주 과정 부트캠프를 덜컥 신청해놓고 이것만 끝나면 당연히 취업까지 된다고 생각했고, 코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렸었다. 15주 중에 10주가량은 주 5일 7시간 이상씩 근무하며 공부했기 때문에 스스로도 시간을 남김없이 쓰고자 노력했다. 일을 하고 체력적으로 힘들었어도 공부가 너무 재밌어서 더 열심히 했다.
15주 과정이 끝났지만 프로젝트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고, 정말로.. 너무 앞이 깜깜했다. 이론적인 공부는 거의 없이 일단 만들어서 동작하게 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삐걱삐걱 동작하게 만들었다. 만들긴 어떻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몰랐다. 그러다 보니 오류가 생겨도 어디다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늘! 에브리데이였다! 그때 강사님이 가르쳐주신 방법으로 동작 순서를 손으로 작성해보며 그간 공부했던 내용들을 조금씩 소화시켜 갔다.
어떻게 보면 1부터 차근히 정리하고 공부하는 타입이 아닌 나에게는 맞는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어려운 거라도 읽고 볼 수만 있으면 꾸역꾸역 진행한 다음 충분히 그것들이 나에게 익숙해지고 친해지면 거기서부터 공부해 나가는 그런 타입..
아무튼 4월 말까진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이력서 작성을 시작했다. 이력서 이것도 보통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강의를 결제해서 듣고, 이력서 첨삭에 관련된 모임도 참석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포트폴리오가(고작 1개였다) 조금만 더 손보면 충분히 취업에 가능할 것이라는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모한 자신감을 가지고 이력서를 마구 넣었고 간간히(?) 면접 연락이 왔다. 면접을 직접 보고 나니 지금 현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너무나 잘 알 것 같았다. 자신감 하락이 시작되면서 이력서 넣고 면접을 보는 과정이 생각보다 엄청 지치고 힘든 과정이라 생각했다. 공부도 해야 하고 포폴도 계속 수정하고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면접 본 곳을 기점으로 여기에서 떨어지면 알바라도 하면서 시간을 길게 잡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하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마지막 면접을 본 곳에서 최종 합격까지 하게 되고 첫 출근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무식한 게 용감한 거라는 말이 나에게 딱 맞는 말 같았다. 그리고 정말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또, 그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 다양하고 다르다는 사실을 깊이 느끼게 되었다.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보잘것없었지만 어디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했고, 어디서는 이거 가지고는 택도 없다고 말했다. 진짜 부족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나를 이 회사에서는 신입을 키워 열심히 해보자!라는 계획하에 뽑게 되고, 나는 개발자라는 호칭을 듣게 되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안다. 0도 아닌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부족한 개발자이지만, 정말 열심히 해서 고속 성장하고 싶고, 1년 뒤 3년 뒤에는 지금보다 나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
참, 그리고 지금까지의 과정 중에서 나를 제일 괴롭혔던 것은 나이였는데..
나이가 분명 걸림돌이 되어 쉽사리 취업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같은 실력이면 젊은 사람 뽑겠지.. 하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오히려 면접에서 사회생활 경험이 있는 너의 나이가 좋다! 그리고 너 아직 젊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엄청 위로가 됐고,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말로만 듣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가 현실이 되는 시점 같았다. 개발자가 되어 기쁜 것도 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서 나의 세계관이 더 넓어지고, 도전에 대한 결과를 얻게 되어서 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더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