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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욤 민지 Nov 18. 2023

30대 여자의 이토록 평범한 행복

<결혼을 안 한 게 아니라, 아직 못한 겁니다.> 2부

<결혼을 안 한 게 아니라, 아직 못한 겁니다.> 1부 글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mj-generation/25


 윗글을 쓴 지 약 1년 가까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나는 30대 미혼 여성으로 살고 있다. 당연히 결혼을 해서 육아를 하며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지내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30대의 삶은 내가 알고 있던 선택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험 답안의 보기 항목들과는 다르게 '쓸쓸한 노처녀'가 아니라 내가 생각지 못했던 삶이 펼쳐지고 있다.


 30대 들어 내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게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독서모임을 5년 3개월째 운영하고 있는 것이며 두 번째는 2022년 등산을 시작한 것, 그리고 세 번째는 2023년 봄, 대학원에 입학한 것- 지금의 전공과 학교를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세상에 '장점밖에 없는' 요소는 극히 드물다고 생각하는데, 독서는 정말로 장점밖에 없는 취미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과정은 하나의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아서, 완독을 하기 위한 약간의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만 넘으면 정상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같다.


 등산을 좋아하게 되어서, 빡빡한 일상에서 잠깐의 공백이 생겼을 때 가장 손쉽게 달려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지상에서 갈 곳이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휴일에 일정이 하나 취소되었을 때 주저하지 않고 산으로 달려간다. 등산을 시작한 지 약 1년 정도가 되었는데 여전히 나는 산을 오를 때마다 힘들고 숨차다. 그런데 그것마저 좋다. 지상에서 보기 힘든 멋진 정상뷰를 보면 모든 게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나는 이런 취미를 좋아하나 보다. 노력하는 대로 보상받고, 장점밖에 없는 몇 안 되는 행위들을 말이다.


 대학원은 20대부터 어떤 전공으로 갈지, 어느 학교로 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깊은 고민 끝에 선택한 지금의 전공과 학교는 매우 만족스럽다. 우리 교수님들께서는 '석사생은 학습하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는데, 두 학기 정도 배워보니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양질의 논문이나 검증된 자료로 레퍼런스를 찾아서 답을 찾아가는 방식을 통해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가정을 꾸린다는 선택지를 내려놓고 '비혼주의가 아닌' 미혼의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결코 쉽진 않았다. 지금의 삶도 충분히 재밌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나만의 정신승리일까? 합리화일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주변 친구들의 환경도 많이 바뀌면서 혼자 뒤처지는 것 같아서 초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학교에서 배운 방식대로,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에서 주도적으로 행복을 찾기로 했다. 정해진 선택지와는 다른 다양한 삶을 인정하려면, 이러한 주도성을 갖는 것이 정신승리도 패배도 아닌 보통의 일상 속에서 행복이란 답을 찾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학업과 본업을 같이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시간을 내어 곁들이려면 게으르던 나도 부지런 떨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엄니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살아보니 인생은 재밌게 사는 게 최고"라고. 예전엔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노화와 다가가는 기분이 들어서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는데, 이젠 앞으로의 삶이 더 기대가 된다. 그 누구보다 재밌고 알차게 살 것임을. 정해진 선택지와는 다르게 개방형 질문으로 열린 결말을 만들며, 그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삶을 살기로 다짐한다. 주도적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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