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이나 오펜하이머처럼 분위기와 색감 등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연출기법과 흔히 말하는 떡밥을 투척하여 관객들과 소통하며 몰입하게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솔직히 엄청 겁쟁이인 나는 곡성을 너무 무섭게 보았고, 그 후 비슷한 장르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다. 그렇기에 파묘도 분명 눈, 귀 가리지 않고 볼 자신은 없었는데, 한국식 오컬트(Occult)적인 '파묘'라는 소재를 어떻게 풀어갈지 너무 궁금해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영화 <영웅>에서 김고은 배우의 연기를 너무 인상 깊게 보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았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예상대로 영화 반 이상을 눈/귀 가리고 봤지만, 관객을 끄는 스토리 연출과 개연성으로 영화 전반부까지는 재밌었다. 그러나 관객을 압도하는 수직으로 꽂혀 있던 관이 등장하며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는 순간, 나의 몰입도도 같이 끊겨버렸다. 앞에 스토리 전개가 좋았는데 갑자기 왜 일본 이야기가 나오나 싶었을 정도로 어리둥절했다.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따서 극 중 인물을 만들었다면, 좀 더 일본과 연관된 내용을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넣었으면 어땠을까?
(스포가 되는 내용은 생략합니다 :)
어쨌든,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임은 분명하다. 음양오행과 풍수지리, 무속신앙을 배경으로 하는 소재의 독창성과 CG를 극도로 자제하는 세심한 연출은 너무 좋았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에 흠이 없었던 부분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였다. 특히 이도현 배우의 연기가 너무 인상 깊었다. 곧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 하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은 불을 이기고, 젖은 나무는 쇠보다 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