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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욤 민지 Nov 24. 2022

헤어질 결심을 한다고 사랑이 멈춰 집니까.

영화 <헤어질 결심> 후기 (NO스포)

 사실 나는 원래 멜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모르는 두 남녀에게 이입하기 싫은 이유인지 내 연애가 아니라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로맨스는 굳이 찾아보진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무조건 보라는 지인의 추천으로 위시리스트에만 넣어두었다가 드디어 꺼내 보게 되었다.

짙어지는 의심, 깊어지는 관심, 헤어질 결심 (라임....크흐)


 내가 생각하는 작품성 있는 영화는 미장센이 풍부해서 눈이 즐겁거나, 감정의 언어가 직설적으로 관객에게 꽂히는 게 아니라, 관객이 함께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둘 다 해당되었다. 숨소리를 낮추고 감정과 장면의 디테일에 집중하며 봤다.

 인공눈물, 안개, 산, 청록색 계열의 컬러, 화면 구도, i-message에서 입력중(...)을 나타내는 점 세 개, 장면 전환과 카메라 구도, 좌회전-우회전 핸들 돌리며 준 트랜지션 효과

 평소, 나는 말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직접 담는 것보다 행동에 사랑을 담는 것을 더 좋아한다. 꼭, 사랑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행동이나 말에 사랑이 녹아 있는 표현을 통해 사랑을 ‘느끼는’ 것이 더 와닿아서 그런듯 하다. 이 영화는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어도 남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영화를 보며 문득 든 생각은 사랑은 곧 '붕괴'라는 생각, 나도 모르는 새 상대에게 스며들어 나만의 틀을 붕괴시켜버리니까. 영화가 끝나고 다시 돌려봤다. 해준이 언제부터 서래를 사랑하게 된 건지. 어디에서부터 붕괴되었는지. 극중에서는 붕괴를 비극적으로 표현했지만, '사랑'은 '붕괴'와 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시작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을 동시에 머금고 있는 단어임에 틀림없다. 꼿꼿하던 사람도 붕괴시킬 수 있는 건 사랑이며, 단단한 벽을 허물 수 있는 것도 사랑이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이승우 작가의 <사랑의 생애> 책에서 이런 구절이 생각났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이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홀려서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내부에서 생을 시작한다."
"사람이 사랑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사람 속으로 들어온다. 사랑이 들어와 사는 것이다. 숙주가 기생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생체가 숙주를 선택하는 이치이다."

 그렇다. 사랑은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사랑에 감염된 두 남녀의 비극, 여운이 참 많이 남는 영화였다. 헤어질 결심을 한다고 사랑을 끝낼 수 있을까. 헤어질 결심은 곧 사랑이었고, 이미 감염된 사랑은 내 의지로 멈추기도 어려운 것이었다.


미결 사건으로 남고 싶어서 이포에 왔나 봅니다.




✏️그 외, 기억 남는 구절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이 있다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결혼을 했습니다."

벽에 사진 붙여 놓고, 잠도 못 자고, 오롯이 내 생각만 해요.

지자요수, 인자요산


✏️그 외, 좋았던 부분

탕웨이의 서툰 한국말은 꾹꾹 눌러 담는 느낌이 나서 좋았다.

탕웨이 참 예쁘네..... 볼수록 예쁘고 보고 싶은 캐릭터


✏️아쉬움

불륜 미화 뉘앙스가 약간 느껴져서 아쉬움

영화관에서 못 본 게 아쉬움


✏️결론

스포 없이 영화 후기 쓰기 어렵다.....

이 글, 이렇게 마무리하면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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