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2018.3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긴다. 찰나의 소나기로 창가에 말라 비틀어져버린 빗방울 자국같이, 마치 우리 주변에 널린 풍경처럼, 숱한 정경들 사이의 나는 그 때와는 다른 쓸모로 나날을 살아간다.
그러나 엉겨 붙은 감정의 응어리들은 가끔 뜬금없게, 결국은 어지럽게 폭렬해버린다.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 파란이 되어 밀려오는 때, 나는 그 진원이 궁금하여 고개를 돌리고 멈춰 서길 반복한다. 그렇게 시선 없는 얼굴의 흔적을 물그럼 바라보길 여러 번. 그래서 그 시선을 결국 무엇을 향하고 싶었던 걸까, 얼굴 없는 자화상이 내게 말을 건다. 나를 떠올려 달라는 애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