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나쁜 기지배...
동네 친한 아줌마들끼리 꽃시장엘 갔다.
아줌마 모임 멤버 중 누구 한 명 기분이 언짢다 싶을 때면 꽃시장 가는 것을 제안하곤 한다. 그럼 다른 멤버들은 어련히 동조해 준다. 그날도 그런 날.
멤버 중에 갓 한돌 지난 아기가 있는 친구가 있었다. 어린이집 가기도 이른 나이라, 요사이 항상 아기와 함께 만났다. 그날도 아기와 함께 고터 꽃시장엘 갔다.
꽃시장 구조는 가운데 좁은 통로를 하나 두고 양쪽에 꽃 가게들이 늘어선 모양새. 꽃시장은 엘리베이터로 바로 연결되는 곳이라,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가도 무리 없을 것 같았다.
이것이 서막.
어두침침한 상가에는 축축한 습기, 생화의 비린내, 온갖 꽃향기가 섞여 진동한다.
꽃구경하는 사람, 양손 가득 꽃을 들고 꽃값을 지불하느라 애먹는 사람, 꽃 뭉텅이를 가게로 이동하는 사장님들로 저마다 분주한 모습으로 엉켜있다.
그럼에도, 그 정신없는 시장통 통로로 아이 유모차가 지나가니 양쪽에서 꽃집 사장님들이 극진한 환대를 보내주신다. 이건 마치 손 흔드는 관중들 사이의 퍼레이드 차량 같다.
"아이고 우리 아들 여기까지 왔어~~~" 하트 뿅뿅.
우리는 유모차를 선두로 일자통로를 일렬로 따라 걸었다. 어떤 꽃을 살까 눈도 바빴다.
그때,
마주 오던 20대 녀,
유모차와 스치는 찰나,
차분하고, 어름장같이 차갑고, 신경질 담긴 그녀의 볼멘소리.
"어휴~이런데 까지 유모차를 가지고 와....."
그것에 더해 나는 보았다. 그녀의 냉담하고 불결한 것을 본 듯한 눈총을.
"왜?! 그럼 안돼?!?"
어머나, 이건 자동 반사.
복부로부터 차오른 웅장한 발성. 아 개운해.
그리고 그녀의 뒤통수를 따라 레이저를 쏜다.
넌 아줌마 자격지심에 불덩이를 날렸어...
분명히 내 목소리를 들은 그 20대녀는 일단 쪽수로 밀리고, 아줌마들한테 봉변당할까 봐 황급히 잰걸음으로 통로를 빠져나간다. 그녀의 뒤가 뜨거운 게 내게도 느껴진다.
"언니 고마워요. 우리 남편이었다면 이런데 유모차 가지고 온 내 잘못이라며 면박주며 날 탓했을 텐데, 내 편들어줘서 고마워요."
"유모차도 안되면 휠체어도 안 되겠네! 여기 금지 표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기나 몸 불편하신 분들 이동권은 없는 거야? 배려가 없어. 자기가 조금만 피해 가면 되는 건데. 아주 못된 기지배야! "
이 의협심...언제부터 이렇게 의로웠나.
사실은, 애당초 좁은 길인걸 알았으니 아기띠가 최선이었을 수도. 그 여자 입장에선 불쾌했을 수도.
다만 그녀가 보낸 경멸 섞인 냉담에 복수해 주고 싶어서 내가 못되게 뼛성을 낸 것.
퇴근한 남편에게 오늘 일을 브리핑한다.
"내 충동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잘했다! 너 같다! 아줌마 같다. 흣흣흣흣..가지가지한다... "
"뭐래~ 가지가지라니...!?!"
가지라... 그래서 가지가 생각났다.
기승전먹.
마침 동네 채소가게에 가지 7개가 2000원 밖에 안 해서... 어머 이건 사야지.
가지가지하는 나를 위한 후다닥 가지덮밥
<재료>
가지 1개 , 미니 버터 낱개 2개
<양념재료>
간장 3, 고춧가루 1, 설탕 1, 식초 1, 참기름 1, 깨(기분대로)
파(도 기분대로)
1 가지는 세로로 반가르고 격자로 칼집을 낸다.
2 프라이팬에 버터를 넣고 녹인다.
3 가지를 굽는다.
4 모든 양념을 넣고 양념장 만든다.
5 가지가 2/3 쯤? 익으면 양념투하
6 양념이 자작하게 스며든 것 같으면 파 얹고 불 꺼요.
7 밥 위에 가지랑 양념 얹고, 계란 프라이 올리고, 깨 뿌리면 끝
고소한 버터랑 짭조름한 간장양념 조화가 요리의 킥.
한두 술 뜨고, 가끔 좀 짜다 싶으면 써니사이드업 계란 노른자를 툭 터트려 중화해서 먹으면 더 꿀맛.
남편은 못 먹어본,
가지가지하는
나의
나를 위한
나에 의한
가지덮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