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통역안내사 합격자들의 이야기 5-2화 - 어쿠스진(이진석)
면접을 처음 준비할 때는 나는 필기보다 더 막막했다. 평소 사용하던 단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중국어로 하시는 선생님의 설명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부터 세계문화유산, 기록유산, 자연유산들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이걸 어떻게 외우나라는 생각에 막막함이 몰려왔지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학원에서 조직해준 스터디를 통해서는 계속 모의면접을 하며 감각을 유지했고, 강의실 밖에서도 실제 주요 관광지를 돌며 ‘면접 때 관광지를 물어본다면 어떻게 설명할까?’를 그려보았다. 다행이 필기 합격 후 본격적으로 면접 심화반 수업을 들었을 땐, 조금씩 설명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내 모습에 흐뭇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기초반 때부터 면접 보기 전까지 ‘관광통역안내사‘의 시선을 가지고 주요 관광지를 많이 돌아보았다. DMZ, 종묘, 광장시장, 5대궁(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선정릉, 조계사, 남산N서울타워, 남산골 한옥마을, 국립중앙박물관, K style hub 등등 서울 인근의 문화재뿐 아니라, 비행기타고 제주도까지 가서 만장굴, 성산일출봉, 한라산 1100고지, 우도, 협재 해수욕장, 동문시장 등을 둘러보았다. 이를 통해 '우수한 우리나라 관광지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면접 때 다녀왔던 관광지들을 물어보면 그 어떤 것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얘기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TV를 볼 때에도 가이드로써 관광, 역사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많이 보았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과 퀴즈대결을 하거나, 외국인 친구들이 주요 한국관광지를 여행하는 프로그램 등을 보면서 관련 지식을 쌓아나갔다. 이중 판소리 5마당문제가 나왔었는데 실제 관광자원해설 31번 문제에 나왔었고 그 외에도 학원 스터디 사람들과 모의면접할 때 할 말이 한마디라도 더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책만 보고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 갑갑할 때는 환기차원에서 이런 프로그램들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중 하나는 자체 모의면접이었다. 실제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면접관으로 초빙해, 면접에 임하는 자신의 모습을 캠코더로 녹화해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었다. 은근 긴장이 되었다. 학우들과 면접 연습을 하면서 이야기했던 가장 큰 불안요소는 듣기였다. 아무리 말을 잘 할 수 있더라도 질문의 맥을 파악하지 못하면 면접 자체가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모의면접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첫 문제부터 잘 들리지 않았다. ‘가이드는 어떤 조건과 소질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이었는데 연신 ‘不好意思。我听不清楚(죄송합니다. 못 알아들었습니다)’를 남발하며 꼬이기 시작했다. 머리는 하얘지고 처참한 모습으로 면접이 이어져 멘탈이 가루가 되어 모의면접을 마쳤다.
특히나 학우들을 가장 웃겼던 건 면접교실에 딱 입장 했을 때 제 손모양은 다른 모양도 아닌 하트(♡)모양이었다. 원래 면접교실에 들어가면 차렷 자세를 하든지 아니면 손공수자세로 서있든지 해야 했는데 긴장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손모양을 하트로 그리며 어색함이 더 두드러졌다. 그래서 학원 친구들에게 한동안 ♡모양으로 놀림을 받았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때 왜 그랬는지 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후 학우들과 스터디를 진행하면서는 듣기실력을 키우기 위해 중국어로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또한 출퇴근 시간에는 중국 라디오 어플 다운받아서, 내용을 못 알아듣더라도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계속 듣고자 했다. 중국어로 이야기하거나 질문을 주고받을 때에는 귀에다가 손을 대고 귀를 기울여 더 정확하게 듣고자 하는 훈련도 함께했다. 자세 면에서도 손으로 하트모양 그리지 않게끔 계속 신경을 썼다. 이와 함께 인사법이랑 특히 이야기할 때 손동작을 자주 크게 하는 습관이 있어서 앉아 있을 때의 손동작 또한 절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부족한 부분을 최대한 피드백하며 두 번째 모의 면접을 준비했다. 한국어 질문들은 답이 정확하게 정해져있는 문제가 아닌 이상, 내가 알고 있는 문제이거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야하는 질문이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대다수의 문제가 중국어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잘 듣고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으로 모의고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1차에 비해 상당히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조금 더 보완하면 합격도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마지막 면접날까지 학우들과 거의 매일 카페에 모였고, 문을 닫는 시간까지 편의점에서 함께 끼니를 때우면서 연습에 매달렸다.
그렇게 면접을 앞두고 정장과 구두도 맞추고 파마도 했다. 나의 모든 신경은 오로지 2019년 11월 23일 토요일 오후 2시에 맞춰져 있었다. 그렇게 면접날이 왔고, 시험 일정이 오후인 덕분에 비교적 여유 있게 일어나 천천히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면접 준비할 때 학원 부원장님이 다른 학우에게 말씀했던 내용이 있다. 부원장님은 어차피 실력은 다 부족할 수 있다. 그래도 태도와 자세와 인사성 등으로 어느 정도 점수를 보완할 수 있다. 실제로 평가 항목 중에 '예의, 품행 및 성실성'이 있으므로, 그 말을 내게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실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어도, 나를 면접관분들께 각인시키자. 내 목소리가 면접실은 물론 그 층 전체에 울리도록 인사부터 크게 하자!' 계속 되뇌며 면접을 준비해 나갔다.
면접 공부할 때 다른 학우에게 '중국에서는 이런 큰 시험을 앞두고 뭘 먹냐'라고 물어봤는데 소시지 하나랑 계란 두개를 먹는다고 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소시지가 1을 상징하고 계란두개가 00을 상징해서 합치면 100점을 상징한다고 하니 의미 있는 음식이구나 하는 생각했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당장 소시지 하나랑 계란 두개를 사서 먹었다. 그런데 먹는 순서가 소시지 → 계란 → 계란순으로 먹어서 100점이 되게끔 먹어야 했는데 계란 → 계란 → 소세지순으로 먹어서 001이 되버렸다. 1점만 받는 거 아니냐 물어보니, 그 학우가 '반장님은 001 넘버 원이죠!'라고 말하면서 잘 포장해줬다.
역에서 면접장소까지 택시타고 이동하고 면접장에 도착했다. 감사하게도 학원 선생님과 부장님께서 응원하러 와주셨다. 립밤도 발라주시며 긴장도 풀어주시고, 격려와 함께 분석도 해주면서 면접시간을 기다렸다. 시간이 되었고 같이 공부한 학우들과 다 같이 모여 힘을 모은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면접교실로 입실했다.
면접실에 들어서서 번호표를 뽑았는데 하필 가장 마지막 번호를 뽑았다. 어쩔 수 없이 같이 있던 학원 친구들 다 먼저 내보내고 난 다음 나는 마지막순서로 들어가게 되었다. 면접장 구조가 대기실에서 번호표를 추첨하고 자신에게 해당하는 번호가 딩동 하는 소리와 함께 전광판에 보이면, 그 면접실에 해당하는 수험생들이 번호순서대로 면접에 참여하게 되는 구조였다. (대기실에서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고, 소지품은 바깥에 두어야 함) 수험생들이 딩동딩동에 따라 한두 명씩 자리를 비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더 긴장이 되었다.
내 면접 차례가 되었다. 문을 열고 한 발짝 안으로 들어와 큰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번 수험생입니다!!!!!!!!!'하고 인사를 했다. 참고로 면접장에서 본인의 이름 및 개인정보를 이야기 하면 안 된다. 이렇게 나는 요란한(?)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면접을 시작했다.
첫 번째 질문은 한국어문제였다. 질문은 'K-POP, K-Beauty, K-Food 등 여러 가지 한류가 있는데 그렇다면 다음세대 내세울 한류를 이용할 한국의 관광은 무엇인가'였다. 이에 대해 나는 '내가 생각하는 다음세대 한류는 인공지능과 VR을 이용한 관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첫 문장을 내뱉었다. 다음 이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한국의 인공지능과 VR 기술수준은 우수하기때문에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우수한 인공지능과 VR형태의 관광을 체험해보면서 한국의 우수성을 알고 다시금 기대하는 마음으로 우리나라에 다시 올수 있을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얘기했다.
두 번째 질문부터는 중국어였다. '의료관광에 대해 얘기해보라'라는 내용이었다. 내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의료관광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치료, 건강검진, 수술등 높은 의료기술수준을 체험하는 형태의 관광인데, 요즘 의료관광의 추세는 단순히 치료목적 뿐만 아니라 치료 받으러 온 김에 주요관광지도 같이 가는 종합성의 관광으로 발전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특히 의료관광 문제는 이번 필기시험 2교시 관광학개론에서도 나온 문제였다. 그래서 문득 필기에도 출제되었으니 면접에서도 나올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출제를 예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로 나오게 되니 반가웠다.
세 번째 질문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오면 어떤 음식을 추천하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나는 비빔밥을 추천하겠다. 왜냐하면 각종재료가 들어가서 영양이 풍부하고 그 비빔밥 안에 음양오행 사상이 내재되어 있어 한국을 소개하기에 더 좋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꼬리질문이 하나 나왔는데 그 질문은 '그렇다면 중국인과 일본인이 각각 성향이 다른데 각각 어떻게 추천해주겠는가' 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나는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중국인은 기름기 있는 음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치킨을 추천하고 싶다. 중국 친구와 대만 친구들이 실제로 정말 한국드라마처럼 사람들이 한강에서 치킨과 맥주를 즐기느냐 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즐기니 한국오면 체험하게 해주겠다' 고 답했고 이어서 '일본인은 해산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김을 추천하고 싶다. 한국의 김은 맛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사간다.'
면접을 마치겠다고 면접관분들이 말하자 나는 자리를 일어나 마지막까지 큰소리로 谢谢(중국어로 감사합니다)를 외치면서 면접실을 나섰다. 비교적 막힘없이 무난하게 대답한 제 스스로 만족했고 좋은 결과가 있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짐을 챙기고 1층에 내려오니 학우들이 다 기다리고 있었고 선생님께서 내가 마지막으로 시험봤다는 얘기를 해주시면서 고생했다며 격려해주었다. 이렇게 면접시험은 마무리 되었고 2019년 12월 11일을 하루하루 기다렸다.
마침 합격자 발표 날 야간 근무를 하게 되어 퇴근 시간대에 합격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같이 있던 동료들과 1분 1분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고 9시 땡 하자마자 확인한 결과는 합격이었다. 이 기쁜 소식을 여기저기 알리며 축하를 받았고 퇴근 후 바로 자격증 발급신청을 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당장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1년의 고생을 보상받는 것 같아 행복했고, 앞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상황을 맞이할 생각에 기대가 컸다.
현재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방향은 현장 경험을 많이 쌓은 후, 협회나 유관기관에서 행정가 역할로 관광통역안내사들에게 거시적인 틀을 통해 도움을 주고 싶다. 아직도 지식에 많이 부족함을 느끼지만, 귀하게 취득한 자격증이니만큼, 천천히 올바르게 채워가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외국 여행객들에게도 제대로 한국을 알려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함께 노력해준 학원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이 자격증을 도전하는 모든 수험생들이 끝까지 완주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