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취업과 창업의 중간지대, 긱 이코노미
사회초년생이 된 지금 창업과 취업 사이 선택의 갈림길을 마주하고 있다. 내 선택 기준은 안정과 자유였다. 대학생 시절, 운 좋게 내 사업아이템이 창업공모전에 최종 선정되어 창업할 기회가 있었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창업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창업의 길은 나에게 안정이라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부모님 말씀대로 직장인이 되어 볼까도 생각해 인턴생활을 해보기도 했다. 직장생활에는 자유가 없었다. 취업도 창업도 아니면 나는 무얼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긱 이코노미에서 안정과 자유를 동시에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긱 이코노미란 임시적인 일을 뜻하는 ‘긱(Gig)’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플랫폼을 매개하여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노동력이 제공되는 경제 환경을 의미한다. 긱(Gig)이라는 단어는 1920년대 그때그때 관객 상황에 따라 고용되었던 미국 재즈음악 연주자들의 고용형태로부터 비롯되었다.
긱 이코노미의 표준화된 정의는 아직 존재하지 않고 대중들에게 친숙하지도 않다. 그래서인지 최근 언론에서 긱 이코노미의 부정적인 면을 집중조명하면서 긱 이코노미는 불안정하고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단순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 근로형태가 주류였던 과거의 시각에 얽매인다면 자칫 긱 이코노미가 가져다주는 여러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 긱 이코노미는 그 동안 사회적으로 소외되었던 일자리 유형들을 포괄하며 취업과 창업의 진로선택지 사이 독자적이 영역을 형성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 단기 임시직, 비정규직과 같은 업무형태를 포함하고 점점 업무의 성격 역시 점점 전문화되고 고도화되고 있다. 또한, 긱 이코노미는 많은 사람들에게 취업과 창업에서 얻지 못한 안정과 자유를 모색하는 실험의 장이 되고 있다.
긱 이코노미와 같은 일자리형태는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프리랜서, 일용노동직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렇다면 긱 이코노미가 왜 지금에 와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긱 이코노미는 플랫폼을 매개하여 산업 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이다. 긱 이코노미는 2009년 차량 공유 플랫폼기업 ‘우버’를 시작으로 디지털 플랫폼이 급부상함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일자리 트렌드인 것이다. 이제 긱 이코노미는 취업과 창업 사이의 중간지대라는 제3의 일자리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긱워커들은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과 쉽게 만날 수 있다. 누구나 무자본 혹은 적은 자본으로 창업 리스크를 최소화한 ‘가벼운’ 사업가가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긱 이코노미다. 동시에 긱워커들은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정규직과 같은 양질의 일자리는 이제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다. 2019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정규직은 35만3,000명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은 86만7,000명 늘어났다. 기업은 이윤은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은 고용에 따른 세금과 복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때 긱워크는 프로젝트, 업무시간별로 노동비용이 유동적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매력적이다. 최근 코로나19로 항공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안정적인 삶의 상징인 정규직도 예외가 아니다. 2020년 4월, 이스타항공의 경우 약 350여 명의 정규직이 해고되었다. 이와 같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긱워커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활용하여 투잡, N잡 등 두 개 이상 일을 하면서 위험을 분산한다.